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토론의 성과를 바로 숫자나 양으로 계량화하거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교과 성적은 시험을 보아 점수로 표현할 수 있고, 학원에 가서도 어느 과목이 몇 점 올랐다 떨어졌다 하며 구체적으로 결과를 말하곤 한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숫자에 익숙해 교육적인 성과를 계량화하려 하고 계량화하지 않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좀처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은 서술형 평가방법을 권장하는 경향이며 성적표도 서술방식으로 작성하도록 한다. 모든 교과 성적을 서술방식으로 할 수만은 없지만 왜 성적을 서술방식으로 작성하도록 권장하는 것일까? 이것은 모든 교육의 성과를 점수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대립토론의 성과 역시 계량화하기는 어렵다.

“대립토론을 공부한 학생들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알 수 있어요” 하고 바로 반문이 나온다. “통계를 볼 수 있을까요?” 또 “대립토론에 열중하더니 듣는 태도가 놀랍게 달라졌어요”라고 하면 “달라진 증거를 보여주시지요. 점수로 보여줄 수 있나요” 하고 모든 대립토론의 성과를 점수화해서 보여 달라는 것이다.

통계에 익숙한 현대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립토론의 성과를 계량화하기는 힘든 문제다. 그래도 그 성과를 나타낸다면 서술방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대립토론의 성과를 서술방식으로 표현해보았다.

이효준의 연구 에서 대립토론이 비판적 사고 성향의 건전한 회의성, 지적 정직, 객관성, 체계성, 철저성과 아주 큰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대립토론 학습은 사회과에서 추구하는 비판적 사고 성향을 대립토론의 준비, 진행, 판결을 통해 키워준다는 것으로 그 성과를 표현할 수 있다.

서명애의 연구 에서 논술문 쓰기 능력을 분석해보면, 사전 능력 검사에서 실험반과 비교반의 사고력 점수는 같았고 논리성, 창의성, 비판력 순으로 실험반이 뒤졌으나, 대립토론 훈련 후 능력 검사에서는 실험반이 비교반보다 사고력, 비판력, 창의성, 논리성 모두 앞섰다고 한다.

많은 연구에서 대립토론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한다. 또 믿는다. 이 연구에서도 대립토론의 성과를 계량화하려고 한 것이다.

또 다른 학교 현장에서 연구한 것을 살펴보자. 학생들이 토론 정신을 이해하고 토론 방법을 쉽게 익히며 동시에 직접 토론할 수 있는 대립토론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 학생 토론문화의 활성화를 도모한 결과에서 각 역할에 대해 숙지해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역할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를 어떻게 계량화할 것인가?

발표와 기록 훈련을 통해 토론 준비와 방법, 토론활동을 익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다. 이 연구에서 계량화하기보다는 서술방식으로 토론 대상과 수준에 맞는 대립토론 형태를 적용함으로써 학급 학생 모두가 토론에 적극 참여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토론 학습은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가치관을 노출시켜서 주장에 알맞은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발표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논리적 표현력은 물론, 인격 함양 교육에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 그 성과를 표현하게 된다.

토론 학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잘못된 점이나 논리에 맞지 않는 점을 찾아내어 반론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비판적 이해력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었다. 대립토론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그 자료들을 종합해 말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 수집이나 활용 능력은 물론 시사 문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등으로 대립토론의 성과를 이야기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여 년 동안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립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면 종종 받는 질문이 대립토론을 통해서 학생들이 변화된 통계자료나 연구물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나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변화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립토론의 성과를 계량화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분명 놀라운 교육적 성과가 있다. 이것은 직접 지도하고 얻은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