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친해지기-한국뮤직아이음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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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놀이하듯 음악을 온몸으로 즐겨보세요”
아이들이 온몸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한국뮤직아이 음악교육법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이곳의 독특한 음악교육법은 유아음악 전문가 방은영 소장이 코다이, 오르프 등의 유아음악 프로그램을 한국 아이들에게 맞도록 재구성한 것.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지 방은영 소장을 만나 알아보았다. 덤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당당한 삶까지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주부들은 자신의 꿈을 하나씩 포기하며 살아간다. 남편 뒷바라지 때문에 하나의 꿈을, 그 다음엔 아이가 태어나서 또 하나, 그리고 그 다음엔 또 둘째가 태어나서 다시 또 하나. 그러다보면 5년, 10년은 금방 흘러버리고 자신을 위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뮤직아이 음악연구소의 방은영 소장은 달랐다. 그는 6년 전, 네살짜리 큰아이와 태어난 지 백일도 되지 않은 둘째아이를 데리고 유학을 떠났다. 그것도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헝가리로.
“제가 원래 음악교육, 특히 유아 음악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유아음악 쪽으로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 별로 소개된 바가 없어서 공부하기가 어려웠어요. 교육대학원에 다니면서 보니 헝가리의 코다이음악원이 유명하더군요. 잠시 연수를 다녀오고 나니까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졌어요.”
유학을 단행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당시 큰 아이는 어린이집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어렸고, 둘째아이까지 덜컥 임신을 한 상태였다. 이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히 타협하는 길을 찾게 마련이다. 뒤로 미루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고, 정 미련이 남는다면 몇 개월 과정의 단기연수를 다녀오는 것으로 정리하고 만다. 그러나 방씨의 생각은 달랐다.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유학을 차분히 준비했어요. 인터내셔널 스쿨이라서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데 대비해서 영어공부에 매달렸고, 아이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으므로 헝가리까지 같이 가달라고 친정어머니를 설득했어요. 어머니가 있어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까요. 떠나기 전 미리 헝가리의 교육원 앞에 집도 구하고요. 남편은 늘 자기계발을 하는 제 모습이 보기 좋다고 얘기하던 사람이라 반대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유학경비를 대기 위해 살던 집을 정리하고, 자신은 본가에 들어가 살았죠.”
둘째가 장시간 비행기를 타도 괜찮겠다고 확신이 든 순간, 그녀는 떠났다. 막 백일이 지난 둘째는 당시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을 때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학생활이 어땠느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힘들었다”는 얘기를 먼저 듣게 마련이다. 하지만 방소장은 다르다. “재미있었다”는 게 그의 첫 소감. 수업 중간에 학교 가까이에 있는 집으로 뛰어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다시 학교로 뛰어가는 생활마저도 즐거웠단다. 방소장은 시간이 아까워서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했고, 그런 ‘악바리 근성’으로 남들보다 빨리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딸 수 있었다.
그의 공부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헝가리로 만족하지 못하고, ‘음악 도시’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오르프음악원에도 입학원서를 냈다. 그의 실력과 열의를 인정했는지 오르프음악원에서는 수많은 입학생 중에서 2년에 한번, 단 12명에게만 주는 장학금까지 주겠다면서 입학 허가서를 보내주었다. 그동안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꼬박꼬박 유학경비를 부쳐주는 남편에게, 그리고 오직 딸의 공부를 위하여 말도 통하지 않는 땅에 따라온 친정 어머니께 그 한 장의 ‘입학 허가서’는 그가 고개를 당당히 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장학금 때문에 오르프음악원의 유학생활은 헝가리에서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왔다. 음악원 측에서 그에게 강의를 해보라고 제안한 것. 장학금을 받은 12명 학생 중에서도 방소장의 성적이 가장 우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년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기회. 직접 코다이, 오르프 교수법을 학생들에게 적용해볼 수 있다는 기회를 잡아낸 그로서는 가슴 뿌듯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강의료도 주겠다지 않은가.
“너무나 부푼 마음으로 강의에 들어갔죠. 제 실력이 음악의 본고장에서도 통하는구나 자랑스러워하면서요. 그런데 강의실에 들어가 보니, 정상적인 아이들이 아니라,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앉아 있는 거예요. 미리 언질을 듣지도 못했어요. 실제로 그들을 본 게 처음이었던 전 너무 당황해서 수업을 채 시작도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어요. 그러자 교수가 오더니 왜 그러느냐고 묻더군요.”
교수는 ‘발달장애아를 다르게 보는 네가 이상한 것’이라고 그에게 지적했다. 그 아이들도 똑같이 음악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데 왜 그들과 수업을 할 수 없느냐는 따끔한 반문.
“그때부터 장애아동의 음악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다른 과목에 비해서 음악은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죠. 관심, 위로, 애정… 이런 것들은 ‘수학’으로는 안되지만 ‘음악’으로는 가능하잖아요. 결국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을 더 공부하게 됐고, 실제로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쭉 했어요. 3년 반 만에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 ‘내가 평생 이 아이들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하느님께 기도했지요.”
한국에 돌아와서 방소장은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통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연구소를 열었다. 여러가지 교육법을 공부해보니 각 방법마다 각각의 장점이 있었던 것. 예를 들어 코다이는 훌륭한 교육법인 반면 다소 정적인 느낌이 있고, 오르프는 반대로 동적인 면이 강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들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고 수업중에 필요한 악기에도 우리의 전통악기를 접목시켰다.
“우리나라 음악교육은 아직도 악기를 다루는 테크닉 위주로 되어 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는데, 그 아이들이 모두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음악가로 키우기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로 말이죠. 이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 중에서 영재성이 보이는 아이들만 음악가로 키우면 되겠죠.”
뮤직아이 프로그램은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 비슷한 또래끼리 모아서 음악에 맞춰 마사지를 해준다거나 영아체조, 손놀림 유희, 말리듬놀이 등의 방법으로 아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특히 엄마와 함께 눈을 맞추면서 스킨십과 대화를 나누는 놀이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5세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베이직 클래스, 7세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레벨 코스(I, II, III단계), 7세 이상의 아동 중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난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솔페이지 코스,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잡아 16주 동안 집중 탐구하는 프로젝트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장애아동을 위한 음악교육학교를 짓는 것이 그의 꿈
방소장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클래스는 발달장애아를 위한 통합음악교육 클래스. 말리듬놀이를 한다든지, 음악을 들려주면서 신체로 표현하게 한다든지, 악기를 두드리면서 소리를 들어보게 한다든지 혹은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면서 언어능력도 향상시키고, 대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청취력, 집중력, 사회성 등을 계발하게 하는 것이다. 만 3세 이상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엄마와 함께 교육을 받도록 하는데 아이들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엄마들보다 방소장이 더 기뻐한다고.
교육을 받고 좋아진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게 되는데 현재 7명 정원의 클래스마다 한둘씩은 끼어있을 정도로 좋아진 아이들이 많이 있다. 비장애아동들도 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려 음악수업을 하는 것을 전혀 꺼려하지 않는다. 장애에 대한 장벽은 오히려 어른들이 갖고 있다고.
“집에서 엄마들도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느껴보세요.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는 그냥 흘려듣는 것(hearing)에서 벗어나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청취(listening)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해요. 음악의 빠르기, 높낮이, 장단 등을 생각해가면서 아이와 함께 음악을 듣고, 음악에 맞추어서 움직여보세요.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아이를 안고 빠른 음악에 맞춰 비행기를 태우거나 느린 음악에 맞춰 느리게 움직여주고, 아이가 좀더 자랐다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요. 레가토가 나오면 이어지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움직여주고 스타카토가 나오면 통통 튀기는 춤을 추거나 로봇춤을 출 수도 있겠죠?”
엄마의 의욕이 넘쳐서 아이에게 음악을 강요하는 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는 방소장은 온몸으로 음악을 즐기다보면 아이들 내면에 숨어있는 창의력이 쑥쑥 자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정작 자신의 두 딸인 3학년 나영이와 7세 민주가 뒷전이 된 것이 늘 가슴 아프다는 방은영 소장. 그의 꿈은 장애아동을 위한 음악교육학교를 짓는 것이다. 자폐아, 시각 청각 장애아 가릴 것 없이 모든 장애아이들이 음악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어서 비장애아동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늘 기도한다는 방소장의 맑은 얼굴이 눈부시기만 하다.
*출처 :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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