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으로 잘 알려진 권정생 작가님의 철학이 담긴 <밀짚잠자리>.
1983년 <기독교 교육>이라는 잡지에 발표되었던 <밀집잠자리>가 1985년 동화집에 수록되었다가 30여 년이 지나, 섬세하고 화려한 그림이 더해져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어요.

이제 막 눈을 뜬 아기 잠자리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밀짚잠자리>에는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 안에 삶을 대하는 철학이 담겨있네요. 희노애락이 담긴 삶. 그리고 그 안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일깨움을 줍니다.

서양화가이자 그림작가인 최석운 님의 섬세한 밀짚잠자리와 생생한 가을 풍경이 글의 맛을 더 살려주었어요. 꼬랑대기가 밀짚처럼 노란 밀짚잠자리. 순수한 눈으로 담담하게 흘러내려가는 글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는데 톡톡 튀어나오는 우리말이 너무 예뻐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눈부신 가을 풍경과 친근한 아기 방아깨비, 아기 무당벌레, 시골 담장 너머의 재미난 풍경을 보며 밀짚잠자리는 세상에 나온 게 설레고 기쁜 듯하지만 시끄러운 경운기 소리에 무섭기도 하고 배고픈 밀짚잠자리에게 개미는 대답은 야멸차요.

배고픔에 잠들었다 일어난 밀짚잠자리는 날아다니는 하루살이가 먹고 싶어져 배가 불룩하도록 먹고 있는데 "도깨비가 나와서 우릴 잡아먹는다!" 외치는 하루살이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깜짝 놀라는 밀짚잠자리. 왜 내가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을까?

"그러니까 말이지, 이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아주 미운 것도 있고, 그리고 아주 무서운 것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단다."
고민하는 밀짚잠자리에게 달님이 남긴 한 마디는 깊은 여운을 남기네요. 권말에는 작품 해설이 실려 있어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깨닫게 해주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좋네요. 작가님의 삶을 연보로 들여다보니 그 팍팍한 삶 속에서 어떻게 이런 동화가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단단함을 사르르 녹이는 힘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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