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가족 레시피
학창시절,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멋진 장면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훈훈한 이야기 한 편은 소중한 일기책에 담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대의 대표 급 불량가족의 십대 소녀, 여울이를 통해 이 시대와 그동안 걸어온 시대의 청년의 꿈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날 수 있었다. 도덕시간에 주어진 과제가 자서전을 쓰는 것이다. 수행평가라는 말 때문에 좋든 싫든 강제성을 띈 막중한 과제라 할 수 없이 자신의 가족과 주변을 낱낱이 살펴본다. 예민한 나이에, 자칫 자신의 신변에 대한 일들이 평생 따라붙을 오명은 남기지 말아야 할 텐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자서전에 오를 이야기를 찾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가전제품이나 구입한 상품이 불량이라면 얼마든지 교환이나 수리 그리고 환불이라는 대책을 세워보겠지만, 상태 불량한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디 인간 불량은 고쳐주는 곳이 없을까? 사랑이라는 이름하나로 남남이었던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지만, 상대방을 고칠 수 없다는 결론은 우린 이미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고치려고 하면 할수록 관계에 비상이 걸리고, 심지어는 결국 파경을 만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말이다. 맞춰 살려는 노력이 없다면 관계개선은 불가한 일임을 신문, 방송이 이미 증명해 주었던 일이다. 하물며 생각이 다른 각각의 사람들이 한마음을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월세 보증금이 언제 바닥이 날지 모르는 집에서, 엄마의 자리는 부재중, 아빠는 경제위기의 현재 시점에 경쟁에 떠밀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실정이고, 뇌졸중의 쓰러진 삼촌, 팔순의 나이에 가사노동을 담당해야 하는 할머니, 배다른 형제들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조합이 바로 불량가족의 현주소이다.
어디서 구차스런 막장 출연진들을 다 모아놨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이 시대의 구석구석을 다 뒤진 흔적이 역력하다. 처음 이 책의 「불량가족 레시피」라는 제목을 접하였을 땐 호기심이라도 있었지만, 책 속으로 이어진 세상에서는 가장 상태 나쁜 사람들이 한 집에 다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차하면 가출을 하겠다고 기회를 노리는 아이, 한 술 더 떠, 욕쟁이 언니가 먼저 가출을 했다.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한 여울이의 언니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가출도 용기가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을까?
흔히 불만을 표현하는 일로 가출을 떠올린다. 자신의 존재감의 상실로, 때로는 요구사한의 관철을 위한 가출을 연상한다. 이 가출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층에서 과도기라고 표현하면 맞는 표현일까? 현실에 대한 괴리감으로 일탈을 시도하는 가출, 이 책의 주인공인 여울이는 다른 엄마를 둔 형제들 사이에서 갈등한다. 누구 한사람, 여울이의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핏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원하지 않았던 존재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구박을 받으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학교라고 편안할까? 집안 형편이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아가는 곳, 무리를 지어 또 다른 집단을 형성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어느 곳 하나 마음 둘 곳이 없으니 날마다 여울이는 일탈을 꿈꾼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동안 들었던 정보를 총 출력하여 언제가 있을 가출을 계획한다. 어떻게 보면 치밀함까지 엿보이는 계획, 언젠가는 실현될 일일지도 모른다.
청소년기 가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여러 견해로 표현되는 것을 볼 때, 장차 이 나라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분명 적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 가출의 원인을 나름 생각해 본다. 청소년기는 감정적이며, 예민한 시기라는 것, 이에 자극을 받으면 충동으로 이어져 어디까지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원인이라면 부모의 지나친 기대, 간섭 또는 과잉보호 다른 측면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 부모의 불화, 열등감, 자기 존재감의 상실 등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일의 원인을 알면 그 해결책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불행 앞에서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사람이요. 또 하나는 나는 잘못이 없고 남을 탓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 자신의 문제라면 최소한 조용히 내면의 문제로 자신의 감정을 바깥으로까지 표출하여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의 탓을 일삼는 사람은 불행이 생각날 때마다 시종일관 거듭거듭 다른 사람들에게 푸념이나 원망을 늘어놓는다. 좋은 말도 하루 이틀인데, 기한을 알 수 없는 원망의 말들은 나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엄마 없는 곳에서 아버지의 집에서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사람들과 한 집에서 살아간다. 그것도 원망을 들으며 말이다. 그런 여울이의 하루하루가 측은하고 안쓰럽다. 나쁜 일은 겹겹으로 겹쳐서 온다고 했는가?
고 3이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일을 도와야 하는 까닭에 공부할 시간이 없는 언니, 결국 가출을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요즘 어느 집에서나 들을 수 있는 아빠와 딸의 대화인가 어디?
“내가 아빠 일 거든 게 지금 몇 년째예요. 이래 갖고는 영원히 대학 못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난생처음으로 아빠한테 부탁했잖아요! 다른 아이들은 독서실이다, 학원이다, 과외다 난리 치고 있는데.........”
“어디서 내 핑계야! 넌 내일 안 도왔어도 대학 못 갈 놈이야. 게을러 터져서 틈만 나면 곰처럼 자잖아. 그리고 너, 한번이라도 아빠 입장 생각해 봤어? 맏딸이면서 말이야....”
P.93
한창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장래 희망에 부풀어 있을 나이인데...... 경제적인 이유로 또래의 무리에도 끼지 못하고 가사를 살펴야 한다니.....
사실 가출은 충동적으로 나가는 게 맞지만 그렇게 나간 아이들을 보면 모두가 개고생을 한다. 다시 집으로 개 끌려오듯 돌아오는 경우는 정말 최악이다. … 그래서 나는 가출이라는 말 대신 출가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p.10
언니가 가출한 덕에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생겼다. 어떤 날은 거의 모든 시간을 채권자 리스트를 분류해 등본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데 보내야 했다. p.149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따발총 같은 잔소리는 절대 늙지 않는 할매, 노인이라고 얕봤다가는 큰코다칠 정도로 꼬장꼬장한 슈퍼 할매다. p.9
사업이 기울자 서류상 이혼을 한 삼촌, 결국 돈이 없으니 이혼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아빠는 무리하게 채권추심 정보를 다른 거래처에 유출시킨 죄목으로 결국 구속되었고.
여울이는?
사회의 구석구석에 암울하고 기막힌 사연을 가진 집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
건강한 부모님 밑에서 특별한 걱정 없이 얼마나 행복인지를 깨닫게 해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하루의 끼니를 걱정할 일은 아직 없기에.
귀가할 집은 있는 까닭에.
오히려 공부하고 싶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고민이 그 보다는 좀 행복한 것일까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친구들과 함께 놀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이 조금은 나은 고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가족이 지닌 면모 중에서 이 책은 불량 가족이라도 뿔뿔이 흩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방황하는 십대들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배회하는지....... 어떤 생각 때문에 번민을 하는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내 가족부터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 곳곳에서 잘 박힌 못과 같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며 빛을 내는 그 날까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부분임을 절감한다. 청소년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읽은「불량가족 레시피」는 오늘날 이 시대를 자세히 조명해 주는 현미경이다.
가족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서로 얼마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노력하며 살아가는지가 중요한다는 것을 새심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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