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멈추어 가는 곳, 서울성곽근린공원

 

 

완연한 봄 기운이 풀꽃의 향기처럼 사방에서 흩날리는 계절이 왔다.

5월, 계절의 여왕.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처럼 은은하게 퍼져가는 상념,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기억들.

비단 봄을 사랑하는데 있어 두꺼운 책 속의 시인만이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얀 햇살과 향기로운 찻잎의 따뜻한 입맞춤을 기억하고 싶다면, 아이들과 함께 역사의 공기가 듬뿍 베어있는 서울성곽근린공원으로 가보자.

 

 

서울성곽근린공원은 인근 뉴타운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서울시의 '역사 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옛날 한성서울을 둘러싸고 있던 서울성곽을 보존하는 사업과 맞물려 서대문과 독립문 일대에 불량주택을 정리하고 근린공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서울성곽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경복궁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고 있는 성곽들을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하얀색 벽돌은 최근에 복원한 성벽이며 아래층에 있는 검은 벽돌은 원래부터 있던 진짜 성곽이다.

 

근린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다른 지대보다 고지대이기 때문에 밑으로 서대문 끝자락은 물론 독립문 공원이 아스라히 보이는 정도이다.

 

공원에 오면 한 가지 꼭 보고 지나가야 할 곳이있다.

바로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 사이로 마련된 야외 음악당이다.

잔디로 층층히 계단을 만들고 그 앞에 목조로 된 야외 음악당이 오롯이 서있는데 마치 그리스 비극이 상연되던 지중해 무대를 닮았다.

 

 

음악당 위에는 기다란 벤치 위로 둥그런 구조물이 하늘을 가리고 서있다.

이상하다고? 그럼 그쪽으로 조용히 가보길 바란다.

발걸음을 옮겨 아래가 훤히 보이는 야외 음악당을 벗어나면 조용한 음악소리가 당신과 당신 아이들의 감성을 깨울 것이다.

 

그런데 이쯤보면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야외 음악당에 조용한 선율이 울려퍼지는 벤치.

음악과 닮아있는 한적한 공원이라...그런데 왜 하필이면 음악일까?

그건 예쁜 조명등이 서있는 조그마한 소로를 걷다 아래로 무심히 눈을 던지면 알 수 있다.

 

삐죽삐죽 하늘을 찌를 듯 시커멓게 서있는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에 익숙한 우리에게, 왠지 모를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집.

우리나라 음악계의 대표적인 거장이자 모두에게 익숙한 '봉선화' '고향의 봄' '성불사의 밤'을 작곡한 바이올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홍난파 선생의 집이다.

생가는 아니지만 그가 이 곳에 머물면서 수많은 음악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 집은 홍난파 기념 사업회가 보존 후 관리하고 있다.

 

아래로 아스라히 흐르는 야트막한 도시의 물결과 그 너머에 펼쳐진 푸른 산의 호흡을 느끼며 홍난파 선생은 음악적 영감을 얻었으리라.

 

 

이 곳 서울성곽 근린공원은 사직공원은 물론 인왕산, 독립문, 서대문 박물관 거리, 북안스카이 웨이 등 수많은 나들이 장소와 연계하여 한 번쯤은 꼭 와봐야 할 서울의 보물이다.

 

바람마저 멈추어 흐르는 선율에 눈부신 햇살처럼 인사하는 서울성곽근린공원.

 

이 곳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이자 알 수 없는 감성의 물결이 넘실대는 사랑의 장소이다.

 

 

-나들이 정보-

서울성곽근린공원 : 서울시 종로구 송월동 1-44번지 일대

입장료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