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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혹시...

글쓴이 준경맘

등록일 2001-10-18 15:39

조회수 4,16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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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준경이는 만 5세가 막 지난 남자아이예요.
명랑하고, 씩씩하고, 친구도 잘 사귀고, 이야기도 아주 잘 하는데,
종이만 잡으면 80% 이상은 사나운 공룡 아니면 벌레 그림이예요.

서너 살때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러네요.
공룡들이 놀러가는 것, 잡아먹는 것, 공룡 알, 풍뎅이, 사슴벌레,
무당벌레, 사마귀, 잠자리, 상어, 곰치, 뱀장어, ...
내용은 좀 풍부해지긴 했지만요.
그냥, 좋고 싫은 게 워낙 분명한 성격이라 그런가하고
지켜보고 있는데요.
(평소에도 벌레 키우기나 벌레잡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 잠자리, 메뚜기, 매미, 사슴벌레, 풍뎅이, 무당벌레는 기본이고,
거미, 바구미, 쥐며느리, 밤벌레도 불사함)

암만해도 한 가지 걱정스러운 건요,
아이의 그림이 너무 공격적인 것 같아요.
주로 잡아먹는 그림이 많구요,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이나 뿔을 삐죽삐죽 대담하게 그려놓거든요.
색도 남색이나 청록색 같은 강렬한 색을 선호하구요,
선도 아주 힘차고 대담하게 죽죽 긋는답니다.
어려서 낙서를 너무 좋아하길래 전지를 자주 사다주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색칠하기를 싫어하길래
그럼 그냥 연필로 그리라고 했더니 종이가 아깝다 싶도록
큼직큼직하게 그려대지요.
하루에 8절 스케치북 한 권 정도 써대니 종이값도 많이 드네요.

혹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나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저나 애 아빠는 아이에게 스트레스 안 주려고 많이 노력해왔거든요.
가족 모두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지라
야단도 별로 안 치고,
산이나 들에도 자주 데리고 다니고,
거의 매일 바깥에 나가 놀도록 해 주구요,
제 친구까지 매일 집에 데리고 와서 신나게 놀고 다 어지르고,
사실 제가 보기에도 부러워서 넌 진짜 좋겠다 생각할 적도 많은데,
우째 이런 일이!

그래도 사람을 그릴 때는, 해적이나 도둑 빼고는 다 웃는 얼굴이고,
내용도 놀러가는 거라든지, 잠자리 잡기, 소풍, 보물섬 탐험 같은
즐거운 그림이란 걸 위안으로 삼고 있긴 한데,...암튼 찜찜하네요.

한달전부터 미술학원에 보냈어요.
미술선생님도 그러시더군요.
준경이가 성격은 원만한데,
선이 너무 대담하고, 그림도 너무 크게 그리고,
(다른 애들은 너무 작게 그려 걱정이라네요)
벌레 그림에만 너무 집착한다구요.

하루는 자유롭게 그리고, 하루는 주제를 주고 그리는데,
미술학원에서 꽃이나 나무 같은 걸 그린 날은
오늘 엄청 시시한 거 그렸다고 집에 와서 투덜대거든요.
나중에 그 그림 보면, 한눈에도 얼마나 그리기 싫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찌익찍 그려놓고,
어떤 날은 화분에 든 꽃을 그리라고 했는데 너무 그리기 싫어서
자기가 선생님 몰래 꽃괴물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꽃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실 카멜레온처럼 독이 있는 촉수가 나오는
꽃괴물이라면서... 에구 못말려.

남편은 자기도 어려서부터 그랬다고 울 아들 잘만 그렸다 하면서
무조건 지가 그리고 싶은 걸 맘대로 그리게 하라고 하지만,
전 속으로 걱정이 좀 됩니다.
어려서부터 제 아빠 따라 온갖 자연 다큐멘타리에
공룡이나 상어가 등장하는 잔인한 영화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는데. 울 아들 동물의 왕국 같은 자연 다큐멘타리는
지금도 매일 꼭 보구요,(이거야 괜찮지만)
딥블루씨, 쥬라기공원 같은 끔찍한 것도 서너 번씩은 봤답니다.
제 아빠가 워낙 좋아해서 이런 비디오 나오면 꼭 몇 번씩 보거든요.
볼려면 애 잘 때 혼자나 보던지. 원.

그냥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놔 두어도 될까요?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빨그림 안 봐 주기 랍니다.
우리 준경이는 자기 그림 설명해주는 걸 참 좋아하는데
이빨만 뾰죽한 그림은 재미없어 하면서 그냥 외면하는 거요.
약발이 좀 받긴 하는데, 그나마 우리 신랑이 협조를 안 해 줘서요.
지 아빠만 있으면 사나운 공룡이랑 상어랑
뿔이 뾰족한 큰 사슴벌레 같은 것들 신나게 그리지요.

어떻게 보면 삐죽삐죽 날카로운 이빨들을 그리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강한 것에 대한 동경이나 뭐 그런 거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아시는 분 부디 조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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