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빈이가 한글과 친해지기 시작한 건 작년 이맘때부터였죠.글자랑 어떻게 하면 친하게 해줄까 생각하다가 자주 읽을 기회를 줘야겠다 생각했죠.
자주 읽게 하는데 어떻게 하면 여섯살짜리 우리 아들,친구들은 글자를 다 안다고 자기는 바보라고 퉁퉁대는 아들,그럼에도 글자란 글자들은 자기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전혀 불편을 모르는 우리 아들에게 낱말카드를 들이미는게 영 조심스러웠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낱말카드 50개정도는 쉽게 진행이 되었습니다.그러나 물론 그 시간은 짧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쯤해서 뭔가 그림카드가 시시해졌죠. 그러다가 우연히 현관문에 편지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용빈이가 아는 글자만 가지고 조립하듯이 편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용빈아 토마토 먹자""용빈아 딸기랑 우유 먹자" "용빈이는 엄마 새끼, 아빠 새끼""용빈아 사랑해-최은하"부터 시작해서 동사는 잘 모르는 글자라도 3,4일 반복되게 편지를 붙였죠.
동사는 주로 처음엔 먹자,기다린다,사랑해요,해라, 등등을 썼죠.
그러다보니 정말 연구를 많이 해야 했죠.용빈이가 다니는 파랑새 유치원에서 '새' 토끼에서 '끼','랑'도 유치원 이름에서 따왔구요.기린의 기 ,다람쥐반할때 다,린도 기린에서,따왔지요.사과에서 사,파랑새에서 랑, 해파리에서 해를 따서 만들었지요.
과일이름은 많이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과일을 매일 바꿔가며 사다놓고 딸기 먹자,바나나 먹자,사과 먹자,오렌지 먹자,토마토 먹자,키위 먹자 이렇게 할 수 있었죠.
그리고 엄마 이름 아빠 이름은 쉽게 받아들였구요.엄마 아빠 글자도 어렵지 않게 알아보더라구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제가 일터를 다시 나가게되었을땐 용빈이에게 편지를 쓸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답니다.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 되어버린 한글 떼기의 순간이었습니다.한 글자 한 글자가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동안의 여러가지 시행착오들도 소중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게 되는 '단계'에 올라서 있더군요.
또한 겨우 한달여 동안 붙여놓았던 편지지만 용빈이가 글자를 읽는 걸 겁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 계기가 되었구요.또 한가지 요즘엔 엄마 아빠 돌아올 시간에 이번엔 용빈이가 그림 두장을 붙여놓았더군요.거기엔 이렇게 써져 있었답니다.'엄마꺼''아빠꺼'라고요...
이제 일곱살,작년 이맘 때부터 그림카드를 붙여놓기 시작했으니 일년이 다되가는 지금 ,용빈이에게 이렇게 편지를 써놓습니다. "용빈아 어제 그림 너무 고마워.그리고 미안해.엄마가 늦게 와서.사랑해요-엄마가-"
이젠 용빈이가 모르는 글자보다 아는 글자가 제법 더 많기 때문에 조립하지(?)않고 연구하지 않고 마구 써도 됩니다.용빈이를 사랑하는 마음,고마운 마음,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가끔 평일날 쉬는 날이면 저는 무슨 말을 쓸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그리고 붙여놓고 와선 10여분 쯤 후 들어올 용빈이의 표정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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