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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구수한 된장냄새 풍기자 친정엄마 생각

글쓴이 bluesmile

등록일 2004-09-09 10:26

조회수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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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전에 써두었던 글입니다. 친정엄마 생각에 올려봅니다. 그냥 읽어보시라고...)

12살과 7살의 두 녀석이 요새 부쩍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것도 시골 외가에서 먹어본 삶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는 것입니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숯불에 굽는 양념갈비도 아니고 전화 한 통에 쌩하고 달려오는 치킨도 아니었습니다. 된장 푼물에 통마늘을 넣어 푹푹 삶아 낸 ‘시골표’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 합니다.

'시골도 아닌 도심에서 그런 고기 덩어리를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정육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정육점 아주머니는 삶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주면서, 보쌈용 생고기를 주었습니다. 아주머니의 조언에 따라 냄비에 된장을 풀고, 통마늘과 고기를 덩어리째 넣고 푹푹 삶습니다. 결혼 10년차가 넘은 주부지만 처음해 보는 요리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삶아지자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났습니다. 하지만 시골집 부엌에서 맡아본 냄새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친정 부모님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친정 부모님은 한적한 시골 농가에서 생활하십니다. 요즘 어떻게 식사를 하는지, 오늘은 무슨 반찬으로 밥을 드시는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내친김에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고, 한참만에야 수화기를 든 친정엄마는 “터 밭을 일구기에 바쁘다”며 전화 끊기를 재촉하셨습니다. 그래도 주저주저 전화를 끊지 못하는 딸에게 친정엄마는 "와~ 무신 일 있나? 어데 아프노?"라고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아뇨, 안 아파요. 그냥… 참, 된장 푼물에 돼지고기 삶고 있는데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말만 나왔습니다. 참으로 못나고도 무뚝뚝한 딸입니다.

전화를 끊은 후 친정엄마가 알려주신 방법을 채워 넣었습니다. 작은 양파는 통 채로, 생강은 편으로 얇게 썰어서 냄비에 넣고, 한소끔 끓여냅니다.

그날 저녁 온 식구가 둘러앉아 돼지고기 보쌈을 먹었습니다. 친정엄마가 해주셨던 것처럼 김치와 새우젓도 상위에 차렸습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해주셨던 고기 맛이 난다며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아까 전화로 들었던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생각났습니다.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던 마음이 여운처럼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푹 삶아진 돼지고기를 먹고 있지만 부모님의 밥상은 아마도 텃밭에서 일군 야채와 된장찌개가 전부일 것 같아 마음이 아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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