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컴퓨터 앞에서 모든 일을 하고 하루를 보내다가 오늘은 참으로 오랫만에 인터넷을 열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여러 일들...

1. 초등1학년은 뭘 해도 귀엽다... ^^

두 사내아이가 건널목에서 투닥투닥 싸웁니다.

정말 싸웁니다.

신호가 바뀌자 둘 다 건너서 한 아이는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고

다른 아이는 왼편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오른쪽으로 가던 아이가 언제 싸웠냐는 듯 소리칩니다.

- 잘 가! 선생님께 일러도 되지?

- 어! 나도 이른다!

따라가면서 연신 웃음이 나오는 걸 참았습니다.

제 딴엔 얼마나 진지한지 얼굴빛이 사뭇 굳어 있습니다.

2. 집은 창고가 아니라 공간입니다...

우리 집이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해 내내... 방치된 공간에는 여기 저기 책이 쌓여서

정말 정신이 없었지요. 딱 창고 수준이었습니다.

그곳을 정리하니 공간이 나오더군요.

그 공간에서 좀 여유부릴 마음을 가져봅니다.

3. 대낮 집앞 골목은 조용한 햇살이 가득하다...

아이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

아이는 늘 학교 끝나면 피아노학원에 갔다가 할머니댁에서 머물었기에

늘 9시가 넘어서 집에 오는 엄마와 밤길을 걸어서 집에 갔었답니다.

대낮에 우리 집 앞 골목에선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어떤 빛깔이 있는지

참 궁금했는데 드디어 그 풍경을 만끽합니다. 그게 좋아서 속으로 감탄하다가

아차... 울 딸도 대낮에 집으로 가는 평일은 거의 없었겠구나 생각합니다.

- 너도 대낮에 우리 집에 가는 건 처음이지?

- 당연하지!

우리 식구들이 제가 집안 일을 잘 못 해도 지금 나름의 행복을 즐기는 이유를 생각합니다.

4. 혹시 이거 반란이냐?

제가 저녁 식사에 밥을 제대로(?) 차렸습니다.

찌게도 하고 뭔가 반찬도 만들고 밥고 바로 지어서 올리고...

그러자 울 남편이 삐딱하게 말합니다.

- 혹시 이거 반란이냐? 나도 집에 있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반항이지?

예, 나름 집에 사는 여자답게 차려 볼 수 있는 저녁이 고맙습니다.

5. 아침엔 학교까지 손 잡고 아이와 걷고, 방과 후엔 동네를 누비는 여유를 누리고도

집에 오면 6시가 안 되는 새로운 "생활의 발견"!

하루가 이렇게 긴지 참 몰랐습니다.

제가 집에 있으니 남편도 이래저래 일찍 들어오기 때문에 온 가족이 좋아하는 집을

중심으로 모일 시간을 맘껏 누립니다. 그러고도 하루가 아직 밤이 안 되었다는 사실에

서로 놀랍니다...

6. 현재... 쉬는 것을 즐기는 중입니다... ^^

제가 현재 누리는 것은 최대의 휴식입니다.

약속도 하루에 몰아서 잡지 않고 하나씩 잡아서 충분한 하루를 만끽합니다.

하루를 오롯이 즐기고 마무리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놓친 일상이 생각보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