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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대왕 세종대왕 독서법

글쓴이 김슬옹(세종국어문화원

등록일 2021-05-13 10:23

조회수 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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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세종나신날(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이하여 함께 나눕니다


독서대왕 세종대왕 독서법


김슬옹(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출처: 김슬옹(2020). [융합독서 12회] 독서 대왕 세종대왕 독서법 . ≪한우리독서신문≫ 185호(12월호). 9쪽.

* 편집부 교정 최종 게재 직전 파일이라 신문 글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독서대왕 세종대왕


세종대왕(이하 세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서대왕이었다. 스스로 독서를 많이 했을 뿐 아니라 신하들로 하여금 책을 열심히 읽도록 부추겼고 온 백성들이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자, 한글(훈민정음)을 만들어 누구나 독서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한문으로 된 책은 양반들조차 극히 일부만이 마음대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종이 47세인 1443년에 창제하고 50세 때인 1446년에 반포한 한글은 학교에 갈 수 없는 대다수 평민과 노비들조차도 어깨 넘어서라도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훌륭한 문자는 세종이 책을 좋아해서 일어난 일이었고 세종의 다른 많은 업적도 지독하리만치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결과였다. 세종의 독서법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넓게 많이 읽기


세종은 1450년 54세의 나이로 승하한 후, 신하들이 업적을 정리한 글에 의하면, 손에서 책을 떼지 않다가, 밤중이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고, 글은 읽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과 같은 고전 책들은 반드시 백 번을 넘게 읽고, 역사서와 같은 실용서도 반드시 30번을 넘게 읽었다고 하고 있다. 세종 스스로 궁중에 있으면서 손을 거두고 한가롭게 앉아 있을 때가 없을 정도로 책을 읽어 경전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서를 두루 안 본 것이 없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 


글을 읽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다독을 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양반 사대부들이 논어 등과 같은 경전 책 위주로, 실용서는 멀리한 데 반해 세종은 ≪고려사≫, ≪자치통감≫ 같은 역사서나 ≪산학계몽≫과 수학 실용서도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나라가 고등학교 때 이과와 문과를 나눠 문과생은 수학과 과학을 멀리하게 하고 이과생은 국어와 사회를 멀게 하는 것은 세종의 다독 전략으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우리나라 실정을 바꾸지 못한다면 해결책은 단 하나 초등 시절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실제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학부모님들께서 우리 아이들이 편독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종 12년인 1430년 세종실록 기록을 보면, 시 같은 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성리학자들의 정식 학문은 아니지만, 진정 학문에 힘쓴다면 이런 시 공부도 매우 중요하다고 권장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실용서와 학습서에 매달려 문학책 읽기를 게을리하는데 역시 어렸을 때부터 문학독서가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2. 깊게 읽기


사실 넓게 읽는 다독이 좋으냐 깊게 읽는 정독이 좋으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둘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독 없는 정독은 편독이며 정독 없는 다독은 겉핥기식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독을 하면서 꼭 필요한 책이나 더 관심 있는 책을 정독하는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 세종대왕이 바로 이런 식의 책읽기를 했다. 


깊게 읽는 두 가지 방법은 반복해서 많이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읽은 책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비평하는 식의 책읽기를 말한다. 한번은 세종이 어렸을 때 하도 책만 읽으니까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된 아버지 태종이 세종 환관을 시켜 서재의 모든 책을 감추게 하고 ≪구소수간≫이란 책만 남겨 두었는데 무려 백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물론 특수 환경에서 그런 것이지만 실제로 세종은 중요한 책은 백 번 이상을 거듭 읽었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아이들한테 무조건 반복적으로 읽게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세종처럼 자기 스스로 좋아서 특정 분야 책을 거듭 읽어 그 분야 마니아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실제로 필자 지인 딸인 김소앙이란 학생을 만났는데 삼국지 박사였고 한자를 두루 많이 아는 것이었다. 삼국지를 좋아해 삼국지에 나오는 한자어를 이해하기 위해 한자 공부까지 한 것이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게 꿈인데 어렸을 때 이런 독서법이 큰 도움이 되어 대학 첫 학기 학점이 만점에 가까웠다.

세종 15년(1433) 실록 기록에 의하면 세종은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 그 원리를 제대로 깨우쳐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김소앙이란 학생은 삼국지를 통해 중국 역사를 통찰하는 원리를 알고 있었다. 


3. 더불어 읽기


책읽기는 근본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300권을 읽는 것보다 더불어 한 권을 읽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써서 익명의 독자와 나누는 것 바로 이런 식의 독서가 함께 읽는 것이다. 

세종은 중국 사신으로 가는 신하들에게 자주 필요한 책들을 구입해 오라고 하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세종 임금을 높이 평가한 명나라 황제가 일부러 책을 보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 들여온 책들을 세종은 여러 권으로 만들어 신하들도 함께 읽도록 하고 함께 토론하기를 즐겼다.

사실 세종 시대의 찬란한 업적들은 대부분 집단 지성의 힘이었다. 경연이란 제도가 있었는데 이는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정치를 풀어가는 공식 토론 모임이었다. 세종은 경연을 거의 매일같이 이어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세종은 임금 자리에 오른 다음 해에 집현전이란 관청을 다시 세우고 인재들을 모으고 함께 힘을 모으도록 했다. 바로 집현전의 핵심 기능이 책으로 옛날 성현들의 말과 각종 제도를 연구하는 것이고 경연도 바로 여기서 했다. 

함께 연구하는 집단 지성의 힘은 놀라웠다. 만 원짜리 뒤에 있는 마치 예술 조각품 같은 ‘혼천의’라는 천문 기기는 해와 달과 별을 관측하는 다목적용 기계인데 정인지, 정초와 같은 문신과 이천, 장영실과 같은 과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결과물은 훈민정음이다. 여기에 과학과 수학, 음악, 철학, 음악 등 거의 모든 학문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서로 읽고 토론하고 나눴으면 좋겠다. 줌이나 웹 엑스 등의 기기를 이용하면 10명 이하는 마치 실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처럼 온라인 독서동아리를 할 수 있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대안으로서 나쁘지는 않다. 


왕자 시절 세종대왕 독서도(김학수 화백,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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