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선과 간결한 문체, 특유의 재치가 빛나는 고미 타로의 창작 그림책
누구나 기억 속 어딘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청소를 하다가 어느 순간 서랍 깊숙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짝 잃은 장갑처럼 너무도 소중했던, 그러나 이제는 소용없는 것이 되어버린 작은 것들. 그런 그리운 것들은 하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더 먼 기억 속 그리운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꾸게 한다. 이런 그리움은 비단 먼 과거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도 가슴으로 느끼고 있지만 무엇인지 스스로 명확히 알 수 없는 아련한 감정, 그리움을 분명 품고 살고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꼬마는 어느 날 문득 뒷마당에서 이상한 것들, 잃어버렸던 것들을 찾게 된다. 마당 속을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많은 것들이 나타난다. 여름에 잃어버린 모자, 겨울에 잃어버린 장갑, 오래된 의자, 어렸을 적 정든 장난감들... 하나씩 발견하면서 놀랍고 반가운 마음으로 점점 더 마당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간 꼬마는 그리운 것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졸음에 휩싸여 스르르 잠들어 버린다. 꿈속에서 어린 시절 그리운 엄마 품속으로 돌아간 것일까. 잠든 아이의 평온한 표정은 잠시 후 깜짝 놀란 얼굴로 바뀌고 “앗! 큰일이다.” 소리치며 깨어난다. 꼬마는 마당 속에서 찾은 것들을 뒤로하고 헐레벌떡 마당 위로 올라온다. 우연히 찾아낸 기억 속의 그리운 것들도 소중하지만 방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없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아이를 가장 놀라게 했고, 그것을 발견한 아이는 그 어떤 것을 찾았을 때보다 기쁜 마음이 된다. 그리운 것들을 찾느라 마당 위에 놓아 두고 잠시 잊고 있었던 장난감, “와! 다행이다. 잃어버린 줄 알았지!”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뒷마당을 파 보면 예전에 잃어버린 동전이나 하나 찾을까. 마당 속에 그런 어마어마한 것들이 숨어 있을 리는 없다. 그러나 책 속에서 뒷마당은 마치 시골집 다락방처럼 신기한 공간으로 변해 있다. 고미 타로의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채가 어우러져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신비롭게 그려냈다. 또한 절제된 언어는 독자들이 스스로 책 속에 숨은 많은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