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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 만추 즐길 수 있는 곳[세계일보]

글쓴이 더불어숲

등록일 2004-11-09 03:09

조회수 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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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니? 가을이 가는 소리
 ◇어느 깊은 산속이 이토록 운치 있으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담소하며 걷고 있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며’가 생각나는 시기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낙엽이 쌓인 거리를 거닐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음미하며 생활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에 좋은 계절이다.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공짜로 낙엽을 밟으며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하늘공원=서울에서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뭐니뭐니 해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 하늘공원이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 지하철역사를 나서면 가로수로 조성된 단풍나무들이 붉고 노란 옷을 입고 반긴다. 성산대교 방향으로 10여분을 천천히 걸으면 공원 입구에 닿는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2.4㎞. 순환버스가 무료로 정상까지 운행되지만, 통나무 원목으로 만든 계단을 오르는 것이 계절을 즐기기에 좋다. 290여 계단을 오르는 데는 10여분 정도가 소요된다.

정상에 오르면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북동쪽을 바라보면 북한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동으로는 남산이 등성이를 보이고, 남으로는 한강이 63빌딩과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흐른다. 그 너머로는 관악산이 우뚝 하다. 눈을 서쪽으로 돌리면 행주산성이 시야에 든다.

5만8000여평의 하늘공원은 물 빠짐을 안배한 듯 남북쪽이 높고 동서쪽이 낮다. 억새밭은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는데, 바람이 불면 억새들이 하늘거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산책 나온 시민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억새숲에 파묻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공원 남쪽에는 높이 30m의 풍력발전기 5기가 서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낙엽거리=주중에도 도심거리를 걸으며 만추를 느낄 수 있다. “남녀가 함께 걸으면 꼭 헤어진다”는 괴담(?) 때문에 연인들에게는 기피장소 0순위에 올라 있지만 그럼에도 덕수궁 돌담길은 손꼽히는 낙엽거리다. 800여m의 도로 양편에 서 있는 200여그루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하얏트호텔까지 이어지는 2.6㎞의 소월길은 떨어지는 은행잎들로 노랗게 물든다. 동십자각∼삼청터널의 삼청동길은 인왕산의 단풍과 어우러져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

육사 입구에서 삼육대학교까지 4㎞의 화랑로는 1200여그루의 버즘나무가 단풍 터널을 이뤄 산책길로 제격이다. 상가가 없어 한적한 길따라 낙엽을 밟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고, 태릉사격장에 들러 클레이 사격 등도 즐길 수 있어 특히 연인들에게 좋다. 이 밖에 서강대교와 파천교 사이 여의서로에서 우수수 낙엽을 떨구고 있는 650여그루의 왕벚나무들과 겨울 준비에 들어간 석촌호수의 버즘나무들도 운치가 있다.

◇한국민속촌의 오솔길.

◆백일장과 사진 공모전=가을의 정취를 글로 쓰거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은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찾는 게 어떨까. 민속촌은 21일까지 ‘가을풍경 백일장 및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 대상과 우수상 등 수상자에게는 관광문화상품권을 나눠준다.

민속촌은 진입로부터 가을빛을 뿜어낸다. 길 양쪽으로 30년 이상 된 은행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며 쉴새없이 노란 잎들을 떨어뜨린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노란 비’가 뿌려지듯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

매표소를 지나면 느티나무와 대추나무, 모과나무, 산사나무 등에서 떨어지는 갖가지 모양의 낙엽들을 볼 수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 사이로 떨어진 낙엽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특히 금련사 올라가는 길과 민속촌 내에 흐르는 개울을 따라 이어진 3㎞ 정도의 냇길이 아름답다.

민속촌은 전통적인 가을풍경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초가 지붕 위에 널린 빨간 고추와 마당 멍석에 널린 볍씨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낙엽을 쓰는 촌로와 그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의 모습에서도 어릴 적 시골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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