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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평안도 벽동과 창성 지방의 소는
유난히 억세고 고집이 세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사람들은 '벽동과 창성에서 나는 소'란 뜻으로 그 마을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벽창우'라고 불렀답니다. 바로 제 이름 '백창우'가 그 벽창우와 같은 뜻이지요. 그래서인지 이렇게 성격이
살갑지도 못하고, 눈치도 없고, 고집도 무척 센 편이지요.
시 쓰고 노래 만드는 일에 빠진 뒤부터는 여태껏 그것밖에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지요. 밥도 노래를 만들어 겨우
먹고 살고, 어디엘 가도 늘 노래만들 궁리를 하지요.
내가 만난 사람과 읽은 책과 걸어다닌 길은 모두 내 마음과 생각 안에서 노래가 되지요. 이렇게 무언가 내 빛깔대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데는 어쩌면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내가 읽고 싶은 책, 공부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쏟은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집에서 놀 때는 그림도 곧잘 그리고 일기도 제 맘대로 재미있게 쓰더니,
유치원엘 다니고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는 뭔가 자기 빛깔을 자꾸 잃어가는 것 같아 참 걱정이 됩니다.
교육이라는게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어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게 하는 건 아닐텐데 말이지요. 똑같은 책상과 걸상에,
똑같은 교과서와 공책에, 똑같은 선생님한테 배워도 똑같은 아이는 없지요. 다 다르지요. 살아 있는 것 가운데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지요.
날마다 엄마랑 아빠는 누나 이름만 부른다. 아빠는 엄마를 "태인아"하고 부르고 엄마는 아빠를 "태인이 아빠"하고 부른다.
우리 집에서 내 이름은 아무도 안 불러준다.
- (강원도 원주 단구초 1학년 문집『우리도 쓸 수 있어요』에 실려 있는 박홍연 어린이 글「이름」 에서)
우리 집 한울이 . 한슬이는 세 살 터울인데, 누구라도 내게 "한울아빠"하고 부르면 둘째인 한슬이가 제 방에 있다가도
얼른 튀어나와 "한슬아빠"하고 소리치지요. 한 서너 살 때부터 일곱 살인 지금까지 한 차례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지요.
아이들이 자기의 존재를 가장 뚜렷하게 느낄 때가 바로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불러줄 땐가봐요.
'얼굴에 내리는 비'란 이름을 가진 한 인디언 추장은 "우리는 모두 대지의 아들이며, 어느 한 사람 뜻없이 만들어진
사람은 없다"는 말을 했지요. 또 '구르는 천둥'이란 인디언 주술사는 "사람은 저마다 그 자신만의 모습을 갖고 있으며,
그 자신만의 길을 갖고 있다"고 했지요.
인디언 추장 '느린 거북'이 쓴「세상은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란 글에는 이런 말이 있지요. "누구에게나 이름은 아주
특별한 뜻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한 개인을 부르는 호칭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의 고유한 영혼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런 이름들로 가득 차 있다"
옛날에는 간난이 . 고만이 . 막례 . 또순이 . 말숙이 . 말자 . 영자처럼 이름을 막 지어 부른 경우도 많았지만,
요즈음은 아기가 태어나면 누구나 좋은 이름을 지으려고 몇 날 며칠씩 애를 쓰지요. "내 이름을 왜 이렇게 지었어?"
하고 묻는 아이에게 "그냥" 또는 "아무렇게나 대충 지은 거야" 하고 대답할 부모는 아마 없을 겁니다. 아이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 주려는 데에는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거겠지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고
하면 괜히 가슴이 콩콩 뛰면서도 은근히 차례가 오길 기다리던 생각이 납니다. 아이에게는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준 것만으로도
그 날 하루가 '기분 좋은 날'이 될 수도 있지요. 온갖 업무에 시달리는 선생님이 수십 명이나 되는 반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우는 것도 일일테지요. 그렇지만 교실에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저 번호로 불리거나,
'안경 쓴 애', '거기 키 큰 녀석', '빨간 옷'으로 불리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이름을 알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데서 참된 '관계'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에스키모인들은 사람이 몸과 얼과 이름, 이렇게 셋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지요.
동무들 사이에서 가장 이름이 안 불릴 아이에게 한번이라도 더 이름을 불러주세요. "왜?" 하면 "그냥 한번 불러봤어"
하면 그만이지요.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유난히 커다란 별에게는 '호박별 '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어둑어둑 해질 무렵 개가 저녁밥을 기다릴
때쯤 뜨는 첫별에게는 '개밥바라기'(또는 개밥별)란 이름을 처음 붙여준 사람은 누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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