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쿨

| 차근차근 아이와 함께 되짚어보기...

글쓴이 은반디

등록일 2005-06-23 09:50

조회수 3,24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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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2년맘님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는 지난 해 1학년 들어갔을 때 국어를 가장 힘들어했었지요. 한글을 다 배우고 간 게 아닌데 진도가 빨라서 정말 많이 속상해하면서 공부 따라가느라 허걱허걱 했어요. 받아쓰기 성적도 0점부터 100점까지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들쑥날쑥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이와 약속했던 것이 매일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올 것이었지요.
아이가 처음 학교 도서관에 갔던 것은 학교 시설 이해하기를 배우던 3월이었는데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줬더니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더군요.

그 중엔 당연 글씨가 빼곡하고 꽤 오래 전에 나와서 문체도 술술 읽히지 않는 책들도 있어서 빌려온 책 중 대략 절반 정도는 책 속 그림을 훑어보거나 몇 페이지만 함께 읽고 돌려 보낸 책도 있었어요.
그래서 2학기에는 책을 빌릴 때 사서선생님께 수준에 맞는 책인지 여쭤보고 빌리라고 했지요. 덕분에 그리 길지 않은 2학기에는 아이가 1학년, 2학년 수준에 맞는 책을 곧잘 빌려와서 잘 봤습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된 지금은 거의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두서너 번 정도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대출해옵니다.(지금은 학교 도서실 전산 시스템 정비 기간이라 20일 정도 빌려오지 못 하지만요) 올해는 아이 학교에서 받아온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을 함께 보고 거기서 책을 골라서 빌려보라고 했더니 수준에 맞는 좋은 책들을 많이 골라옵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책을 읽은 후 독서록을 작성하기 때문에 책 제목과 지은이 등을 기록한다고 해도 책을 좀더 자세히 보려는 성향이 강해졌어요. 책이 2학년 수준에 맞춰지면서 보다 두꺼워지고 글도 많아져서 빠른 시기에 책을 볼 수 있는 편이 아니라 대출 속도가 느려졌는데 도서관을 즐겨 간다는 것이 좋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국어가 가장 쉽다고 말하는데 왠간한 받아쓰기는 대부분 다 맞고(물론 연습해갑니다^^) 국어 학습지를 심심풀이로 풀어보며 즐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아이가 문제를 푸는 것을 보니 우리 어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뜻이냐 하면 "국어 문제는 지문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왼쪽에 있는 장문의 지문을 읽지 않고 바로 문제를 풀기 때문에 실제 지문과 다른 답을 찾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코끼리 코가 길어서 좋은 점이 아닌 것은?"이란 문제가 있었는데 보기 중에 두 가지가 문제만 봐서는 헷갈리더군요.
1번은 "코가 가벼워져서 좋다" 5번은 "나쁜 친구들을 때릴 수 있어서 좋다"라고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친구가 나쁘다고 해도 때릴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을 답으로 하기도 그렇고, 코가 길어지면 무거워야 맞지 어떻게 가벼워지나 싶어서 저도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설마 싶어서 지문을 봤더니 코가 길어져서 슬퍼하는 코끼리를 위로하려고 어떤 동물 아줌마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너를 놀리는 나쁜 친구를 때려서 혼내 줄 수도 있어"라고 말 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

그래서 아이에게 설명해줬지요. 우리가 국어 문제를 풀 때는 옆의 긴 글에 모든 답이 숨어 있는 것이라고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읽으면서 감정 변화가 나오는 부분, 이유를 말하는 부분, 상황이 변하게 된 계기가 되는 무엇이 나오는 부분 등등이 있으면 지문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두고, 등장 인물이 나올 때는 동그라미를 쳐서 미리 기억해두면 문제가 더 수월해진다고요.

초등2학년맘님~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럴 거예요.
지문을 차근차근 읽고 답을 잘 찾는 아이도 많지 않을 것이고 문제에서 자신의 의사를 묻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를 묻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
즉, 국어 이해력이 떨어진다기 보다 국어 문제가 갖고 있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 해서 틀린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거에요.

하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 국어가 이런 것이란 점을 짚고 이해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나올 때 아이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걱정하지 마세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이렇게 먼저 알아서 더 좋은 거라 생각하세요.
아이와 함께 국어 읽기책을 읽으신 후 문제집을 아이 혼자 풀게 하지 마시고, 옆에서 푸는 과정을 지켜보세요. 아이가 틀리면 바로 답을 알려주시지 말고 아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먼저 들어보세요.

가끔은 획일적인 문제지가 가진 단점이 그대로 나타나서 정답을 꼭 무엇이라 할 수 없거나 우리 아이들이 푼 문제가 더 창의적일 수 있답니다. ^^
전 그런 문제들은 별표 해주고 아이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점만 알려줍니다. 같은 문제를 아이가 풀게 되어 또 틀리더라도 아이 생각을 짓밟으며 외우는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이와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문제를 아이가 전혀 다르게 이해해서 제가 이럴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고 엄마는 네 생각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라고 해주며 별표 해줬더니 아이는 그게 틀렸다는 표시라고 생각했는지 자기와 다른 답이라 속상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해하더군요. ^^;; 그러니 아이 생각은 확실히 존중해주셔야 합니다.

직장에 다니시느라 시간이 거의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아이와 밤에 문제를 함께 풀어보고(아이가 틀릴 수 있는 부분이 어딘지 알 수 있어요), 책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매일이 아니라 화, 목, 토 이렇게 주 3일 정도만이라도 아이가 공부한 것을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생각을 다시 되짚어 보기 위해서 꼭 다시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 나눠 보세요.

2학기까지 천천히 꼼꼼히 아이와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우선 먼저 하실 일은~ 소리 내어 말해보기...

"워~ 워~"

- 은반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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