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어다니던 시기엔 언제 아이가 자라서 "대화"를 나눠 볼까 싶더니, 그 아기가 다 자라도록 엄만 아이가 자란 게 믿기지 않습니다. ^^;;

가끔 생각을 바꿔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엄마라면 늘 하는 말 하나를 거꾸로 상상해봅니다.

[Old Version]
엄마 : 공부 다 끝내고 놀아야 되! 숙제도 많고, 곧 시험도 있잖아. 그거 언제 다 하려고 그래. 노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공부 끝내고 나중에 놀아. 알았지? 너 공부 안 하고 그냥 크면 나중에 바보 되. 너도 알지? 옆집 철이는 지난 번 시험에 만점이었잖아. 너 그 때 하나 틀려서 엄마한테 혼났지? 하나쯤이 아니라니까! 하나 틀리면 반 등수가 다섯은 더 내려간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겠니. 이젠 너도 다 컸으니 시키지 않아도 공부할 때잖아. 아무튼 공부 끝나면 엄마한테 채점해달라고 하고. 엄마가 표시해 둔 학교 수업과 관련된 동화책 읽고 논술 답안지 답 채워놔.

[Inee's Mommy Version] 
엄마 : 무슨 공부를 벌써 한다는 거니? 얘야, 노는 거 다 하고 나중에 시간나면 공부해도 충분해. 공부가 뭐 그리 대수니. 네가 하고 픈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까짓 숙제 좀 안 하면 어때. 선생님께 혼나긴 하겠지만 엄만 뭐라 안 할게. 시험이 뭐 그리 중요하니. 지금 네가 상상하는 즐거운 놀이가 얼마나 많을텐데. 놀기도 바쁜 데 하루가 왜 이리 짧은지 ...

이니 엄마인 저는 대략 난감한 표현을 늘 합니다... ^^;;
공부나 숙제를 안 하는 것이나 하는 것은 이니 몫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거꾸로 노는 것을 더 강조하지요.

하지만 어제는 '시험' 타령을 좀 했습니다.
성적 문제가 아니라 시험 볼 때 기분 나쁠 정도로 모르는 게 많거나 안타깝게 틀려서 약오르지 않게 하려면 조금은 들쳐봐주는 센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죠.

사실 오늘이 시험일인데 학습지를 들쳐본 게 어제 밤 10시 반이 넘어서입니다.
자야 할 시간에 학습지를 들쳐보다니... 제가 좀 무리했지요. ^^;;

이니에게 몇 가지 짚어주려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 적어주면서 흟깃 살펴보니 초등3학년 사회가 만만치 않게 어렵더군요. 정답지를 나란히 꺼내두고 답이 이렇다네... 엄마도 몰랐어, 하면서 떠듭니다.

그러다 까무룩 잠듭니다.

성적, 까짓 점수는 제 몫이 아니라 이니 몫입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낸 것도 이니 몫이고,
앞으로 해 나갈 것도 이니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