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어지르는 26개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지요?

최명기(청담하버드 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26개월이 되면 아이의 활동량이 증가합니다. 집에 있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계속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지요. 그래서 어지르게 됩니다. 어지르는 것은 그 또래 아이의 본능이기 때문에 어떻게 야단을 치고 말려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있어서 어지르는 것을 사물의 이치를 배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질러 놓거나 흐트러진 것을 어른들이 원상태로 해 놓으면 그것을 다시 어질러 놓거나 엉망으로 만들고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번 어지르면 그것을 다시 원상태로 놓기 보다는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차라리 편한데 어른들 마음이 그렇게 안 되지요. 밥 먹다 어지르는 경우는 어른들은 먹지 않고 아이에게 계속 앉아서 밥을 먹도록 할 때 발생하는데요. 아이가 일단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는 것은 배구 어느 정도 불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때부터 계속 음식 먹이기로 실랑이를 하면 아이는 심심하고 지루하니까 계속 식탁 위 음식이나 물건으로 장난을 칩니다. 그 때는 음식 먹이기를 중단하세요. 하루 세 번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수시로 먹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충분히 어질러도 되는 물감, 찰흙으로 놀게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놀이터에서 모래로 뭔가를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지르면 그 때는 가급적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어머님께 이런 것을 알려드리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경우 아이를 데리고 계속 밖에 나가 있는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부치셔서 힘드실 것입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아이가 뭔가를 어질렀을 때 당장 치우시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 때 그 때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치우는 것보다는 하루 종일 그냥 난장판을 만들어 놓으면 자기 전에 딱 한번에 치우면 되는데 그것이 어려우실 것입니다.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아이가 덜 어지르는 이유는 부모님께서 계속 먼저 자극을 주기 때문일 것입이다. 아이가 어지르는 것은 할머니에 대한 분노 때문도 아니고 아빠,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 나이에는 그러는 것입니다. 당분간 짧게는 5~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어지르는 양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발달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시기입니다. 아이가 어지르지 않게 하려면 지루함이 없도록 먼저 재미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입니다. 26개월 아이에게 전화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언제 집에 온다고 미리 얘기하는 것 역시 부모가 생각하듯이 아이에게 깊게 인식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말하는 것, 듣는 것, 이해하는 것, 기억하는 것이 어른 같지 완전하지 않습니다. 부모님도 3~4살 때의 일 중에 기억이 나는 것이 거의 없을 거예요. 그것은 아직 뇌가 완전히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생각이라는 것은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 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