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 이니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그다지 뭔가를 많이 하게 하는 편은 아니다.
사실 초등2학년씩이나 되었는데 뭔가를 시킨다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움직이게, 그리고 생각해보게 적절한 자극과 목표를 주는 것이 좋다고 믿는 부모라서 나름 잘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 하는 아이를 데리고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섰다.
아이와 씻고 가볍게 정리하고 나서 "뭐 할래?"라고 묻자 아이는 그새 잠이 깨었는지 "장기나 한 판 두자.'고 한다.
장기판이 꽤 낡아서 그 장기판으로 장기를 두고 싶은 맘은 별로 없다고, 그리고 장기 특성상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될 염려가 크니 그보다 짧게 할만한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잠시 후 이니는 "컴퓨터 게임을 아빠 오실 때까지 할게." 라고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컴퓨터를 활용하지 못 했다면서...
아니, 하루 종일 이니는 할머니 댁에서 무엇을 했기에 컴퓨터도 못 켰던 것일까?
아니, 하루 종일 이니는 할머니 댁에서 무엇을 했기에 컴퓨터도 못 켰던 것일까?
초등 2학년 여자 아이 이니의 하루를 다시 생각해보자.
오전 7시 15분 : 일어남
오전 8시 5분 : 학교로 출발
오전 8시 30분 : 학교 도착, 학교 생활 시작
* 오후 1시 반(수) : 학교 수업 끝, 1시 45분 피아노 학원 도착
* 오후 2시 반(월, 목, 금) : 학교 수업 끝, 2시 45분 피아노 학원 도착
* 오후 3시 반(화) : 학교 수업 끝, 3시 45분 피아노 학원 도착
* 오후 12시 20분(토) : 학교 수업 끝
(수) 오후 3시 : 할머니 댁 도착
(월, 목, 금) 오후 4시 : 할머니 댁 도착
(화) 오후 5시 : 할머니 댁 도착
(토) 오후 1시 : 이니네 집 도착
=> 즉, 집에 도착한 이후 시간이 넉넉한 편인 것은 수요일이고, 대개는 4시 ~ 5시 이후 도착이다.
그러고 나면 숙제 하고, 쉬고, 저녁 식사를 하고, 책을 보는 사이 저녁 식사 시간인 6시가 된다.
화요일은 저녁 식사 후 숙제를 시작하게 되므로 숙제가 마무리 될 시간은 8시 무렵이다.
=> 가끔 피곤하다고 낮잠을 자면 이러저러하게 하루가 정리되는 시간이 밤 8시~8시 반 사이가 된다.
그러므로 그 사이 짬을 내서 교재를 두어 권 풀기도 하고(내키면 챙겨감), 책을 보거나, 게임을 조금 하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다양한 몸 놀이를 하거나 한자나 영어를 공부하기도 한다.
=> 월, 수, 금은 할머니께서 건강관리를 위해 함께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저녁 식사 후 8시부터 9시 사이 운동을 하러 할머니댁 바로 옆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기도 한다.
여하튼 내가 주로 아이와 함께 퇴근하는 시간은 9시 반 ~ 10시 반 사이...
집에 오면 대개는 10시 ~ 11시 사이...다시 엄마의 손이 꼭 필요했던 과제물을 하거나 챙기고, 다음 날 필요한 준비물과 옷을 챙겨두고, 간단한 과일이나 간식을 먹기도 하고, 책을 주로 본다.
그러고 12시면 잠자리에 드는데, 11시 반에 온 가족이 자는 안방에 모이면 늘 책을 보고 자는 이니와 나는 책을 12시까지 보고, 약간 떠들기도 하다가 잠이 든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은 아이에게 적당한 취미 생활을 마련해줄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오래오래 잘 하면서 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에 활력이 되고, 스스로 자긍심도 높여주고 재미도 있고 관심이 오래 갈만한... 이니만의 취미.
독서를 취미 생활로 즐겨요... 라는 이력 말고 온 가족이 즐기는 보드게임도 나름 괜찮지만 그 외에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아이만의 "취미"에 대해 좀더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들여야 할 시기이다.
초등 2학년, 내년엔 보다 본격적인 학교 공부가 기다릴 것이고, 아이는 일주일 내내 가는 피아노 학원 이외에 방과 후 수업으로 미술과 영어 모두를 하니 몸이 힘들어 2학기에는 학교 도서관을 거의 못 갔다고 하므로 뭔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봐야겠다.
이니가 취미로 가질만한 것은 아이가 관심 있는 장기나 바둑이 될 수도 있고, 체스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흔히 즐기면서 하는 소코반류의 온라인 게임을 취미로 가질 수도 있겠다.(소코반은 여기저기 길을 만들어서 정해진 위치에 보석을 밀어 넣는 게임 종류이다)
피아노를 취미로 하는지 그냥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제 만 1년이 지났으므로 아이가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천천히 함께 가볼 생각이다.(연말에 가족연주 발표회가 있다는데... 그게 뭘까?)
이니와 함께 나도 한 번 더 자라고 싶다.
이니가 키우는 꿈들을 나도 아이처럼 희망 차게 키워보고 싶다.
아이 꿈에 내 꿈을 얹어서 키우는 게 아니라 잊고 있던 어릴 때 내 꿈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생각해본다.
취미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은 이니에게 또 다른 성장을 생각하게 하는 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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