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라는게 엄마 마음으로만 되는게 아니더군요.
제 딸은 45개월 되었습니다.
한글 보통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배우는 속도는 엄청 빨랐습니다.
특이한 비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계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남의 손에 길러지다 두돌 무렵 놀이방엘 가게 되었지요.
그 전까지 책도 음악도 별로 관심 갖지 못하고, 그냥 길러졌죠.
놀이방에 다닐 때도 약 1년 반을 그냥 재미있게 놀고 왔거든요.
그러다 40개월쯤 되었을때 아이가 자기 가방에 있는 이름을 가리키며 이게 뭔지 어떻게 읽는건지 가르쳐 달라는 겁니다.(그제서야 가방에 적힌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겁니다.)
1년 반을 그냥 무심히 스쳐가다 어느날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처음 글자에 관심을 보이길래 읽고 쓰는법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며칠을 혼자서 읽고 써보더니 그 다음 단계는 잘 먹던 과자 봉지를 들고 와서 마찬가지로 해 달래요. 또 해 줬죠.
그 후론 아주 무서운 속도로 관심을 갖고 늘대요.
다른 비싼 교재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구해서 엄마와 외할머니가 시간 날때 그냥 읽으면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다 따라 읽고 이런 과정 한 2주 정도 했나요.
갑자기 혼자서 책을 보면서 겹받침 빼곤 거의 읽어내려 가더라구요.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되었어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가 관심을 갖게 될때 해 주시라는 거예요.
저도 처음 아이 낳아 욕심이 생겨 온 집안에 낱말카드 붙여놓고 야단깨나 떨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 간식이나 더 챙겨주고, 그냥 놀아줄걸. 그것 만들고 붙인다고 아이 혼자 외로운 시간을 가졌을까 생각하면 반성 많이 됩니다.
아직 아이가 23개월, 4개월이면 어려서 손이 많이 가시겠네요.
다른 아이들 배우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내 아이가 뭘 재미있어하는지 먼저 관심 갖고 보시고, 천천히 시작해 보세요.
아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속도는 엄청 나니까요.
늦게 시작한 제 딸아이 주변에서 놀랍니다.
전 다른 교재들이 어떻게 한글 가르치는지 잘 모르는대요.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어내려가고, 엄마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뭐는 하래, 하지말래' 나름대로 이해해서 이야기해 주니 참 흐뭇합니다.
요즘 재미는요 한 페이지씩 번갈아 읽어가면서 서로 묻고 답하는 것이랍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