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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것을 배우면 쉬운 것은 저절로 알 수 있지 않을까?"

글쓴이 서로맘

등록일 2001-09-08 14:20

조회수 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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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것을 배우면 쉬운 것은 저절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옛날에 한참 이런 생각에 젖은 적이 있었어요.
학원 강사를 하던 시절에 특히....
어떤 상업적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진짜로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할 때 이 부분을 많이 강조 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그렇게 가르친 아이들이 중학생을 거쳐,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고 보니....
그 아이들이 쭉 자라가면서 공부하는 과정을 제가 직접 보거나 전해 듣거나 한 것을 종합해 보니, 제가 그 이전에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현재의 결론은,


어려운 것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서, 이것들을 배운 후에 실제로 쉬운 것을 저절로 익힐 수 도 있고, 그 반대로 쉬운 것 까지도 무너질 수 있다...

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서점에 갔다가 초등학생 수학경시 문제집을 보았는 데 초3 과정이 매우 어렵더군요.
초2 까지는 경시문제집이랄 것도 전혀 없다가 갑자기 초 3이 되니까 학교 과정을 훨씬 앞서는 문제들이 나오더라구요....

만약 어떤 어머님이 '이런 문제를 풀면 학교서 하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하겠지?'하면서 이런 문제집을 사다가 아이에게 시켰을 경우를 상상해 보았어요.
아이가 엄마랑 씨름(고민)을 해 가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아예 어떻게 설명 해야 할 지를 모르겠는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어려운 문제를 대해 봐야 한다...그런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앞세워서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면서 문제집을 푼다면....?

어쩜 아이는 이런 상황을 통해서 '수학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장래(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수학을 해야 한다는 현실)를 생각하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요.

근데 더 심각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현재 지식을 넘어서는 무리한 이해를 강요(자신이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결국 스스로에게 이해하기를 강요하는 게 되겠지요)하다가 어쩌면 아주 기본적인 원리 같은 것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주장하는 그 증거(?)는. 다음과 같은 대화에 있어요.
(제가 예를 든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집도 곧잘 풀고 학교 성적이 중간 이상이며 수학에 대해 별다른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는 학생들이라고 보여지는 학생들입니다)

"함수가 뭐야?"(중2에게....함수의 수학적 정의는 중 1에 나오고, 대응관계에 대해서는 초등과정에도 있습니다)
-"직선이요"

함수의 정의가 직선??
함수를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의 가장 간단한 예로서 직선을 배운 거겠지요....

또 있습니다.

"미분이 뭐야?"(고 3에게....미분은 고 2에 나옵니다)
-"기울기"

미분의 정의가 기울기?
미분의 수학적 의미를 도형적으로 알아보기 쉬운 예로서 '기울기'가 나왔었겠지요...

아이들이 이렇습니다.....
윗 학년 문제들은 그 학년에겐 어렵지요...근데 어려운 것을 미리 배우면 수학이 좀 쉬워질까 해서 배웠다가, 정작 그 학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을 소홀히 하게 된다면, 어려운 문제를 풀음으로써 그 학년(단원)에서 중요한 수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하면, 원래는 중 1 내내 함수의 정의를 배우는 데, 그 정도는 쉽다고 한번 쉭- 하고 지나가고 나서 곧 바로 중 2에 나오는 어려운(?) 함수를 배웠다가 결국은 함수의 정확한 정의도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따라서 제 생각은, 단지 '어려운 것을 하면 쉬운 것은 저절로!'라는 생각이 어쩌면 매우 위험한 생각일 지 모른다는 겁니다.

만약, 현재는 이것을 단지 높은 학년들의 얘기라고 젖혀 놓았다가 어느 순간 아이와 엄마 앞에 현실로서 정면으로 맞딱드릴 때가 올 지도 모르지 않나요?
아예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안하고 있거나, 학년이 올라가다 보면 어찌어찌 되겠지...하고 막연히 있었는 데,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보니 기초실력이 부족하다는걸 알았다면??? 때는 이미......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당장의 문제에만 신경쓰시는 분들이 혹 계실까봐서요....
(제가 그랬거덩요*^^*)

***추가:
엄마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부가 중요하다면 왜 중요한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런건지 등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일단 그것에 대한 관점이 충분히 세워졌다고 해도 항상 '그 다음'이 남아 있지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 다를 것 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은 개인의 삶이겠지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신 엄마들 중에서 아이를 괴롭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잘 해 주고 싶어서,
더 높은 단계, 더 빠른 단계(가 좋은 것 같아서)를 찾아다닌 경우에 대한 것 입니다.
'더 어려운 것을 하면 쉬운 것은 그냥 되지 않을까' 싶었었는 데, 돌아보니 실제로는 아이가 학습에 대한 흥미 뿐만 아니라 기초 실력 자체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었습니다.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따라서, 어려운 것을 공부해서 쉬운 게 더 쉬워질 수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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