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라는것이 no가 아니라 포기의 의미의...그런 안돼입니다.

 

아침에, 출근전..평소보다 조금 일찍 깬 아이를 꼬셔 줄넘기 연습을 해보지 않겠냐고 했더랬습니다.

아이의 말이...줄넘기는 잘못해도 됀다...자긴 충분히 튼튼하다...그래서 너처럼 한개도 못하는 애가 반에 또 있느냐..고 물었죠. 자기외에 한명이 더 있답니다. 안챙피하니..?했더니 별로랍니다.

이달말에 줄넘기 급수제가 있다는데...아이는 첨에 몇일 해보더니 아예 줄넘기를 꺼낼 생각도 안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제가 직접 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지 못했고..혼자 하게 하거나 아님 남편이 두어번 따라나갔었죠.(늘 들어와서 하는말이 쟤는 안돼~)

 아이의 그 말을 듣고 전 머리가 띵 했더랬습니다.못해도 그만이고, 별로 연습해서 잘할 생각도 없고...

당장 낼모레 한자시험도 그렇습니다. 별로 중요한 시험은 아닌듯하고, 또 영어, 수학공부 신경써 주느라 한자는 거의 손을 안대고 있었기에 니가 스스로 알아서 조금만 준비해라..고 했는데, 한번도 공부를 안하더군요.

 아침부터 아이에게 울그락 푸르락 화를 내고 출근하여..하루종일 마음이 우울모드였습니다.

저녁때 퇴근후 아이를 잘 달래서, 줄넘기도 학교에서 하는 공부다, 공부는 잘하는 것보다 열심히 노력하는게 중요하고 어쩌고...잘 설명하여 데리고 나가 30분이 넘게 연습을 시켰습니다. 땀이 뻘뻘 나더군요.

 아직은 한개도 겨우 하지만, 자꾸 연습을 시키면 언젠가는 하지 않을까..하는 각오도 다잡구요.

집에 들어와 막 씻기고 한자공부를 하려는 순가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오냐고 하고..보자말자 제입에선 아이 걱정에 줄넘기 얘기가 튀어나왔습니다. 얘 줄넘기 너무 못하네 어쩌냐...그랬더니 남편이 대뜸 하는말이, 쟤는 안돼..였습니다.

 그순간 눈이 핑 돌더군요.

아이가 손가락이 하나가 없어도 피아노를 가르치는 엄마도 있습니다.

아니, 부모가 자식한테 쟤는 안돼..이게 할말입니까?

줄넘기 선수를 시키자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기본적인것은 할줄 알아야 하는거 아닐까요? 물론 아이가 저를 닮아 운동신경이 없긴합니다. 그래서 저도 운동쪽으로는 많은걸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모든걸 다 잘할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하는데까지 노력해서 성취감을 얻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아이가 잘하는거..책도 무지 많이 읽고 그림도 잘그리니까 그쪽으로 많이 칭찬해주려합니다.울딸 장점이 왜 없겠어요. 가장 좋은점이 바로 낙천적인건데..그게 바로 단점이 되기도 하는군요.ㅠㅠ

쟨 안돼 라는 말은 이번뿐이 아니라 영어를 가르칠 때도, 수학을 가르칠 때도 종종 남편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영어도 수학도...첨엔 못하더니 매일 꾸준히 하니까 지금은 다른 아이들보다 오히려 잘하는 편이랍니다. 12월29일생이라 딴애들에 비해 아무래도 어리고 늦되는게 많은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남편이 비교하는건 초등2년생이 아니라 자기가 가르치는 고등학생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어요.(고교교사)

그래도 다른 아빠들에 비하면 아이에게 자상한 편이긴 하지만, 이 말을 들을 때면 정말 속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아빠가 이렇기에 아이도 모든것에 욕심도 의욕도 없는게 아닐런지..물론 전적으로 아빠의 책임은 아니겠지만요. ..다른건 몰라도 이런식으로 아이를 포기하게 만드는 건 정말 못참겠습니다. 아무리 잘하는 아이도 너는 안돼라는 말을 계속들으면 못하게된다는데...

 남편은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했다고는 생각 안하는 모양입니다. 그저 제가 막 퇴근한 자기한테 화를 낸게 기분나쁜 모양입니다. 남편은 막 퇴근했지만, 저는 퇴근하고 밥하고 아이연습시키고 씻기고 했는데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