딸을 키우다 아들녀석을 키워서 그럴까요?

아님 기질적으로 다른 장난꾸러기 아들을 키워서 그럴까요?

날마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데.....

가끔씩 엄마 노릇을 포기하고 싶을 떄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제는 학원샘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평소보다 일찍 오라고 해서 버스타고 가라고 했습니다.

날마다 가는 곳이고 버스 타고도 많이 다녀봤기에

별 걱정 안하고 버스비 줘서 보냈는데.....

학원 가는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에서 버스를 타고 갔나봅니다.

40분 정도 지나서 전화왔는데

자기가 버스를 잘못 탄 것 같고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버스가 사고가 나서 멈춰섰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집과 극과 극인곳까지 갈 뻔해씁니다

다행히 버스가 갑작스레 끼어드는 차때문에

시비가 붙어서 차로 한 쪽으로 세워놓고

경찰까지 오고 난리가 난 바람에

내려서 전화를 했더군요

엄마가 정확히 있는 곳을 모르니 데리러 가기 힘들다,

그리고 알더라도 엄마가 거기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내린 곳에서 건너편에서 택시를 타고 와라.

엄마가 미리 나가 있다가 택시비 주겠다

이야길 하면서도 녀석이 울지 않고 차분히 일처리를 하는 게

참으로 안심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서운 세상에 어린 아이 혼자 택시를 타라는 것도 걱정이 되고

어리다고 무시해서 택시를 안태워주면 어쩌나,

아저씨가 상상조차 하기 싫은 해꼬지라도 하면 어쩌나.....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이럴 때 대비해서 휴대폰이라도 사줄껄 후회도 되고...

별 대책이 없어서 그냥 아이와 약속한 곳에 나가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도착하더라구요.

엄마 보면 긴장이 풀려서 울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울지도 않고 반가워서 택시에서 나오는 녀석이 어찌나 이쁘던지.

택시비 주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녀석에게 퍼붓고 싶은 여러 가지 말들을 꿀꺽 삼키고 칭찬해주었습니다 

낯선 곳에 혼자 가서 무서웠을 텐데 울지도 않고 침착하게 잘 했다고,

차분하게 일처리 잘해서 집에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이런 것 보면 울 아들 다 컸다고......

퇴근한 남편에게 이야길 해주었더니

십년 감수한 마누라나 아들놈을 한참 쳐다보더라구요.

휴대폰 사줘야 하나? 하면서.....

무서운 세상인데 택시 혼자 타는 거 위험한데

그래도 잘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