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울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 앞에는 항상 “내가 보기에…” 혹은 “어디에 내놔도…”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할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여러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자신감이 부족한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죠. 그렇지만 아이가 정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질이 유순해 남과 부딪히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채 “소심하게 굴지 말고 눈 똑바로 뜨고 크게 얘기해. 왜 네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이것은 부모가 자신감 있는 태도는 이런저런 것이라고 미리 정하고 아이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라고 강요하는 것이지,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하는 태도는 아닙니다.
 이런 태도를 취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가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정확하게 말하면, 부모인 내가 보기에 자신감 있는 아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즉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소홀하다는 것이죠. 이것은 자녀교육의 목표를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을 잊고 있는 거예요. 주체가 다른 사람이 아닌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죠. 아이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식으로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부모의 바람을 기준으로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실수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양육과정에 적용해서 말하자면,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경우는 엄마가 아이의 발달수준을 잘 몰라서 생깁니다. 아이를 혼낼 때 보면 부모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기저귀도 차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보다는 부모를 먼저 생각하며 자라온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단지 발달단계상 그 일을 하기 힘들어서 못하는 것인데도 부모가 비춰준 자신의 모습 때문에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 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둘째 경우로 단순하게 아이가 어려서 보이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하는 것을 못하거나, 대부분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이때는 긴장하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마지막 셋째 경우는 기회와 훈련의 부족 때문에 생깁니다. 훈련의 부족 때문인지 확인하려면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이런 행동을 스스로 하도록 기회를 주고 반복적으로 훈련을 시켰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죠.
이 세 가지 경우를 구분하려면 부모의 바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먼저 아이는 행복을 좇는 이기주의자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좋은 걸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행동하기도 하고, 싫은 걸 피하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게 아이들이죠.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문제행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인다면 그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고, 아이가 그 행동으로 무엇을 얻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좋은 결과가 온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 아이뿐 아니라 누구나 시키지 않아도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간 행동의 특성을 이해하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됩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바꾸고자 하는 행동을 구체화 시켜 보는 것이에요. 구체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물을 때 저는 “눈으로 볼 수 있고, 다섯 살짜리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한 행동”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하나로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스스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뭔가를 활용해야 하고, 아이가 어릴수록 그것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해요. 아이들의 경우 먼 미래의 결과가 동기로 작용하지 못해요. 미래의 보상이나 칭찬은 당장 할 수 있는 게임에 비해 훨씬 더 미미한 효과를 갖죠.
 마지막으로 아이를 변화시키려면 일관성 있는 결과를 주어야 해요. 부모가 규칙에 대한 일관성과 행동통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저는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와 ‘나는 유능한 사람이야’라는 신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건적인 사랑이란 ‘나는 네가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사랑해’라고 단서를 달아 사랑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비춰준 모습으로 자아상을 만들다보니 그 조건을 충족시키면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심한 좌절감을 느끼게 되죠.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사랑 받고 존중 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죠.
 반면 유능함에 대한 신념은 ‘나는 유능한 사람이야’라는 신념은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이겨낼 줄 아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자기 자신을 믿게 되고 때로 실패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귀중함 경험을 얻게 됩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사랑과 훈육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부모역할의 핵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