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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의 하얀말, 그 뒷 이야기들..

글쓴이 오누이맘

등록일 2005-09-10 01:18

조회수 4,27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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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미니룸 것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수호의 하얀말, 정말 멋진 책입니다...
 
 
 
내 아들 은창이는 참 잘 운다.
그래서 엄마한테 많이 혼난다.
엄마도 어렸을 적에 툭하면 우는 바람에 할아버지에게 많이 혼났는데
그 눈물의 피가 그대로 전해진 모양이다.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은창이와 엄마는 허구헌 날 부둥껴 안고 울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입양 관련 프로를 볼 때도 그랬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운 일은 별로 없다.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잘 우는 것을 생각할 때
책을 보면서 운 일은 거의 없지 싶다.
엄마는 몇몇 책을 떠올리기만 해도 우는 걸 보면 눈물의 여왕임에 틀림없다^^;
 
그런 은창이를 울린 책이 바로 수호의 하얀말이다.
 
수호의 하얀말은 날아라책벌레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몇몇 분이 좋다는 평을 꾸준히 해주셔서 어떤 책인가 궁금했지만
읽고 싶고 읽을 책들에 밀려 오랫동안 손에 들어오지 못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도 환호보다는 좀 뜨악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를 울린 리디아의 정원처럼 아련하고 산뜻한 그림도 아니고
패트리샤 폴라코의 책처럼 선명하고 따뜻한 느낌도 없었다.
어떤 그림 못그리는 아이가 애써서 그려놓은 동양풍으로 좀 기괴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 책을 내가 먼저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은창이가 너무 좋아해서
또 내 처음의 편견이 산산조각이 나서
망설이지 않고 책을 샀다.
그렇게 온 새 책을 들려서 은창이를 제 방으로 보냈다.
은창이의 책 읽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은송이와 무슨 놀이인가를 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이상해졌다.
살며시 방을 들여다 보았더니
책을 잡은 두 손과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울먹이면서 마지막 부분을 어렵게 읽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나왔다.
잠시 후 은창이는 책을 안고 나오더니 내 품에 안겨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 마음이 너무 아파..."
나는 한참동안 은창이의 등을 두드려주어야 했다.
 
얼마 후 초등4학년 독서 테스트가 있었다.
두 명이었는데 한 명씩 하기에 순서를 기다릴 다른 한 명을 위해
수호의 하얀말을 챙겨갔다.
책을 읽은 후 생각하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라는 색종이 쪽지를 붙였다.
한쪽에서는 테스트를 하고 건너편에서는 책을 읽는 거였다.
둘이 번갈아 가면서 그렇게 했다.
며칠 전의 일도 있고해서 나는 슬쩍슬쩍 두 학생의 반응에 민감했다.
그런데.....
두 학생의 모습이 모두 지극히 무미건조하고 상투적이었다.
아...그럴 수도 있겠지....했지만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건 비단 우리 모자를 울린 책을 보고 너희들은 왜 한 방울의 눈물도 없냐는 억지가 아니다.
처음 만나는 어색하고 낯선 자리였고
더구나 독서 테스트라는 편안하지 않은 자리임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우리는 독서수업을 시작했다.
국어적 문제가 있어 읽기가 다소 힘든 학생,
거의 모든 질문에 몰라요라고 말하는 학생,
그런데 나는 힘들지 않았다.
책도 꼭꼭 씹어야 소화가 잘된다고 했더니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은 흔적이 있고
또 처음 필독서였던 책이 다행히 수월해서
재미있었노라는 말도 수줍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잃어버렸거나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독서의 즐거움에 다가서는 일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눈을 꿈뻑꿈뻑하며 딱 한 줄, 딱 한 마디로 본 수호의 하얀말...
연두색 정사각형 색종이가 살짝 펄럭이면 그나마도 안보이는 그들의 느낌...
집에 돌아와서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할까 생각했었다.
일주일을 미적거리다가 첫 수업 후 그 색종이 두 장을 그들의 파일 맨 앞에 끼웠다.
나중에 우리의 책여행이 한창일 그 어느 날,
나는 다시 수호의 하얀말을 읽힐 것이다.
색종이를 꽉 채울 수려한 독서감상이 아니라
그들의 촉촉히 젖는 가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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