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마시멜로 이야기"란 책을 읽으셨나요?

지난 겨울 책을 구매하면 2006년 다이어리를 준다기에 무슨 책인지 확인도 안 하고 구입했던 책이었어요. 책을 받고는 읽어야 할 책 쌓아둔 곳에 그냥 던져 두었는데(당시 읽던 책들이 워낙 많았거든요^^) 얼마 후 도서 판매 1위를 하더군요.

 

왠지 남들이 다 읽는 베스트셀러 읽기가 싫어서 내쳐 책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

 

오늘 우연히 그 책을 다시 찾아 읽다가, 아직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느낀 점이 있어 간략히 적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요점은 눈 앞에 있는 먹고 싶은 '마시멜로'를 덥석 집어 먹지말고 미래를 생각해보고 기다려봐라 하는 내용입니다. 성공한 주인공인 조나단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바로 이런 '마시멜로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요.

 

마시멜로 이야기는 사실 일종의 실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한 심리학자가 5살 무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합니다.

아이마다 따로 나뉘어진 방에 들어가게 되는데 곧 누군가 들어와서 아이에게 마시멜로 한 개를 주면서 15분 후에 다시 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다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는 것이지요. 15분만 기다리면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지만 5살 된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놓고 기다리는 15분은 세상에서 그렇게 길 수 없는 시간이지요.

 

한참을 기다린 아이에게 마시멜로가 하나 더 주어진 후 다시 십 년 정도가 더 흐른 후 같은 테스트에 참가했던 아이들의 성장 과정 결과를 조사한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이 기다리지 못 한 아이들에 비해 더 잘 성장했더라는 것이지요. 즉 자기 내부 제어가 가능한 아이들은 성적도 상위권에 속했으며 자라는 동안 '고통을 참고 기다린 후 얻는 보람'에 대한 각인이 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감각도 더 뛰어나다는 것이지요.

 

여기까지가 책의 일부에 해당합니다.

제가 떠오른 것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제가 국민학교 1, 2학년 무렵에는 아빠와 함께 매 주 일요일이면 산을 두 개나 넘어서 신림동에서 시흥에 있는 교회까지 다니곤 했습니다. 일부러 건강에 좋으라고 아빠가 매주 산을 두 번씩 넘어서 데리고 다녀주신 것인데 어느 날 산을 넘어 올 때의 일입니다.

 

아빠는 산을 다 넘어 가서 '바나나우유'를 사주시기로 했습니다.

거의 집에 다 온 시점부터 이 '바나나우유'를 찾기 위해 작은 가게가 보이면 어디든 들어갔는데 그 날따라 바나나우유가 있는 가게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느라 더위에 지쳐 어떤 종류라도 좋으니 그냥 우유를 먹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마침 한 가게에 갔더니 그 당시 처음 나온 '종이팩에 든 흰 우유'가 있더군요. 그 당시 처음 본 우유팩 모양에 혹 해서 결국 바나나우유 대신 그 우유를 먹겠다고 했지요.

 

결국 전 거의 10번 이상이나 들러서 확인한 한 가게에서 찾던 바나나우유 대신 겉 포장이 괜찮던 '흰우유'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옆 가게에서 '바나나우유'를 찾았답니다! 아빠는 바나나우유 한 병을 고르셔서는 정말 단 한 모금도 안 주시고 혼자 드셨지요. ^^;;

 

아버지 曰

"거 봐라. 바나나우유 파는 가게가 곧 나오지. 네가 선택한 것이니까 넌 흰 우유 먹고, 난 바나나우유 먹는 거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지도록 늘 가르치셨던 분이셨지요. 이 상황에서도 아빠에게 졸라서 바나나우유 한 모금 얻어 먹는 일은 꿈도 꾸지 못 할 일인 게 당연한 것이고요.

 

또 한 번은 아버지께서 1000원을 주시면서 겨울에 사과를 사오도록 하신 적이 있습니다.

꽤 추웠던 기억이 나는 것으로 봐서 12월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밤이라서 과일 가게는 딱 한 곳만 열려 있었지요. 사과는 세 종류가 있었는데 10개 천원, 5개 천원, 그리고 무려 40개 천원으로 나뉘어 있었지요.

 

어린 맘에 양이 많은 게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전 40개짜리를 골라갔는데 그건 정말 그냥 먹는 사과가 아니었어요. 거의 아무 맛도 안 났거든요. ^^;; 엄마와 남동생이 투덜댔지요. 저도 하나 먹어 본 후 후회가 되었지요. 그 많은 사과를 어찌 해야 하나 싶은 맘에 걱정도 되었고요.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사과를 딱 가족 수만큼으로 나눠서 각자에게 주시면서 추운 날 고생해서 사온 것이니 모두 남기지 말고 며칠이 걸리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솔선수범해서 사과를 절반 이상을 드셨답니다!

 

가족을 대표해서 일을 처리하다가 실수한 것은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눠서 해결할 일이란 것을 일깨워주셨던 것이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또는 '바나나우유 이야기'처럼 내가 뭔가를 끝까지 바라고 노력하여 기다렸다가 성취한 일은 얼마나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이 잘 안 될 때 신포도 증후군처럼 '그건 생각만큼 괜찮은 일은 아니었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달래고 포기하는 것에 더 일각연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지면서요.

 

인생이 얼마나 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 반은 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노력해서 얻는 결실의 기쁨을 꼭 누려보려 합니다.

 

이런 생각 중에 피식 떠올라 웃은 이야기 하나...

 

질문 : 바늘 하나로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은?

정답 :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바늘로 찌른다.

 

그 사람 멘트처럼 해보자구요.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