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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5남매 육아일기' 저자 박정희 할머니

글쓴이 박찬애

등록일 2001-12-20 19:25

조회수 7,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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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교] 조수현 기자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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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라고 못 할 일이 있나?"

[인터뷰] '5남매 육아일기' 저자 박정희 할머니


흔히들 전업주부는 가사와 육아에 쫓겨 특징 없는 삶을 살아 간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서울시 등이 주최한 '서울여성사전'(12월 6~9일)의 '여성-삶의 이야기 10인전'에 초대된 박정희 할머니(79)의 경우는 다르다.




박 할머니가 '10인전'에 초대된 이유는 여성운동가이거나, 학문적인 업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일을 자신의 취미와 자아개발로 승화시켜 육아와 그림의 전문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인천에서 맹인교육에 헌신하고 한글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둘째로 태어난 박 할머니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아버지 덕분에 보수적인 여성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랄 수 있었다.

스물 두 살 되던 해에 결혼한 뒤 시부모님을 모시는 평범한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박 할머니는 자신의 그림과 글 솜씨를 가사와 조화시켜 아이들의 육아일기를 쓰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자기개발을 해왔다.

5남매를 키우면서 직접 만들었던 육아일기를 모아 를 책으로 내게 되었고 화가인 딸과 함께 수채화 전도 열었다.

박 할머니는 돈이 없고 생활이 어렵다고해서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한다. 박 할머니의 큰 딸이 적어놓은 글을 보면 어머니를 마법사 같다고 묘사한 것이 있다. 어머니는 6.25전쟁 중에도 부서진 건물에서 크래용을 찾아내 예쁜 그림을 그려주었고, 밤새 꽃신을 지어 아이들이 들판을 뛰어다니게 해 전쟁 중에도 평화로운 기억만을 주었다고 한다. 또 할머니가 평생 맹인을 도와준 것도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가르친 돈을 모아서 였단다.

박 할머니는 올해 79세이지만 아직도 매일매일 일정이 있을 만큼 바쁘다. 월요일에는 집에서 동네 주부들에게 그림 강좌를 해주고, 화요일엔 자신의 딸이 관장으로 있는 미술관에서 젊은 엄마들에게 육아일기 강좌를 한다.

다른 요일에도 동네 영세 아동들에게 그림지도를 하고, 정작 살림은 수요일 단 하루만 한다.

박정희 할머니는 여전히 전업주부이지만 밝은 성품과 행동력으로 이제는 성공한 여성의 한 모델이 되었다.

아래는 지난 6일 '서울여성사전' 전시장에서 만난 박 할머니와 일문일답

- 육아일기를 쓰게 된 계기는.





"처음에 아이들이 동화책을 보고 싶다고 서점에 가봤더니 '소공녀',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전실소생 아이를 괴롭히는 새엄마 이야기들이 다수였어.

그래서 그럼 내가 직접 그려주마 해서 아이들 이름을 제일 앞에 쓰고 책을 만들어 준 것이 육아일기 였는데, 그때는 그게 육아일기라는 건 줄도 몰랐어"

- 어떻게 전업주부이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갖게 되었나.

"내가 사실 활동적인 사람은 아니야. 그림을 그린 것은 학교에서 그림공부가 필수라서 하게 되었는데, 결혼한 뒤에 아버지 덕분에 맹인 점자도서관을 도와주게 됐어. 매달 쌀 한 가마니씩 후원하는 걸 목표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돈이 없으니 내가 직접 수채화를 지도해서 그 돈을 모아 후원했지.

그런데 이 점자도서관이 돈이 없어 건물에서 쫓겨날 판이라 내게 도와달라는 거야. 내가 그런 돈이 없다고 하니까, 그럼 내 그림이라도 달래. 그게 돈이 되냐니까 돈이 된다는 거야. 그래서 그림 100점을 내놓아 전시를 열어서 화단 데뷔를 했지. 그때 1억8000만원을 모아서 도서관 건물을 얻어줬어.”

- 5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인 탓에 못해본 일이나 후회 되는 일은.

"전혀 없어. 나는 아이들과 정말 재미있게 살았어. 내가 하고 싶은 건 다했거든. 여름에는 아이들과 수영하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에 가서 스케이트 타고 아이들과 그림도 그리고. 시간이나 돈이 없다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돼. 집안에만 있는 엄마들도 자기 개발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자기개발 없이 다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답습하면서 집에서 애완동물 노릇 하는 엄마는 싫어.”

- 5남매를 키우면서 어려웠던 점.




"크게 어려웠던 점도 없었어. 아이들이 알아서 잘 컸으니까. 아이들이 많으니까 싸움도 많았지만, 나는 큰형이라고 막내를 봐주라고도, 막내라고 무조건 큰형을 따르라고도 하지 않았어.

서로 의견을 들어보고 옳은 사람 편을 들어 줬더니 아이들이 나중에는 알아서 잘 해.

또 아이들이 많으니까 취향도 다양해서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해도 가난하니까 각자는 못 사주고 다 같이 하나로 즐기게 하고 그랬어. 요즘 엄마들은 매일 다르게 이것저것 아이들에게 음식도 해주는 데 그런 건 너무 엄마가 힘들 것 같아. 꼭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는 데 말이야."

- 젊은 엄마들의 과도한 교육열을 보면서 느끼는 점.

"요즘 엄마들은 너무 지나친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 항상 '자유롭게' 키웠어.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걸 하도록 내버려 두었어. 학원을 10개씩 보내는 것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괜찮아. 그러나 아이들이 싫다면 그만둬야 해.

한 번은 나도 아이가 수학과외를 보내달라고 해서 빚을 내서 보내준 적이 있는데 한 두 번 가더니 안가. 그래서 왜 안 가냐니까 재미가 없데. 결국 돈은 버렸지만 그 뒤로도 계속 사교육 한 번 안 시키고도 아이들이 공부 잘했어."

- 여성은 사회 속에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하나님이 아기집을 여자에게만 주셨어. 여기 와서도 느끼지만 여성은 참 정겨워. 우리도 이렇게 금새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요즘 이혼하는 젊은 부부들은 서로 아이를 안 가지려고 한다지만, 아이는 어머니의 것이야. 여성만이 생명을 잉태할 수 있고, 거기서 나온 생명은 어머니에게 속해있는 거야. 여성에게는 모성이라는 커다란 사랑이 있어. 그게 바로 여성의 특별함인 것 같아."


2001.12.07 ⓒ 즐거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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