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쿨

부모가 먼저 원칙과 소신을 가져라
권성욱
2012-09-02 18:02:43
안철수 공부법
심정섭 글
그림
황금부엉이 펴냄 2012년 08월 08일
대상연령 자녀교육
도서리뷰 별점 (8)
책소개 상세보기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 보냈다는 식의 수기형 체험서나 자기주도학습법 같은 공부 방법의 직접적인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 유행했다. 지금은 내 아이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방송이나 책이 주목받고 있다. 자녀교육에 대한 인...





개인적으로 "정치가 안철수"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 안철수"에 대해서는 존경합니다.저는 컴퓨터를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 접했고, 16bit 컴퓨터와 MS-DOS 3.0을 사용하던 90년대 초반 제가 가지고 있던 디스켓이 "다마네기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때 그가 만든 V3로 치료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습니다. 물론 그때에는 "안철수"라는 사람은 몰랐고 어떤 의사가 개인적인 취미로 만든 것이라는 말만 PC잡지를 통해 읽었을 뿐입니다.

몇년전 그가 쓴 자서전을 읽고 단순히 그가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의 CEO로서의 경영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리더쉽하면 소위 "제왕적 리더쉽"이라고 나를 따르라, 라는 솔선수범형 리더쉽을 연상합니다. 우리나라 대다수 정치가들이나 기업가들이 여기에 해당하죠. 제왕적 리더쉽은 강한 결단력과 추진력은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독선적이고 포용력이 없으며 설령 경청을 하더라도 누구한테나 폭넓게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측근으로 한정시킵니다. 그것은 결코 "경청"이라 할 수 없는 것이죠.



반면, 안철수는 이른바 "수평적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나만 믿고 나를 따르라, 가 아니라 다 함께 가자, 라는 쪽입니다. 따라서 당장 보기에는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어보이면서도 많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포용함으로서 마지막 순간에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그가 의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프로그래머로, 벤쳐기업 사장이 되었고 그가 세운 "안철수 연구소"가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아니라도 국내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벤쳐 거품이 무너질때에도 여지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글과 컴퓨터나 삼보컴퓨터가 지나친 욕심과 방만한 경영으로 여지껏 몇차례나 부도가 났던 것과는 전적으로 대조되는 것이죠. 앞으로의 사회는 기존의 제왕적 리더쉽이 아니라 이런 수평적 리더쉽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는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이자 롤모델, 멘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구름위의 존재나 정주영, 김우중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홀홀단신으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정주영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촌 무지랭이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건희이나 정몽준처럼 뱃속에 있을때부터 금숫가락 물고 태어난 사람도 아닙니다. 빌 게이츠처럼 어릴적부터 뛰어난 천재도 아닙니다. 적당히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우리와 같이 평범한 성장과정을 거쳐온 평범한 사람입니다. 너무 가난했다가 성공한 사람도, 처음부터 너무 부유한 사람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심은 부족한 법입니다. 왜냐하면 너무 가난했던 사람은 정말 어렵게 고생해서 성공했기에 아까워서 내놓을 줄 모르고 처음부터 너무 부유한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는가. 왜 안정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벤쳐 기업가가 되었는가.



"안철수 공부법"은 Daum의 유명한 제테크 카페인 "10in10"의 교육칼럼인 심정섭씨가 쓴 책입니다. "공부법"앞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였다고 안철수가 어떻게 서울대를 가게 되었는가, 이런 뻔한 내용은 아닙니다. 한때 "나 이렇게 해서 서울대 갔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따위의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책들이 베스트셀레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자녀교육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원하는 부모들에게는 결코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과 내 아이는 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며 그사람들이 그런 방법으로 성공했다고 내 아이에게 적용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 책들은 단지 "성공했다"에 촛점을 맞춘 책들일 뿐입니다.



안철수 집안은 평범한 목수였던 증조할아버지의 노력으로 집안이 점차 부흥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안철수 이렇게 삼대에 걸친 집안의 교육철학과 교육방법에 대한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입니다.



사실 2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서 많은 저자의 얘기가 있지만 제가 추천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자녀들에게 뭐라고 하기전에 부모부터 먼저 소신과 원칙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이 점이 여타 교육서적이나 육아서적과는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타 서적들은 보통 아이에게 촛점을 맞추고 부모는 아이에게 이렇게 대하라, 라고 말합니다. 이것 자체는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녀교육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할 것이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문제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그 아이와 똑같은 문제 부모가 있습니다. 부모는 효도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효도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부모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부모는 TV를 보며 낄낄 웃으면서 자녀에게는 TV보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인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공부를 안한다, 책을 읽지 않는다라고 속상해 합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공부를 하고 책을 읽기를 원한다면 먼저 그 부모들부터 자녀들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부모가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들도 따라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요즘은 IQ보다 EQ라고 말하는 시대이죠.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서지능, 즉 EQ가 높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안철수는 서울대 의대를 나온 사람이니 남들보다 아무래도 IQ가 높을 것은 틀림없겠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EQ가 매우 높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EQ는 전적으로 부모에 의한 것입니다.



IQ만 높아도 남들 보기에는 성공하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히틀러와 스탈린같은 세기의 독재자들이 대표적으로 IQ가 아주 출중한 사람들이죠. 그러나 그들은 어릴적 가정 환경이 매우 불우했고 따라서 EQ가 매우 낮았습니다. 시대 흐름상 운좋게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되었지만 EQ가 낮다보니 남들에 대한 배려심 대신 의심병과 편집증만 있었고 수많은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말년에는 패망하고 몰락하거나 극도의 편집증에 사로잡혀 스스로 고립된채 불안에 떨다가 죽었습니다.



안철수는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롤모델이 아버지라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저는 그 점이 매우 부럽습니다. 솔직히 "나의 롤모델은 아버지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녀들을 위해 평생을 고생하신 부모님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어릴적 아버지의 막말과 강압적인 태도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열에 여덟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 그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자녀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경우가 열에 여덟은 될 것입니다.



안철수의 아버지는 요즘 신세대아빠처럼 "친구같은" 아버지는 아닙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대신 항상 아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아버지다운 아버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힘들때 돌아올 수 있는 안식처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했다, 라고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신뢰와 애정을 느끼지 않을 자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과"만 중요시하는 것에 있습니다. 오로지 명문대 진학만 지상과제일뿐이죠. 정작 과정에 대해서는 등한시합니다. 결과만 추구하다보니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을 다른 아이들과 끝없이 비교합니다. 망국적인 사교육과 조기교육도 부모가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그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만 안하면 불안해서 보낸다고 하는 것이 설문조사에서 90%이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이기려고만 합니다. 그런데 무슨 EQ가 높아질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했는데도 결국 "실패"라는 결과를 맛보았을때 아이들로서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위로는 한낱 헛소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죠. 설령 명문대를 그렇게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운 적이 없으니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 안철수는 "속도위주", "기능위주", "결과위주"의 교육이 아이를 망친다고 말합니다. 안철수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인재입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가 고등교육을 배운 집안의 자녀치고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때 너무 평범한 중위권 학생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한 독서습관을 통해 기초를 탄탄히 다졌기 때문에 고3에 와서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입시는 물론이고 한 인간의 일생은 너무나 길기 때문에, 단기성과에만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안을 두어야 설령 실패하더라도 아이는 쉽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끈기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조금 똑똑하다고 지래 "영재"라고 판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영재"는 초등학생이 중학생 문제를 풀줄 아는 것, 라고 정의합니다. 그것은 결코 영재가 아닙니다. 창의성을 갖춘 사람이 영재이죠. 그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부모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평생 노력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꼭 읽으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안철수"라는 단어를 떠나 제가 위에서 언급한 "부모로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덕목"만이라도 새겨둔다면 자녀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 맨마지막에는 "안철수 어록"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젊은이들에게 주는 여섯가지 조언"은 누구한테나 명심해야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다고 모두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나은 법입니다.



1. 자신에게는 엄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라

2.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살지말라

3.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라

4.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라

5. 미래의 계획을 세워라

6.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삶의 철학, 즉 원칙을 가져라





※ 서평은 다음과 같이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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