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돌아온 이니가 갑자기 하는 말.

이니 : 엄마가 우리 반 엄마 중에서 가장 좋은 엄마 같애.
엄마 : 왜?(음...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이냐...!)
이니 : 왜냐하면 내 뒤에 앉는 **가 있거든. 걔가 이번 시험에서 18점 맞았다고 엄마한테 혼났대.
근데 난 0점 맞아도 엄마한테 안 혼나잖아.
엄마 : 하긴...(이게 뭔 소리냐...??)
이니 : 실은 시험 정말 어려웠거든. 그래서 나도 18점 맞았어. 그래도 괜찮지?
엄마 : ㅠ.ㅠ

기말 고사 성적은 실기나 기타 평가와 함께 합산되므로 25점 만점이라고 합니다.
18점이면 이니가 받아온 시험 성적 중에서는 사실 바닥입니다.
따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아무리 못 봐도 21점은 넘었으니... 바닥은 바닥이지요.

하지만 이니가 미리 엄마를 칭찬해줬기 때문에 저도 아무 말 못 합니다.

엄마 : 시험이 어려웠구나. 하긴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시험 봤으니 그 정도면 잘 나온 것 같다, 그치?
시험 전 토요일엔 서울랜드 놀러갔었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교회 가 있었고 힘들다고 숙제 대충 하고 잤었잖아. 월요일이 시험인데 말이지.
이니 : 그러게.

초등 3학년이 된 이후로도 성적은 적당히 중상위에 있습니다.
그 성적이 그대로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이유는 정말 특별히 하는 게 없으므로 학교에서 배운 것과 숙제 해 간 것으로 잘 버티는 중입니다. 그게 나름 용합니다. 참으로 용합니다. 그래도 본인이 못 하는 축에 든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또 감사합니다.

사실 아이 성적이 안 좋은 경우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기 쉽고, 이런 감정이 학교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감의 결여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니는 목표가 그리 높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성적에 대해 나름 초연해서 그런 것인지 시험 성적 정도로는 결코 '자아존중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고맙게도요! 그래서 이니는 시험에 대해 크게 당황하지도 않고, 시험을 볼 때 본다는 심정으로 차분하다 못 해 별 인식 없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큰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니 성적은 이니 성적이니까요.
그리고 나름 이번엔 상을 못 타도 다음엔 탈 거야 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으므로(점수엔 별 관심 없으나 상을 준다고 하면 무척 받고 싶어하며 공부하려 합니다... 상을 많이 받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아이 성격을 갖고 있지요 ^^) 불행해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이니 덕분에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는 엄마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