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교 동창들과 20년 가까이 모임을 해오고 있는 남편이,
불혹을 앞두고 친구들과 만나 보게 된 영화입니다.
새벽 2시.
띠띠띠띠~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현관문.
거실에서 자고 있던 저는 놀라 깨며 물었죠.
"왜 들어왔어? 오늘 1박 2일로 술 푼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애들이랑 너가 있는데, 왜 밖에서 자냐?"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가는 남편을 따라 들어가 옷을 받아 들고 나오려는데, 남편이 그럽니다.
"너, 월요일 날, 애들 어린이집 보내놓고 꼭 가서 어바웃 타임 보고와~"
"응?"
"영화. 꼭 보고 오라고~"
"응..."
대체 무슨 영화길래 술 먹고 비틀거리며 들어와 새벽 2시에 영화를 추천하는지,
궁금해 월요일이 오기만 기다리다 월요일 조조로 결국 보았더랬죠.

보면서 그저 웃음이 났습니다.
눈물도 찔끔 나구요.


남편은 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아들을 떠올렸나 봅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릴 아들, 그리고 늙어갈 아버지로서의 자신.
딸 아이가 태어나고 자칭 타칭 '딸바보 아빠'로 등극하며,
연년생인 아들과의 관계는 극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더랬습니다.
올 초, 딸 아이 화상 사건을 계기로 두 남자의 관계가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해'하는 아빠의 과거 경험의 희생양이 된 아들은 여전히 '엄마 아들'이랍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와, 남편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느끼하리만치 아들을 보는 그윽한 눈,
아들이 매달리고 긴 막대로 칼 싸움을 해도 받아주는 여유로움,
가끔은 아들 기 살린답시고 딸 아이를 울리는 모험도 감행하죠.
그리고...
주말이면 하루 세끼 꼭 밥을 챙겨먹여야 했던 '밥순이'로서의 아내를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결혼 7년, 딱 서너번 했었던 설겆이도 먼저 하겠다며 나서고 말이죠.
흐르는 세월 앞에,
지나 갈 시간 앞에,
남편은
아버지로서의 부족함을,
남편으로서의 부족함을,
교무실에 불려와 반성문 쓰고, 교내 봉사 몇시간으로 벌을 서는 학생처럼
열심히 가정에 봉사하며 채워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나이 마흔을 앞 둔, 올 겨울.
한 남자는 마음이 많이 말랑해졌나 봅니다.
이 영화 한편으로 말이죠.
영화의 DVD가 나오면 꼭 사두려고 합니다.
나중에 아들이 사춘기를 겪을 때, 아버지와 함께 보라고 말이죠.
영화의 줄거리는 스포하지 않으렵니다.
그 어떤 내용도 스포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꼭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시간을 거슬러 여행 할 수 있다면 저는,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던 그 때로 돌아가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면,
남편도, 아이도 그 때 그랬던 것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렵니다.
그리고 둘째를 맞이했던 순간에는 눈물대신, 더 큰 웃음과 사랑으로 보듬어 주렵니다.
후회하지 않을 시간,
오늘이 내일에겐 과거의 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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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