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추워서 오늘 서울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라고 하는데 늘 느린 제가 지난 주엔 뭔 바람인지 코트랑 옷을 쪼르르 골라서 몽땅 세탁소에 보내버렸지요. 그것도 이번 주에 급하게 안 필요하다면서 토요일까지 미뤄뒀는데 이렇게 날씨가 겨울이네요.

올리신 글을 읽으며 학교마다 정말 많이 다르고, 선생님마다 또 역시 다르구나 생각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다양한 어머니회 구성과 임원진에 대해 회비 강요를 기본적으로 하는 경우는 요새는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이를 용인한 것이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어떤 생각을 갖든 대부분 님처럼 그런 일을 당하게 되지요.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은 학교에서 뭐라고 해도 어머니회 임원 구성을 반 재량이니 구성하지 않겠다고 구성된 엄마들이 학교에 기본적으로 내는 쓸데없을 정도의 회비며 잡비가 다 무리라고 해서 아예 위에서 눈치를 주는 역할을 맡아서 했어요. 하지만 정말 소신 없이 이렇게 버티면 그 교사 엄청 힘들지요. 그러니 학교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교사가 부모에게 잡비를 요구하는 사태가 사라지기 어렵답니다.

물론 요새는 내신성적이 대학에 큰 작용을 하고 학교별 차등제는 도입하지 않는 대신 학교 내 상대평가를 반영한다고 해서 중고등학교에 자주 방문하고 더 열심히 관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남자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 남자교사가 있으므로 엄마만 찾아오시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직접 학교를 찾아오셔서 자녀 상담을 요청하시거나 접대하시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부모들이 많이 참견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맡기 싫은 역할을 등 떼밀려서 맡으셨으나 '교사'나 '학부모' 변화만으로는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부터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왠지 신포도증후군 같은 느낌이 드는 말이지만 학교마다 이런 극성스러울 만큼의 임원 구성이나 어머니회 활동을 요구하고, 편법을 사용하는 곳들이 가득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현재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일정 수준의 활동을 요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행사마다 다양한 찬조금을 걷거나 소풍 때 교사 도시락이며 목욕비를 챙겨주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년초에 아이 반 엄마들이 구성한 어머니회에서 일정한 수준으로 필요한 1년간 잡비를 정해서 분담해 내고 이를 1년간 운영비로 활용하지요. 예를 들면 어린이날이나 체육대회, 소풍, 장기자랑 같은 날에 쓸 비용을 나누고, 경상운영비도 나눠서 내는데 지난 해에는 교실에 청소기를 구입하느라 1인당 7만원씩 냈습니다.

올해는 이래저래 따로 챙기지 않았는데 1/m으로 나누는 것이라서 사람이 많을수록 그 비용이 내려가기 때문에 저는 참여해야겠다 생각 중입니다. 그게 아니면 학급문고를 내야지 생각하는데 현 교육체제에서 학급에서 충분히 활용할 지원금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사립학교가 아닌 이상 이 부분은 책임질 수 있는 부모를 중심으로 책임을 나눠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장맘이라 어머니회 임원 활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공공연하게 잡비를 걷는 것은 반대하지만 꼭 필요한 학급 운영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단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마땅치 않은 역할을 하셔야 하지만 좋은 일들이 있으셨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힘든 만큼 좋은 역할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바람이 차갑지만 햇살이 봄빛으로 가득한 날, 행복한 일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은반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