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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온글

글쓴이 지원맘

등록일 2003-02-24 14:19

조회수 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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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신동’ 열살 소녀 최자영

"저한테는 한글보다 한자가 훨씬 쉬워요"
대학생들도 읽기 어려운 한자를 척척 읽어내는 초등학생이 있어 화제다. 대전 문정초등학교 4학년 최자영이 그 주인공. 얼마전 대학졸업자도 어렵다는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 최연소로 합격한 최양은 두돌이 지날 때부터 한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세살 때는 한자 1천 자를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서당이나 학원 한번 안 다니고 엄마 지성숙씨의 지도 아래 한자 공부를 시작, 결실을 본 최자영양의 남다른 공부 비결을 알아본다.

‘갈등’이라는 단어가 있다. 잘 맞지 않고 서로 어긋난다는 뜻이다. 한자어로 보면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를 뜻한다. 칡은 오른쪽으로 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트는 습성 때문에 칡과 등이 만나면 서로 뒤틀리는 데서 유래한 단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뜻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일상용어의 70%는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또 한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의 90% 이상은 두 가지 이상의 동음이의어로 되어 있다고 한다. 대부분 출판물이 한글로 씌여진 요즘, 한자를 모른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느낄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글 전용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대학에 입학해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교재에 나오는 아주 쉬운 한자조차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열 살 난 소녀가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서 합격했다고 하여 화제다.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은 대학 정규 한문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도 오래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다. 그러니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문정초등학교 4학년 최자영양. 지난 5월 실시한 제18회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에 합격한 최양은 사상 최연소 합격자다.

“자영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글씨 읽는 걸 좋아했어요. 모르는 글자를 보면 꼭 물어볼 정도로 호기심이 많았죠. 길 가면서 간판을 읽어주거나 집에서 신문을 읽어주는 게 제 일이 되다시피 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간판이나 신문에 한자가 많이 씌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한자를 한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어요.”

엄마 지성숙씨의 말에 따르면, 자영이는 두 돌도 되기 전에 한글을 읽었고,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한자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자영이는 신문에 나온 한자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엄마에게 음과 뜻을 물어오면 처음에는 그저 읽어주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워낙 자영이의 호기심이 왕성했다. 하루종일 옆에서 물어대는 자영이에게 답해 주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엄마 지씨는 ‘한자 공책’을 고안해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한자 교재가 신통치 않았던 터라 지씨는 문방구에서 한자 공책을 사다가 날짜를 적고 네 칸에 글씨 한 자가 들어갈 만큼 크게 적어 자영이에게 주었다. 그때 자영이는 이제 겨우 두 돌이 막 지난, 기저귀도 안뗀 아기였다.

“처음엔 자영이가 묻는 글자마다 다 적어주었어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하루에 수십자씩 적어야 하는 중노동(?)이 되풀이됐죠.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하루에 딱 다섯 자만 익히자고 제안했죠. 얘가 그 정도로 재밌어했어요.”

그날 신문에 나왔거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쉬운 한자들을 지씨가 엄마 공책에 적고, 음을 읽어주고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쯤. 그렇게 해주고 나서 지씨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자영이는 제 방에서 틀어박혀 그 공책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복습을 했다. 그러니 하루 다섯 자 익히는게 너무 쉬운 일이 될 수밖에. 그 날의 목표인 다섯 자를 외우고 나면, 자영이는 못내 아쉬운듯 그전에 배운 것을 자꾸만 들춰보았다. 이 정도로 아이가 학습에 매달리자 엄마가 가르쳐줄 수 있는 한자는 금세 바닥이 나버렸다.

‘더 발전된 한자 공부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지씨의 눈에 뜨인 것은 어린이를 위한 천자문 CD롬. CD롬에는 자주 사용하는 한자들이 음과 훈, 부수, 쓰임새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자영이는 이 CD롬을 아주 좋아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컴퓨터에 매달려 있더니, 이내 CD롬에 나오는 1천 자를 쉽게 떼어버렸다. ‘한자 1천자’면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에 해당한다는데 당시 자영이는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세 살이었다.

“기저귀 차고 한자를 척척 읽어내니 얼마나 신기해요. 부모인 저희도 너무 신통해서 비디오 촬영까지 해둘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얘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몰입을 하니까 걱정도 되더라고요. 일주일 한자에만 매달리다가 코피를 흘리는 걸 본 후로는 한자 공부를 억지로 줄였어요.”

다른 쪽에 관심을 쏟게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 지씨는 자영이에게 피아노도 가르치고 영어단어도 보여주었다. 자영이는 얼마 안되자 영어단어도 척척 읽어내려갔다. 주는대로 흡수하는 ‘스펀지’ 같았다.


세살 때 ‘한자 1천자’ 뗀 꼬마 한자박사

어머니 입장에서는 이렇게 공부에 몰두(?)하는 자영이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자영이는 집안에서 노는 것만 좋아하고 낯을 심하게 가리며, 엄마 곁에만 붙어 있으려고 했다. 걱정도 되었지만, 지씨는 그저 칭찬만 해주었다고 한다. 큰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를 기르는 데는 ‘칭찬만한 보약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영이는 지씨 부부가 40대에 낳은 늦둥이다. 자영이의 위로는 서울의대 본과 2학년에 재학중인 오빠가 있다. 자영이를 낳은 건 큰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으니 하는 짓이 다 예쁘고 대단해 보였다고 한다. 아이 기르는 데 한결 여유도 생긴 참이니 느긋하게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 줄 수가 있었다.

“사실 큰애를 기를 때는 열번 잘해도 세번쯤만 칭찬을 해줬어요. 너무 ‘잘한다 잘한다’하고 키우면 버릇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둘째를 키우면서 보니까 칭찬을 많이 해줄수록 아이가 자신감을 갖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자영이는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좋아졌어요. 잘 못하더라도 일단 해보려고 하고, 결과와 관계없이 즐기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제가 수영을 데리고 다니는데, 남들보다 늦게 배우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아주 즐거워해요.”

CD롬에 나오는 한자들을 다 뗐는데도 엄마가 다른 한자 교재를 마련해 주지 않자 자영이는 스스로 교재를 찾아냈다. 한자 1천8백자가 들어 있는 옥편. 그리고 자영이는 옥편을 들추면서 자신이 아는 글씨에 동그라미치는 놀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지 1년 만에 자영이는 옥편에 나온 글씨를 모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빠가 썼던 중학생용 영한사전의 단어들도 자영이에 의해 모두 동그라미 표시가 되기 시작했다.

자영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99년 가을, 자영이 아빠 최종승 교수(배제대 원예학과)는 우연히 한자능력검정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교수는 인터넷을 뒤져 관련 정보를 얻어왔다. 5년 이상 집에서 엄마와 딸 단 둘이서만 해왔던 한자 공부에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 것이다. 11월에 있을 시험까지는 꼭 두 달이 남아 있었다. 최교수는 자영이에게 처음 보는 시험이니만큼 부담 없이 상용한자 1천 자를 대상으로 하는 4급 시험에 도전해 보자고 격려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자영이는 한자를 읽기만 공부해왔을 뿐, 쓰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은 읽기와 쓰기는 물론, 단어 완성하기, 동의어, 반의어, 장단음 등등 다양한 형태로 1백문제가 출제된다. 특히 쓰기 문제는 쉽지 않았다. 한 문장을 뽑아놓고, 어떤 낱말에 밑줄을 그어 그 부분을 한자로 바꾸라는 형식이었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시험이 아니다보니 출제된 문장 자체가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에겐 난해하기만 한 내용이었다.

이제는 엄마가 아닌 아빠가 나설 차례였다. 자영이가 한자를 읽는 것을 그저 대견하게 바라만 보던 최교수는 인터넷으로 각종 신문 사설이나 칼럼 등을 검색해서 자영이가 이해할 수 있겠다 싶은 내용이면 무조건 인쇄해서 주었다. 그러면 자영이는 그 속에 나온 한자말들을 모두 한자로 써 보았다. 두 달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연필을 잡은 손가락이 휘어서 온 식구들이 걱정을 할 정도였다.

딸 앞에서 내색은 안 했지만 시험을 앞두고 지씨 부부는 남모를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시험이라고는 한 번도 쳐본 일이 없는 자영이었다. 소심한 성격 때문에 시험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한다면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데, 첫 시험에서 실망스런 결과가 나온다면 자영이에게 두고두고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행히 자영이는 첫번째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 봄에 있을(한자능력검정시험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실시한다) 3급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초등학교 3학년에 3급과 2급을 차례로 합격하고 4학년인 올해는 3천5백자를 보는 1급에 당당히 합격했다. 성적도 매번 최고점에 가까웠다.

한자 외에 다른 세계를 알게 해주고 싶어 시작한 영어와 피아노도 이제는 수준급이다. 발음의 구조니 뭐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통째로 외운 영어 단어 실력은 이제 고등학교 교과서를 읽어도 전혀 막힘이 없을 정도로 늘었고, 피아노도 학교 음악시간에 반주를 도맡아 할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출 때까지 자영이는 피아노도 영어도 대부분 엄마인 지씨에게 배웠다. 피아노 전공자인 지씨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직접 가르쳤고, 영어도 몸소 가르쳤다. 지난해부터는 한자가 아닌 한문을 가르쳐주기 위해 자영이를 동네 한문학원에 보내고 있다. 영어는 발음을 제대로 익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잠시 원어민이 가르치는 영어회화학원에 다녔던 게 전부라고 한다.

“한자를 익혔기 때문인지 단어에 대한 이해력이 매우 뛰어나요. 자영이 아빠가 그러는데 요즘 아이들은 한자를 모르니까 대학 강의를 해도 용어 설명하다 한 학기가 다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자영이 같은 경우는 그냥 들으면 딱 알아요. 예를 들어서 과학실험에 ‘비등점’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보통 외워야 하잖아요. ‘물이 끓는 온도를 비등점이라 한다’에 밑줄 그어가면서요. 그런데 얘는 그 말을 들으면 ‘아, 무슨 뜻이구나’ 하고 바로 알아요. 중학교 3학년인 조카아이까지 자영이를 보더니 ‘올 여름 방학땐 다른 과목 다 제치고 한자공부를 먼저 하겠다’고 다짐할 정도에요.”


단어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 어려운 책도 척척 읽어내

지씨는 한자교육이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얼마나 길러주는지는 당장 측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단어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자교육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아이가 책을 읽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는 점을 꼽았다. 자영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지금까지 읽은 책이 1천 권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한자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져 어렵지 않나 싶은 책도 쑥쑥 읽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책을 다 사줄 수가 없어, 3학년 때는 초등학생용 책이 1천 권 이상 비치되어 있는 독서지도 학원에 잠시 보낸 적이 있을 정도였다고. 그곳에서도 자영이는 하루 두 세권씩 책을 빌려읽곤 했다고 한다.

자영이의 경우를 보며 지씨 주변의 친지나 이웃들이 아이의 한자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게 됐다. 비결을 물어오는 어머니들에게 지씨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를 놓치지 말라”는 것. 글자에 관심을 보이는 시기는 아이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시기가 다소 늦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라고 아이를 믿고 기다렸다가 시작해야 아이가 한자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에게 뭘 가르칠 때는 당연한 것처럼 교재부터 찾더군요. 한글도 선생님께 맡겨서 가르친다면서요? 한글을 떼거나 한자의 기본단어를 가르치는 것 정도는 엄마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특히 엄마는 자기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자주 칭찬해 주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면, 별다른 노하우 없이도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가르치자’고 마음 먹자마자 바로 교재구입과 학원 정보에만 몰두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지씨. 그는 자신이 아이를 가르쳤을 때에 비해 지금은 서당교육이나 교재 등이 훨씬 알차게 나와있기 때문에 엄마들이 조금만 정성을 쏟고 부지런을 떤다면 아이가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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