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하느님과 똥
강무홍 글 / 조원형 그림
104쪽 / 9,000원 / ISBN 978-89-8414-129-2 / 부가기호 73810
초판 발행일 2010년 10월 15일
아이들의 깊은 속마음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가 강무홍 대표 동화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일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싱그럽게 펼쳐진다.
엉뚱한 걱정, 정당한 분노, 순수한 아름다움 등
천진한 어린이의 마음속 정경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 따뜻한 시선에
아직은 연약한 어린 존재에 대한 격려와 우정이 넘친다.
풋풋한 웃음 아래 문장 너머의 마음을 담아내며 어린이와 소통하는
귀한 작품이다.
■ 인간 본연의 심성을 일깨우는 동화를 꾸준히 써온 작가 강무홍의 감성동화.
어린이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성숙한 관찰로
단순 복잡한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펼쳐 보이며
일과에 찌든 요즘 아이들에게 한층 넉넉해진 마음을 선사한다.
■ 내용
표제작 <비행기와 하느님과 똥>은 똥 누는 것까지 훔쳐보는 엉큼한 하느님 이야기다. 초여름의 파란 하늘, 구구구궁 구름 숲을 뚫고 날아오른 비행기. 그 자리에 몽실몽실 피어나는 구름을 가리키며 동희는 자랑스럽게 뭉게구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누나가 저건 사실은 뭉게구름이 아니라 하느님이 변장한 거란다. 게다가 한술 더 떠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게 아닌가. 동희는 어쩐지 억울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누나 말에 토를 달 수는 없다. 이제 창피하고 부끄러워 어떻게 똥을 누지?
쨍쨍 내리쬐는 8월의 땡볕 아래 언니와 동생이 길을 걸어간다. 벼와 철쭉 덤불과 어린 코스모스밖에 없는 들판, 바짝 마른 흙들이 부스러지고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더 이상은 못 가겠다고 동생 순이가 털썩 주저앉자 언니는 눈앞이 캄캄하다. 그때 아이들 앞에 나타난 낯선 아저씨, 그 아저씨는 가던 길을 되돌아와 뜨거운 볕을 피할 커다란 플라타너스 가지를 꺾어 아이들에게 씌워준다.
동희는 내 눈은 내 건데, 왜 나는 안 보이고 다른 것만 보이는지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내 눈인데 왜 나는 못 보지?’라는 온몸이 짜르르할 정도의 엄청난 발견을 누나는 이해 못한다. 참 바보 같은 누나다.
강호는 딱지가 제일 좋다. 그런데 똥을 누는 사이 그 힘들게 딴 딱지를 옆집 용만이가 훔쳐가 버린다. 무려 70여 장이나 되는 딱지를! 눈앞이 노래지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새로 딱지를 접어주겠다고 달랜다. 어떻게 그것이 같은 딱지란 말인가? 꽃샘추위, 겨울이 물러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듯 찬바람이 쌩쌩 불고, 동희는 바람 속에 오들오들 떨 사과나무 잎눈이 못내 걱정스럽다. 하지만 꺼칠한 나무껍질을 뚫고 마침내 아기 잎눈들이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반짝인다.
■ 아직 입학 전인 대여섯 살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학교 다니는 손위 형제가 큰 부러움이자 대단한 존경의 대상이다. <비행기와 하느님과 똥>에는 그 우러름과 서운함과 괜한 심통 같은 감정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이든 그대로 믿어버리는 그 순수함에 “맞아, 나도 그랬지.” 하다 보면 어느새 시원한 산들바람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작은 도랑물이 흐르고 논에는 개구리가 울고 볕은 내리쬐고……. 시골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의 향연이 <플라타너스>에서 펼쳐진다. 그 뜨거운 태양 아래 낯선 사람의 친절, 그 마음 덕분에 사람을 믿고 세상은 살 만한 곳으로 된다. 고마웠던 아저씨를 기억하고 나도 크면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작가의 마음이 눈에 선하다.
<하느님의 실수>의 ‘내 눈엔 왜 내가 안 보이지?’ 하는 엉뚱한 의문엔 감탄하면서도 슬몃 웃음이 난다.
아이들에게도 그 나름의 질서와 규칙이 있다. <딱지>를 보면 별것 아닌 딱지가 어린이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딱지를 멋대로 가져간 아이 대신 오히려 딱지를 도둑맞은 아이가 바보 취급당하는 듯한 억울함, 어른에 대한 배신감에 온전히 감정이입이 된다. 어떻게든지 그 분노를 해소하는 과정은 아이들 나름대로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안녕?>처럼 기다릴수록 봄은 더디 온다. 매서운 추위에 모두 얼어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새봄에 다시 나온 나무와 꽃, 그 찬란한 생명 앞에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바로 생명에 대한 ‘경의’리라.
■ 이 모든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은 천진한 아이의 마음이다. 그 천진함을 끌어내고 파란 하늘을 닮은 청량한 마음으로 마무리해 주는 작가의 깊은 시선은 더없이 소중하다. 특히 사회의 위기를 말하고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지금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얼마나 공감할까 의심할 수도 있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한없는 믿음으로 아이들이 넓고 큰 하늘을 닮았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쓰는 작가의 진실한 마음은 분명 독자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자연스럽게 흐르는 깔끔한 문장과 문장 부호 하나까지도 고민하고 다듬은 탄탄한 구성은 이 단순한 이야기를 더없이 담백하게 그러면서도 발랄하게 감각적으로 만들고 있다. 어린이의 표정을 담으려 노력한 그림 역시 속이 탁 터지는 시원한 느낌으로 맑고 고운 감성을 표현하며 글의 재미를 더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흐뭇한 미소와 잔잔한 감동이 오래 남을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 지은이 강무홍
1962년 경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1997년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뒤로 동화를 쓰기 시작해 지금은 어린이 책 전문기획실 햇살과나무꾼에서 주간으로 일하며, 추운 겨울날 나무꾼한테 햇살이 위로가 되듯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좀더 깨끗이》, 《깡딱지》, 《까만 나라 노란 추장》, 《할아버지와 모자》, 《자유의 노래》 등 다양한 작품을 쓰고,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어린이책의 역사》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아빠하고 나하고》, 《그래도 나는 누나가 좋아》, 《천사들의 행진》 등 여러 작품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그린이 조원형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지금 그 꿈을 좇아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린다. 작품으로는 《내동생 삐옥이》, 《혼자 집 보긴 무서워》, 《그게 아냐》 등이 있다. 아이들의 표정을 담은 자유로운 선과 맑은 감성을 살린 유쾌하면서도 정감 어린 그림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