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실 귀차니스트입니다.

특히 집안 일은 엄청 하기 귀찮아 해서 집안 곳곳에 치워야 할 뭔가가 쌓여갑니다.

마치 겨울에 내린 눈처럼이요... ^^;;

 

그냥저냥 이해해주는 식구들(최근 절 째려보기 시작했지만 굳굳히 버티는 중이지요)과 함께 여하튼 귀차니스트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삽니다. 지난 가을엔 겨울이 오면 저걸 다 치워야지 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봄이 되면 치워 볼까... 하는 정도로 마음이 변하더군요. 지금으로선 최소한 여름 전에는 치워야지... 하는 마음 뿐입니다.(더울 땐 분명 가을 생각할 것이므로...)

 

제가 당당하게 딸에게 "엄마가 청소를 잘 안 하는 것은 못 해서 그런 게 아니고 귀찮아서 그런 거야"라고 말한 이후 아이는 시댁 식구들 모두 모이는 노할아버님 제사에서 큰 소리로 엄마의 비밀을 공개해서 망신을 당하게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럴 만 하지요. 여하튼 어른들께서 "엄마가 직장을 다니니까 힘들어서 그런거지"라고 감싸주시긴 했지만 영 맘 불편했지요. 그럼에도 전 귀차니스트로 쭈글쭈글 삽니다.

 

오늘 아침 서울에 눈이 엄청 내리네요.

2월 1일부터 학교에서 특강을 듣는 이니 학교 갈 준비하고 전 출근 준비하고, 대학원 마지막 마무리 중인 울 남편은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제부터 이야기했던 터라 혼자 제대로 잘 준비를 하는 것 같더군요.

 

눈 내리는 것을 보니 게으름 피우고 싶은 마음이 더더 솟아납니다.

여하튼 출근해야 하므로 눈 내리는 2월 거리로 나섰습니다.

 

눈이 어찌 내리는지 뽀드득 소리가 제대로 들립니다.

집에 있다면 절대 안 나갔을텐데..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시화처럼 보입니다.

 

겨울이 가기 전에 좀더 겨울을 느끼고

제대로 된 겨울 풍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2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