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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 엄마의 독설

글쓴이 유쾌남매

등록일 2014-03-05 15:00

조회수 5,96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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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끔 들어가는 카페에 글을 하나 올렸더랬습니다.

책값이 가장 싼 것 같다고.

 

요즘 5, 6세 남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빠져 있기에,

녀석들과 그 책들을 읽으며 나눈 이야기들을 올렸더랬죠.

 

 

 

 

그러면서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생각을 듣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신비로움을,

저 스스로가 그 시간을 통해 많이 성숙하게 됨을 이야기 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을 역설하려고 책이 제일 싼 것 같다고 표현했거든요.

 

 

그런 제 글 밑으로 저의 답글을 제외하면 서른 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댓글들 중 대부분은

 

이제 5, 6세 아이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부럽다는 글과 

그럴 수 있는 비결이 뭐냐는 글, 

또 본인의 아이들과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날들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사실, 저희집 남매는 그 흔한 학습지 한번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웬만한 놀이며 특별활동은 어린이집에서 다 하고 오는지라

이중으로 돈을 들여야 할 필요성을 못느낄 뿐더러,

한글도 자연스레 집에서 책으로, 또 좋은 한글 교재로 엄마랑 떼었던지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잠자리 들기 전 한두시간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졌고,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한마디씩 생각을 묻고, 감정을 공유하던 것이 쭉 이어져 오고 있는 것 뿐입니다.

 

꼬물꼬물 하던 녀석들이 이제 제법 자라

눈물을 머금은 솔직한 감정 표현도,

기발한 생각도 해내는 것이 엄마인 제 눈엔 그저 신비롭게 보였기에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시간,

제가 엄마로서 성장해 갈 수 있는 시간으로 삼으니

함께 책을 읽는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더군요.

 

그런데요...

마흔을 앞둔 늙은(?) 이 엄마가

카페에 들어가 교육관련 질문 방을 보면서 혼자서 열폭할 때가 있습니다.

 

10여개월이 지난 아이에게 학습지는 뭐가 좋을지,

사교육은 다들 뭘하고 있는지,

영유아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값비싼 전집 책들은 어떤지...

생활습관 잡아주는 학습지 방문 교사 같은 건 없냐는 어떤 엄마의 질문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엄마로서의 책임을

너무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한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조언을 듣는 것, 정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엄마인 나와 내 아이가 주인이 되지 못하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재앙'이 되어 버립니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지를 고르기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나 소재의 책 한권을 같이 골라 보시는 건 어떨까요?

남들 사교육 뭐하고 있나 궁금해 하고 비교하기 전에

우리 아이는 지금 뭘 하고 싶어하나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싼 전집 대신에,

단 한권의 책을 놓고 아이와 함께 책 장을 넘기며 이야기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양보다 질.

그 질을 채우는 건 엄마와 함께하는 양질의 시간일 것이라 믿습니다.

그 질을 채우는 건 엄마의 책임과 희생의 시간일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희생과 책임의 시간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덜 억울할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한때는 '왜 나만 이렇게 희생해야 하나...'하는 억울함이 올라와 남편과 많이 다투기도,

그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과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엄마이기에,

엄마만이 누릴 수 있는 그 희생과 책임은

내가 아이를 갖게 된 순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훈장 같은 것은 아닐지요?

 

 

"나는 여신들한테 황금 사과를 주는 양치기 파리스~

 지금 누워서 황금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나는 인간 세상을 지키는 프로메테우스다! 으하하!"

 

"엄마~ 나는 아기를 데리고 도망가는 이오야~"

 

어렵게 느낄 줄 알았던 그리스로마 신화도

어느 새 두 아이에겐 재밌는 놀이로 재구성 되는 순간,

짧지 않은 시간 쌓인, 읽고 이야기 나누며 생각을 펼쳐내던 지난 시간들의 대단한 힘을 느낍니다.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

물려 줄게 없는 '버럭 엄마'의 유일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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