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경북과학고등학교(교장 정영모)에서는 카이스트, 서울대, 포항공대에서 주최하는 각종 수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에 들른 허미경 동문을 초청하여 ‘선배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
허미경 동문은 1993년 개교 당시 제1기로 입학하여 학업에 정진한 결과 전국 수학, 과학 경시대회 화학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하여 지금도 학빛얼(학교을 빛낸 얼굴) 게시판에 이름과 사진이 올려져 있다. 조기졸업한 후 KAIST로 진학, 그 곳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 BROWN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는 MIT 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허미경 동문은 후배와 만남의 시간을 가지기 전, 교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개교 당시의 모습과 당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잠기는 듯했다. 졸업한 지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학교 건물과 주변 환경이 그대로라며 오히려 편안하고 푸근함을 느껴 좋다고 했다. 졸업 기념으로 심어 놓은 느티나무를 보며 경북과학고 재학 당시를 떠올렸다.
입학 당시에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학교였는데 지금은 낙후된 시설이 되어버렸다며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야 한다고 말해 동행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근무하는 MIT의 연구실은 1920년대의 건물로 문, 건물 벽, 복도 등이 1920년대 당시 그대로여서 비록 낡았지만 친근감이 든다며 건물이 크고 웅장하고 시설이 최신식이라야 좋은 학교가 아니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열화와 같은 후배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허미경 동문은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듯 아주 편안하게 자신의 과거의 삶과, 현재의 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포부를 이야기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게 하고, 가능한 후배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겠다며 각별한 후배 사랑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첫째, 수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접한 미적분학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어 미적분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미적분학을 우리 실생활에 다양하게 응용해 연구할 수 있는데 자신은 현재 파고의 규칙적인 높이와 흐름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 연구를 통해 지난 5월 서해안에서 발생한 너울성 파도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 불행한 사건을 사전에 방비할 수 있다고 말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둘째, 여자로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학문에는 남녀,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능력에 의해 대우를 받을 뿐이라며 여자라서 불이익을 받기보다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면이 오히려 수학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며 담담히 말하기도 했다.
셋째, 현재 MIT에 교수로 재직하시는 분 중 경북과학고 학생들에게 반드시 소개시켜 주고 싶은 분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촘스키를 꼽았다. 언어학을 전공하셨지만 그 분의 박학다식함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넷째, 미국으로 처음 유학 가서 힘들지 않았느냐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이라서 힘든 게 아니고 사람들은 누구나 환경이 바뀔 때마다 그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힘들다고 말하며 자신이 본교에 입학할 당시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서울에 처음 올라가 서울 생활에 적응할 때도 힘들었다며 굳이 미국 유학 생활이 한국에서 공부한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다며 후배들에게 두려움 없이 넓은 세계에 나아가 자신의 꿈을 당당히 펼쳐보라는 당부와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 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후배들에게는 훌륭한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앞으로의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