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는 집사람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합니다. 아침이라 해봐야 꽤 심플하게 차립니다만, 전날 사둔 햄을 꺼내서 해줘야지라고 냉장고를 뒤졌는데 이 놈이 어디에 갔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더군요. 딱히 마땅한 반찬거리도 없고 계란 후라이하고 참치랑 김줄까, 라고 하자 그런거 먹고는 하루종일 힘을 어떻게 쓰냐며 찐만두 먹고 가겠다고 하더군요. 명색이 그래도 집사람을 대신해 주부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침밥 하나 제대로 못 차려주는게 미안했습니다.
육아휴직한지 벌써 7개월. 딸래미와의 친밀도는 그럭저럭 높아진 것같은데 여전히 주부로서는 빵점인 것같습니다. 여전히 반찬 한가지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가사일이라는 것은 해도 해도 끝은 없는데 표는 안하고 그렇다고 안하면 바로 엉망입니다. 식구는 달랑 3명인데 매일 세탁기를 돌려도 빨래통은 넘쳐납니다. 작년에 집사람이 육아휴직중일때는 퇴근해서 집에 와서는 하루종일 집안도 안 치우고 뭐했나, 라고 속으로 불만이 많았는데 막상 제가 해보니 오히려 더 엉망입니다.
화장실 청소하다가 손톱 찍혀서 퍼렇게 멍들고 가스렌지 닦다가 뾰족한 부분에 손바닥이 찢어질때도 있습니다. 청소도 대충 눈에 보이는 곳만 하게 됩니다.
엊그제 도서관에서 빌린 어떤 전업주부 아빠가 쓴 책을 읽었는데 그 아빠는 음식물 절반으로 만들기 아이디어를 내서 대상을 받았다는군요. 그리고 틈틈히 대파나 고추같은 것을 화분에서 키워 무농약 유기농 반찬에 식비도 줄였다고 합니다. 이런걸 보면서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느낍니다. 저는 아이 하나 건사하는 것도 허덕거려서 때때로 귀찮으면 방 닦는 것조차 빼먹는데 말이죠.
여지껏 자취생활 한번 안해보고 남에게 의지해서 살아오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후에야 비로소 이것저것 하려고 하니 매사 서툴기 짝이 없습니다.
어제 아침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게 미안해서 저녁에는 나은공주 데리고 근처 재래시장 가서 장을 봤습니다. 보통 장보는 것은 항상 집사람 퇴근하면 같이 가는데 제가 가서 사는건 여지껏 처음인 것같네요. 가자미랑 고기, 밑반찬 몇가지를 사서 저녁에 딸래미도 먹이고 오늘 아침에는 고기 맛있게 구워서 집사람 든든하게 먹여 보냈습니다.
아마 저는 평생 가도 훌륭한 주부가 될 것같지는 않네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시달린다고 고생하는 집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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