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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다독다독 가을이네요...

글쓴이 까망머리앤

등록일 2001-10-12 18:10

조회수 2,0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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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었어요.

추석 시작하기 전 휴일에 어느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갔었죠.
대단한 무엇은 아니고 남편 구두가 너무 닳아서 가을에 신을 것이 없었거든요.
그날은 몸이 참 피곤했어요. 아이가 계속 안아 달라고 해서 짐은 몽땅 제 차지가 되고 남편은 아이를 안아주었죠.

여기저기 다니다 간신히 구두를 구입하고 가방을 찾아서 오려고 지하 매장에 갔는데 차를 타면 목이 마를 것 같아 마실 것을 두 가지 골라 계산대로 갔지요. (남편은 아이랑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고요)
가면서 보니 젊은 남자 셋이 앞에 선 둘은 뒤를 향해 돌아서고, 한 사람은 앞을 보고 마치 동그랗게 선 모양으로 서서 계산하고 있더군요.
일행이려나 싶어 그 옆에 섰어요.

그 오른쪽 옆으로 포장대가 길게 있고 아직 다른 손님 줄이 없어서 제가 두번째 손님인가 생각했어요.
캔 두 개도 들고 있기 힘들 만큼 피곤해서 계산대 옆에서 앞으로 놓고 서 있는데 갑자기 세 남자 중 한 사람이 음료수 두 개를 앞으로 놓고 계산해 달라며 "제가 먼저 왔습니다" 하더군요.

그제서야 일행이 아니었구나 했습니다. 근데 앞의 말은 저한테 한 말이 아니라 계산대의 직원에게 이야기한 것이었어요.
저야 그럼 그 다음에 계산하면 되니 그냥 기다리고 있었고요.
근데 이 사람이 갑자기 절 획 돌아보더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질서를 지켜야지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 뒤로 넘어질 뻔 했어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뭐라 할 상황도 아니고,
너무나 일행인 듯 싶게 서서 이야기를 하기에(물론 이건 그 사람 앞에 서 있던 두 남자가 떠든 것인데 전 당연히 일행이리라 믿었지요)
내가 먼저 해주세요 라고 한 것도 아니니 질서를 안 지키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도 없지만 꽤 속상하더군요.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간혹 그런 일들이 있단 생각이 듭니다.
조금 난 체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자고 이야기 한 것일텐데
사람을 놀라게 하고
오해하게 하기도 하지요.

어쨋든 그 사람도 기분이 나빴으니 그랬겠지만,
저로서도 비난 받을 행위를 하려던 것이 아니니
무척 속상했답니다.

바꿔서 생각하면 저도 그 자리에서 그런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뒷 사람이 된 입장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마디의 말을 아끼면 어떨까 깊게 고민한 적은 있어도
그게 진짜 내 입장으로 느끼며 생각한 적은 없는 듯 합니다.

다독다독 가을입니다.

낙엽이 지면서
추워질 땅에
미리 떨어진 내년의 새싹들을
다독다독 덮어주지요.

조금 남겨서 그 하나가 좋은 감화가 되도록
말이 아닌 행동으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없는 동안 잘 지켜주시려던 분들 덕분에
다독다독 큰 잎이 되어 새로운 기운을 키워주셨네요.
빛이 큰 만큼 그림자도 큰 거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쑥쑥이 개편된단 이야기도 들으셨죠?
개편되면 '수학나라'는 그대로 옮겨갈 예정이니
이 게시판들도 그곳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을 예정이랍니다.

각 영역별로 분화되어 자라게 되는 것이니
새로운 분위기에서 더욱 애정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모두들 행복하시고요.

주말에 '피터팬'을 보러 동방극장에 다녀올 예정인 까망머리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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