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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목마른 엄마들...

글쓴이 은반디

등록일 2003-09-16 11:31

조회수 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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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님 안녕하세요.
요새 공부는 잘 하고 계세요?
대학원 졸업을 앞두신 것은 아닌지요?

늘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

얼마 전에 아이 문화센터 수업을 데려갔다가 수업 시작 하기 전에 몇몇 아이 또래 엄마들을 만났어요. 서너분께서 이구동성으로 묻기를 초등학교 입학 전엔 무슨 전집을 사줘야 하느냐, 과학은 어떤 전집이 좋겠느냐, 수학은 어떤 학습지를 해야 하느냐, 정말 이대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되겠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저도 하나씩 세세하게 물으시기에 그 책은 이러저러 한 것 같아요. 이런 교재도 괜찮아요. 이렇게 구입하시면 가격이 더 저렴해요.. 등등의 설명을 해줬지만 입맛이 참 쓰더군요.

다만 수학은 학습지 시키지 마시라고 그냥 놀이하듯 아이랑 수를 많이 생각하도록 유도하시라고만 말씀드렸지요.

제가 어릴 때 꽤 영특했었대요. ^^;
부모님이 보시기에 말이지요.
그런데 무서운 울 아빠께서 공부를 미리 시켜두면 학교 가서 수업 안 듣고 딴짓할 게 분명하니 아예 공부시키지 말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제게 입학 전에 가르쳐주신 것은 1부터 10까지 숫자 쓰는 법, 숫자 읽는 법, 손가락 갯수만큼 물건을 세는 것과 제 이름 석자였지요. 다행히 1학년은 10반까지만 있었으므로 우리 반을 찾아갈 때도 고생하지는 않았지요. ^^

그 때 성적이 참 가관이지요.
국민학교 1학년 성적표가 정말 양가집 규수거든요.
그 중 유난히 좋은 성적이 산수였는데 그것만 '수'였어요.

그것만 알고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없는 유일한 과목이었나봐요.
근데 제 성적에 대해 아빠는 한 번도 뭐라 하신 적이 없어요.
글자도 방학 동안 혼자 떼고(시골에 놀러가서 너무 심심해서 농민지에 들어있는 1쪽짜리 만화 보면서 글자 배웠어요 ^^;;) 느릿느릿 배워나갔는데 한 번도 성적에 대해 꾸지람을 받지 않았지만 모르는 걸 배우는 것은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딱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 따로 뭔가를 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계속 성적이 올랐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고
이게 유아기이든 학창시절이든 아이가 배우겠다고 해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엄마는 속이 타겠지만 절대 내색해서는 안 되요.
아이 공부지 엄마 공부가 아니니까요.

모르는 문제도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그냥 맡겨두시는 게 좋아요.
참 느리게 깨우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누가 가르쳐준 것보다 스스로 배운 것이 더 오래 남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미분까지는 미리 예습해서 다 아는 것이라 수업이 아주 편했었는데 적분 부분을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수업에 들어갔지요. 정말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 전에 설명을 한 번 훑어봤는데 선생님께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문제를 칠판에 쓰시더니 적분은 미분의 반대 개념이다고 쉽게 생각하고 누가 이 문제를 풀라는 거예요.
마침 우리 반 아이들 중 유일하게 제 이름을 아셨던 선생님께서(올림피아드 준비하느라 따로 배웠거든요) 절 지적하셨지요.

그래서 완전히 백지 상태로 미분을 뒤집어 적용했지요.
예습을 안 했으니 적분상수 C 대신 x라는 미지수를 사용해서 설명을 했지요.
얼마나 콩닥거리던지요... ^^;;

다행히 답이 잘 풀렸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 문제지를 따라 풀어가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빈 노트에 수학 개념 정리 부분을 문제만 써두고 책이나 지침서 없이 정리를 스스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풀어나갔어요.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그 시기 공부법을 보고 선생님들께서는 꽤 기특하다고 하셨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성적과 무관하게 수학을 즐기는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네요. ^^;;

제가 사용한 방법은 수학을 즐기고 제대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시험에 유용하지는 않습니다. 이 방법을 처음부터 사용했다면 모르겠지만 학습지에 길들여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겐 그리 쉽지 않은 방법이지요.

하지만 이미 문제지를 많이 경험해둔 상태라면 수학 정리를 개념부터 다시 해나가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방법은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이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유아 수학은 예전이 이영미님께서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한 것처럼 딱 한 걸음만 앞서서 가시면서 기다리시는 방법이 마찬가지로 유용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이가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도록 나아가게 해주는 역할과 약간의 방향제시만 주고 늘 기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하세요.
그리고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믿으세요.
그게 원인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교육법이라 생각합니다.

- 까망머리앤 또는 은반디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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