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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고구마 꽃 * 모집 인원 : 15 * 모집 기간 : 5/7~5/16 * 발표 날짜 : 5/17
* 신청 방법 : 댓글 * 후기 작성 기간 : 5/23~6/5
* 도서 소개 :
“제아무리 천자문을 빨리 떼면 뭐하누. 도적놈의 씨인걸.”
당파 싸움이 치열하던 때 조선시대, 홍경이를 비롯한 서당 아이들은 노론이라는 이유로 엄이를 놀렸다.
엄이의 아버지는 이조판서이지만 돈을 받고 관직을 사고파는 여느 노론파 벼슬아치들과 달랐다. 집문서나 패물상자를 들고 찾아오는 밤손님을 돌려보내고, 엄이를 동네 서당에 보냈다. 백성들의 굶주림을 안타까워하며 하얀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이었다. 엄이는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엄이는 서당에 가기 위해 홍경이네 집 앞을 지나다가 안을 엿보았다. 마당 가득 잡초가 무성한 마루에 작은 아이가 손가락을 빨며 앉아 있었다. 얼굴에 버짐이 잔뜩 핀 작은 아이를 혼자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은 엄이는 갱엿을 꺼내 작은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서당에서 홍경이를 보자 좀전에 본 작은 아이가 저절로 떠올려졌다. 피식 웃음이 났다. 마음이 통했는지 홍경이도 엄이를 따라 피식 웃었다.
엄이는 몇 날 며칠 자신의 밥을 절반으로 줄이고, 남은 쌀을 모아 홍경이네로 가져갔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삼킬 힘도 없는지 입을 잘 벌리지 않았다. 잠시 후 똥을 누려는 작은 아이의 바지를 벗기자 엉덩이에 피가 묻어있었다. 놀라는 엄이에게 홍경이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뭔지 아냐며, 배고파서 소나무 속껍질을 먹는데 어려서 잘 씹지 못하는 작은 아이는 소나무 속껍질이 똥구멍이 걸려 피똥을 누는 거라며 이야기했다. 힘없이 축 늘어진 작은 아이의 모습에 엄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잠시 후, 홍경이는 지게에 작은 아이를 싣고 집을 나섰다. 남의 집 대문 앞에 작은 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에 엄은 노래를 부르는 홍경이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홍경이의 노래에 슬픈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새벽녘, 밖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서얼 최홍경’ 이라는 말도 들렸다. 엄이의 아버지는 노론과 소론을 떠나 친구였던 홍경이의 아버지와 자신처럼 홍경이와 엄이도 친구가 되기를 바랐다. 엄이는 굶어죽는 백성이 없도록 진짜 양반이 되고 싶다는 홍경이의 말에 부끄러웠다. 자고 먹는 시간을 빼고 공부에 매달린 결과 엄이는 과거시험에, 홍경이는 역관시험에 붙었다.
1763년 영조 임금은 일본의 새로운 쇼군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사신행차를 꾸렸다. 조회 시간, 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정사를 비롯한 삼사가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 사행길에 갈 수 없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죽음을 각오한 통신사 길에 가고 싶은 않은 것이다. 그때 엄이 나섰다. 홍경이가 끼어 있는 통신사 무리에 끼고 싶었던 엄이었다.
오사카에 도착한 엄은 먹을거리, 볼거리로 넘쳐나는 일본의 화려한 모습에 깜짝 놀라며, 배고픔에 시달리는 백성을 생각했다. 그때 엄이의 눈에 한 장사꾼이 마처럼 생긴 작물을 파는 것이 보였다. 작물을 한 입 베어 문 엄은 두 눈이 번쩍 떠졌다. 달콤한 것은 둘째 치고, 어찌나 부드럽던지 씹을 것이 없었다. 이것이라면 굶어죽는 백성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엄은 고귀마를 조선에 가져가기로 결심한다. 홍경이는 고귀마 종자를 품 안에 넣어 비선을 타고 조선으로 향했다. 한밤중 뱃사람이 몰려들어 홍경이의 옷섶을 뒤지다 고귀마 종자가 나오자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바다로 던져버렸다. 홍경이는 보자기를 따라 바다에 몸을 던졌고, 고귀마 종자를 꼭 끌어안은 채 부산포에 닿았다. 꿈에도 그리던 조선땅이었지만 홍경이는 알 턱이 없었다. 이미 숨이 멎었기 때문이다. 동래부사는 홍경이가 끌어안고 있던 보자기를 풀어 책에 적힌 재배법대로 고귀마를 심었지만 금세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한편 엄은 조선으로 돌아가기 얼마 전, 대마도주가 선물한 물소의 뿔 대신 고귀마 종자를 내어줄 것을 부탁했다. 대마도주는 난감해했지만 엄이 조선으로 돌아가기 전날, 커다란 상자에 가득 고귀마 종자를 가지고 왔다. 조선으로 돌아온 엄은 고귀마 재배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래부사에게서 고귀마 재배에 성공했다는 기별을 받았다. 칡 넝쿨처럼 우거진 고귀마 넝쿨을 한아름 끌어안자 봉긋한 홍경이의 무덤이 품에 안겼다. 놀랍게도 홍경이의 무덤가에 심은 고귀마 순이 뿌리를 든든히 내리고 쭉쭉 뻗어나갔다.
그해 가을, 엄은 홍경이의 무덤가에서 자란 고귀마 종자를 캐내어 고귀마 재배법과 함께 각 고을로 보냈다. 목숨을 바쳐 고귀마 종자를 보호하고 죽어서도 고귀마를 키워낸 홍경이의 고귀마가 조선 팔도로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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