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자면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이랴. 가정에서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사 눈치 보기, 동료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동원해야 하는 세상의 아버지들, 그들의 등이 무겁게 느껴진다. 만자라서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남자는 강한 존재, 어떠한 경우에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세뇌당하며 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지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했다. 그래서 세심한 부분의 심적인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산업사회, 특히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남기가 어려운 세상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쏟아지는 까닭에 숨조차 고를 겨를이 없이 바쁘게 일하는 도구로 전락하기 쉬운 존재들이다.
수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아무리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신세한탄으로 술을 택한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땐,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는데 술을 마셨을 땐 마치 딴사람이 된 것 같다. 주변에 아이 친구의 아버지인데, 주량이 센 것도 아닌데, 술만 마시면 집을 못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얼마나 힘들고 사는 것이 고단했을까하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계속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가족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사람을 보았다. 이 책 속 좁은 아빠에서도 현주의 아빠는 술만 먹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 온 동네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의 괴로움을 가족들에게 안겨주는 사람이었다. 분명 자신의 자녀들이 어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자신의 부인 또한 생활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건만 온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진 듯 술에 절어 반쯤 혼미한 상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아이의 생일 선물이 ‘아빠의 금주’일까보냐.


소통할 통로가 필요했던 것일까? 현주의 아빠는 술에 취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들었다 놓아 현주 아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라니 엄마는 물론이요, 한창 예민한 나이의 현주, 그리고 어린 민두의 근심거리였다. 열심히 벌어서 부지런히 저축하며 살아도 부족한 살림살이, 아이들은 아빠의 이런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여느 때와 같이 잔뜩 술에 취한 아빠를 부축하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금주 클리닉, 술과 담배를 끊게 함은 물론 체중조절까지 완벽하게 책임져준다는 말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록 거금을 들여야 하지만 온 가족이 건강하게 맑은 정심으로 행복을 회복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이다. 각본에 짜여진 대로 진행하는 줄만 알고 병원에 입원, 그런데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아빠는 위암을 진단받았고 암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는다니, 청천벽력 같은 일이 어디 있을까.
| 아빠가 쉬는 만큼 엄마가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엄마는 논술수업을 반으로 줄였다. 아빠한테 붙어 있어야 하니까 어쩔수 없었다. 아빠는 괜찮다고 했지만 당장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 했다. 우습기도 하고서글프기도 했다. 아빠는 벌을 받는 거다. 예전에 엄마 속을 썩일 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을 몰랐을 거다. 벌은 아빠 혼자 받아야 하는데 우리 가족이 모두 벌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 아빠가 그걸 알아줄까? - p.123 |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읽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던 책이다. 갈수록 마음이 먹먹해 지는 이야기이다. 술과 거리가 먼 아빠와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거리가 먼 이야기이지만 친구를 보며, 그 집의 환경을 보고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술먹는 아빠가 있다면 무척 속상할 것 같다는 말을 아이들이 주고받는다. 더군다나 자신들에게 소중한 아빠가 큰 병에 걸렸다면........ 상상도 못할 이야기라고 펄쩍 뛴다. 책의 전반에서 전개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상황에 들어가서 사태의 심각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병상에서 질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재발한 암은 무엇이며, 암은 왜 걸리는 것인지....... 원인을 살펴볼 수 있었고, 얼마나 위험한 병인지를 알게 되었다. 건강이 왜 소중한지도, 가족 간에 대화가 얼마나 중요하며, 서로를 위해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병원에서 만나 선우를 통해 사람이 어떤 마음을 지니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많은 깨달음을 준 멋진 책과의 만남이었다.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때는 희망보다 절망적인 소식이 많은 세상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야 할까 등등 많은 생각이 오간다. 그리고 확인하는 것은 사람은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는 나름의 결론도 맺어본다.
나는 창 크기만큼 방바닥에 자리잡은 달빛 가운데 누웠다. 내가 누우니 방바닥에 고여 있던 달빛이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달빛을 덮으니 금방 잠이 왔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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