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은 책인데.. 이렇게 많은 내용이 담길 수 있네요.

저는 [엄마는 생각쟁이]를 이번 기회에 처음 접했습니다.

왜 이제야 만났을까.. 아쉬울 정도네요.

저랑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는 점이 많아서 반가웠고요.

저보다 앞선 생각, 깊은 생각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달의 생각거리 - 강남엄마들은 절대로 큰인물을 키울 수 없다>였습니다.

제목부터 요즘 트렌드와는 너무 다른 도발적(!)이기까지 한 글이.. 이 책이, 팔리기를 포기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하더군요.

강남 엄마를 따라해야 아이가 성공할 수 있다며  강남 엄마가 쓴 책, 강남엄마가 산 책, 강남엄마가 추천한 책 등 온갖 강남 엄마를 앞세운 책들이 서점가를 판치는 세태에..

이렇게 과격한(!) 제목이 있을 수가 있을까 하고요.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 <...쓴소리>를 쓰신 문용린 교수님께서 사람됨 교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쓰신 글이더군요.

편집장님이 쓰신 '아이가 자라는게 두려운 부모들께'라는 권두언과 더불어 <엄마는 생각쟁이>라는 책이 엄마들과 어떤 생각을 나누려는 책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곳곳에서 저의 아이 생각을 엿보기도 하고, 엄마로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제 부끄러운 속내를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 생각듣기>에서는 우리 아이도 친구들에게 "우리 집은 잘 살아"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그럴 수도 있으리란 생각에 앞으로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 지 고민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Q&A>에서는, 요즘 유독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어 엄마의 신경을 긁는 아이가, 사실은 거꾸로 엄마인 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리라는 깨달음도 얻었고요. <그림에 담긴 아이 마음> 코너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어린 딸아이 마음을.. 저는 항상 궁금해하고 있었는지.. 이런 글이 무척 관심을 끌더군요. 혹시 이야기 속 아이 마음 속에 제 딸아이의 마음도 숨어있을까 싶어서요.

<파리통신 - 프랑스 아이들의 수면법칙>을 읽으면서는, 초등 3학년이 되도록 엄마가 옆에 눕지 않으면 잠들지 않아 밤 11시에 잠들기 일쑤인 제 아이의 잠버릇을 꼭 고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새로게 가졌습니다.

그리고..

<영어 앞에서 엄마야~ 기죽지 마라>를 읽으면서는..

제가 요즘 아이 영어 공부 때문에 진짜로 진짜로 고민이 많았거든요.

얼마전 1년째 하던 방문영어학습을 끊었습니다.

아이가 처음엔 재미있게 따라했는데.. 아이가 좀 잘 따라간다 싶었는지..담당교사가 스케쥴을 너무 많이 짜 교재밀어넣기를 하는 건지.. 일주일에 6일동안 하루 2시간 가까이 하는 공부에 애가 너무 치여서요.

이건 아닌데... 싶어 끊었는데..

6~7세때 시내 외국문화원 어학원에 다녀봐서 원어민 영어수업의 한계도 알고, 학원수업의 한계도 뻔히 아는지라.....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방학과 함께 바로 어제 인터넷 서점에서 초등 영어문법책이랑 영어일기쓰기 교재를 한보따리 주문한 상태에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다른 공부는.. 학원 따위 안다니고.. 평소 즐거운 독서와 엄마 아빠와의 풍부한 대화, 학교 수업만으로 이번 기말 고사에서도 학급원 40명 중 1등(!)했는데..(아..자제되지 않는 이 엄마의 팔불출짓!!)

다만, 이 엄마.. 영어 앞에서만 기가 팍 죽어서 한숨 푹푹 쉬고 있었네요.

그런데... <엄마는 생각쟁이> 읽고.. 한글 그림책 보여주던 초심으로 돌아가.. 영어공부하는 재미부터 되찾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문자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은 감각을 빠르게 닫는 것과 같다 "는 정부연 선생님 말씀에 머리끝이 쭈삣 서더라고요.

한쪽에 밀려있던 영어그림책이랑.. 케이블 채널의 크리스마스 특선 어린이 외화들을 녹화해 보여주려고요.

그래서.. 더디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기로 마음 다잡았답니다.

책 후반부에 실린, 오영실 씨의 친정어머니 이야기도..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딸의 어머니 이야기여서.. 마음에 남았습니다. 더불어.. 난 내 딸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이렇게 얇은 책에.. 핸드백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벼운 책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 이렇게 많은 생각이 담겨있을 줄 몰랐습니다.

한 권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거 아닌가요?

밑천 딸려서.. 다음 책부터는... 이렇게 알차게 만들지 못하는거 아닐까요? (은근히.. 의심스러운 ~.~)

책을 읽다보니..제 이야기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드라마 속 마음에 드는 인물들에 대해 적은 '드라마줌마'라는 코너가 있더군요.

드라마 말고.. 책 속 등장인물은 안되나요?

전 최근에 읽은 책에서.. 아주 매력적인.. 그래서 닮고 싶은 인물상을 발견해서.. 누군가에게라도 이야기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던 참인데..  ㅎㅎ~

* 후기가 늦었는데요.

사실은 책 받아놓고.. 딸아이한테 뺏겨서 한 일주일은 읽지도 못했어요.

읽으려고 찾으면 안보이더니.. 아이가 들고다니며 읽어서 (저희 아이는 책 여러권을 한꺼번에 들고 옮겨다니며 읽는 스타일이라...) 아이 책들 사이에 끼어 있더라고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개그우먼 송은이 씨의 글도 읽어보고요, 인성교육을 소재로 한 신명환 선생님의 만화도 재밌게 봤대요. 그리고, <엄마는 생각쟁이>에서 소개된 책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도 읽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너도 웃고 나도 웃고>와 <못말리는 우리 아이> 코너에 실린 글들을 마치 제가 알고 있었던 얘기인양 저한테 들려주며.. 깔깔거리네요.

다음부터는 아이보다 제가 먼저 찜해서 읽어야지 안 그러면 선수를 뺏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