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들을 위해 의사의 길을 버리고 구걸도 마다하지 않았던 어린이의 아버지,
그 아이들과 죽음의 길까지 동행한 야누슈 코르착의 아름다운 일생.
아직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에 어린이의 인권을 이야기한 사람이 있다. 아픈 아이 몇몇을 치료하는 의사의 길을 버리고, 사회가 버린 수많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어린이의 아버지, 아누슈 코르착이 그 사람이다. 2차 대전이 터지고 그가 돌보아온 고아들은 독일 나치에 의해 가스실로 가야 하는 운명을 맞았다. 야누슈 코르착은 주위의 수많은 만류를 뿌리치고 200명 남짓의 그 아이들과 죽음의 길까지 동행했다. 이 책은 야누슈 코르착이 살아온 길과 그의 숭고한 죽음을 그린 동화이다.
<천사들의 행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8월 6일 폴란드 바르샤바 거리를 200명 남짓의 아이들이 행진을 한다. 이 아이들은 나라가 보살피지 못하고, 사람들이 내버린 유대인 고아들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손에 들고 가장 깨끗한 옷을 골라 입은 채 고아원 깃발을 들고 걸어간다. 행진 대열 맨 앞에는 한 할아버지가 가장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이 할아버지가 ‘야누슈 코르착’이다. 야누슈 코르착과 그의 아이들은 나치 독일이 준비한 트레블링카 행 죽음의 가스열차로 향하는 행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훗날 이 행진을 <천사들의 행진>이라고 불렀다. 이 이야기는 유럽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야누슈 코르착의 책이 몇 권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양철북에서 펴낸 ≪천사들의 행진≫은 야누슈 코르착과 그가 돌본 아이들의 삶과 죽음을 있는 그대로 복원해서 다시 그린 그림책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류의 큰 스승 이야기를 복원해서 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몇 해 전부터 야누슈 코르착을 알게 되어 팬이 된 독자들과, 사람을 향한 교육을 고민하는 어른과 어린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 야누슈 코르착은 누구인가?
야누슈 코르착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이 책의 부록 ‘어린이를 믿고 사랑했던 코르착의 삶과 죽음’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부록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몇 가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야누슈 코르착은 원래는 폴란드의 의사였다. 그러나 의사는 몇몇의 환자를 보살필 수는 있지만, 당시 폴란드에 버려진 많은 아이들을 돌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병원을 떠나서 고아원을 운영한다. 아직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에 아이들을 위한 인권을 이야기했고, 고아원을 아이들 스스로 자치하도록 어린이 법정을 만들었다. 훗날 이 어린이의 인권은 UN의 어린이 인권헌장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폴란드에서는 야누슈 코르착을 기리기 위해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 작가나 사람들에게 주는 <야누슈 코르착>상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창가의 토토≫ 작가 구로야나기 테츠코, ≪사랑의 매는 없다≫를 쓴 아동심리학자 앨리스 밀러 같은 분들이 이 상을 받았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유네스코는 1979년을 ‘아동의 해’이자 ‘야누슈 코르착의 해’로 선포했고, 세계 야누슈 코르착 협회가 전 세계적으로 조직되었다. 그는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 소크라테스에 비견된다. 사후에 독일 평화상을 수상했고,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건립되었다. 폴란드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으로 불리는 안제이 바이다가 만든 <코르착>이라는 영화는 전 세계에 상영되었으며, <코르착과 아이들>이라는 연극은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1942년 8월 6일 트레블링카로 가는 열차를 타지 못하도록 수많은 폴란드인들이 만류했고, 심지어는 독일군 장교마저도 야누슈 코르착을 만류했지만, 그는 ‘내 아이들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죽음의 행렬 맨 앞에서 조용히, 마치 아이들과 줄을 지어 고아원으로 가는 모습으로 가스 기차를 향해 걸어갔다.
어느 시대나 누구에게나 ‘참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모두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의 시대는 우리를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도덕성을 이야기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상대방에 대한 최고 인사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런 시대이기에 야누슈 코르착은 더 빛나는 존재이다. 몇 해 전 그의 책이 출간된 후부터 야누슈 코르착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영혼 깊은 곳의 바람이 독자들을 그에게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세계적인 심리치료 학자인 브루노 베텔하임과 앨리스 밀러 두 사람은 모두 ‘코르착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육자’라고 말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코르착은 진실한 도덕성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야누슈 코르착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참된 인간성의 문을 두드린다.
이 책은 현존하는 야누슈 코르착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동화이자, 등장하는 아이들도 당시 고아들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해 낸 책이기에 독자들을 야누슈 코르착의 세계로 이끄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그림책이어서 초등학교 1,2학년의 눈높이에 맞춰서 편집되고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교육에 관심이 있고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많은 어른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 책의 화법은 ‘전사기법’이라고 한다.
테레빈유등의 화공 약품을 인쇄된 종이의 표면에 바르면 잉크가 녹는데 이때 깨끗한 종이를 사용해서 그 이미지를 옮긴다. 판화와 비슷하다.
그림을 그린 후 복사를 해서 그 이미지를 전사하는 방법이다. 판화는 그림을 그리고 잉크를 발라 찍어내지만 전사는 용액을 사용하여 복사된 이미지를 다른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그림의 일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정을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2년 반 동안 숱한 재작업과 수정을 통해 완성된 그림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평가를 떨리는 심정으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