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에 사시는 분들이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속유치원 원암유치원'
원암유치원은 불암산 자락에 있습니다. 마을과 산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작은 마을 골목길을 지나서 가장 끝에 있습니다.
그러니 소위 자가용으로 유치원을 통학시키는 부모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숲이 유치원을 에워싸고 있고 유치원 마당은 전혀 포장이 안된 흙으로 되있습니다.
그 부드러운 흙 위에서 매일 아이들이 즐거이 뛰어놀지요.
한쪽에는 원암텃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봄철이면 아이들이 씨를 뿌리고 가을철이면 호미를 들고
야채를 재배합니다. 5세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고 처음에는 호미를 안주고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조금씩 파보게 하더니 어느날인가는 작은 꽃삽을 내주어 봤답니다.
생각보다 그 고사리 손으로 호미질을 잘 하더라는군요.
어느날은 텃밭에서 딴 거라며 고추를 가져오고
(농약을 안 쳐서 볼품없게 꼬부라져 있습니다) 어느날은 고구마를
캐옵니다. 마당에 있는 큰 밤나무를 기사아저씨가 털어주면 아이들은
나무작대기를 하나씩 들고는, 신발 신은 발로 밤의 가시송이를 벗겨내기도 합니다.
다 까져 있는 알밤이 그 상태로 나무에 달려있는줄 알거나
아니면 책으로만 밤송이를 보았을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살아있는 재미난 경험이 되지요.
그렇게 가시를 벗겨낸 작은 토종밤을 집에 한주먹씩 싸서 보내주기도 하지요.
초여름이면 유치원 마당의 앵두를 따먹고 초가을이면 살구도 따먹고
가을이면 밤이며 배며 풍성한 과실이 유치원에서 다 재배됩니다.
텃밭보다 더한 자랑은 유치원 마당 또 한켠에 있는 원암동물농장입니다.
토끼, 오리, 칠면조, 다람쥐, 구관조 등 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가끔씩 토끼좀 가져다 주게 홍당무를 잘게 썰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농장 한가운데에는 늘 지푸라기가 놓여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짚을 집어다가 능숙하게 토끼에게 먹이를 주기도 합니다.
새로 태어난 토끼가 자라는 모습을 집에 돌아와
매일 재잘대기도 하지요. 유치원 마당 한 켠의 작은 연못에서는 물고기와
거북이가 자라고 있고 유치원 수업내용 중 주제가 동물일때에는 교실에
거북이를 데리고 들어와 등껍질을 조심스럽게 만져보게도 하고
다람쥐도 교실로 데리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직접 보고 만지고
그와 관련된 책(식물이건 동물이건)을 읽어보는 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 온 다음날 유치원 마당에서 그리고 텃밭에서 나온 지렁이를 덥썩 손으로 집어
만져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아이 다니는 원암유치원에서는 예사랍니다.
유치원 마당의 놀이터도 모래마당에 부엌놀이를 가져다 놔서 모래, 풀, 자갈, 흙등이
요리재료(?)가 되고 그네, 미끄럼 등의 놀이시설도 나무와 밧줄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랍니다. 간혹 리틀타익스의 플라스틱 놀이기구도 섞여있지만
그것들도 실내가 아닌 유치원 마당의 흙위에 놓여져있고
통나무 그네며 암벽등반이며 하는 놀이기구들이 숲속에 자연스럽게 어루러져 있으며
쇠로 만들어진 기구는 거의 없습니다. 여름철이면 마당에 큰 푸울을 내다놓고
물놀이도 하고 맨발수업기간이라 해서 유치원 마당의 부드러운 흙을 맘껏 밟고
뛰어놀게끔 한답니다. 봄가을 볕이 좋은 날은 유치원 마당 한켠의 등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습니다. 소풍이 따로 없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아이들에게 매일 유치원 운동장을 두바퀴씩 뛰게 하더니
이제 다섯살 먹은 우리 딸내미 다리도 많이 단단해지고 뜀박질도 제법 잘 한답니다.
두바퀴씩 뛸 때 그 반환점이 무언지 아세요?
바로 어른 두사람이 팔을 벌려 안아야 될만큼 크고 오래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바로 그 반환점이랍니다.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어놀아서 그런지 많이 건강해졌다고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어머니께서도 참 흐뭇해 하십니다.
어디 이것 뿐인가요?
매주 월요일이면 불암산 산행을 합니다. 작은 산사에 가서 약수물 한 모금씩 마시고
돌아오는데 우리 아이는 5세반이라 산에 그냥 오르기만 하지만 7세 형님반이 되면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지도를 주고 어느 지점으로 찾아오라고 하면
아이들끼리 삼년간 오르내려서 익숙해진 산을 등반하며 제법 그 위치를
찾아온답니다. 몇명씩 조를 이루어주고 도우미 몇 분이서 지켜보면 자기들끼리
지도를 해석하고 찾아오는 것이 기특하기마저 하다는군요.
맨처음 유치원에 입학해서는 등산하는 날이면 집에 돌아와서는 아주 곯아
떨어지더니 이제는 적응이 되서 온가족이 주말에 함께 등산을 할때면
가장 안 지치고 활기에 차 있답니다.
등산을 하는 날이면 이쪽에서 한 아이가 "야! 여기 이 꽃 좀 봐" 하고
외치면 모두들 "어디?" 하며 쪼르르 달려가고
또 한 아이가 "여기 개미가족들이 떼를지어 소풍간다"하면 또다시 "어디?" 하며
쪼르르 달려가고 해서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답니다.
서로들 여기봐라 저리봐라 하면서 풀잎에 맺힌 이슬 하나까지도 찾아낸다고 하더군요.
어떤날은 "엄마, 오늘은 원래 산에 가는 날인데 산에 안 갔어요,
다른 요일에 날씨 맑으면 간대요."라고 아이가 말해서
"그래? 아마 흐려서 비가 올까봐 그랬나보지? " 라고 말했더니
아이말이 "엄마, 비 올 정도는 아니었는데 날씨가 흐리면 산속에 모기가 많아서
우리가 모기한테 물릴까봐 그러는거에요." 라고 말하더군요.
도시생활에만 찌든 저도 잘 모르던 사실인데 아이는 유치원 선생님께 들어서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더라구요. 어찌나 신기한지.......
또 어느날은 "엄마, 오늘 날씨가 참 맑지?" 라고 하길래
"그래, 참 맑구나."라고 했더니 "아침에 산에 갈때 안개가 끼어있었거든,
그런 날은 낮에 날씨가 맑대, 그런데 산에 갈 때 안개 끼어있으면
풀들이 정말 이쁘다, 어떤 벌레는 못 날고 가만히 앉아있기도 해. 그건
날개가 젖어서 그런거래. 내 운동화도 좀 젖기도 해."하고 말하더군요.
이런 얘기를 하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사랑습니다.
추석명절 전에는 한달 전부터 추석을 주제로 그 넓은 유치원 마당에서
널뛰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닭싸움 등을 하며 신나게 놀게 하고
송편도 만들고 하루는 한복을 입고가 전통예절도 배웠지요.
공부나 학습은 자연스럽게 자연과 함께 가볍게 접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노는게 유치원의 하루 일과입니다.
지은지 오래된 건물이라 많이 낡기도 했고
여러가지 첨단 교구들로 즐비한 화려한 유치원과는 거리가 멀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그 환경을 최대한 장점으로 살려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숲속유치원 저는 이런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것이 정말 기쁩니다.
어쩌다 유치원에 방문할 일이 있어 들러보면 원장선생님, 원감선생님
늘 유치원 마당에서 아이들 등하원 지도에 안전지도 하고 계시고
비오는 날이면 큰 골프우산 들고 나오셔서 아이들 하나씩 비 안 맞게 버스에
태워주시고 내려주시고 계십니다.
봄이면 울긋불긋 산자락의 꽃들, 여름이면 울창한 산림, 가을이면 붉고 노란
단풍잎들, 겨울이면 하얀 산...... 이런 것들을 보며 아이들은 절로 미적감각이
생겨납니다. 등산하며 주웠다며 주머니 한가득 도토리를 넣어돌아오고
동물농장에서 주웠다며 작은 깃털을 가지고 오는 날도 있습니다.
"엄마 이거 정말 예쁘지?" 하며 내미는 손엔 작은 나뭇잎 하나,
돌맹이 하나가 들려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자주 견학이며 참관수업이라는
이유로 데리고 나가질 않습니다. 아니 가까운 근린공원으로 가는 봄가을 소풍외엔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가끔 견학 좀 나가달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학부모가 있으면 아이들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만
고생이고 구박받는다고 여기 유치원에 이렇게 좋은 환경이 있는데
왜 차타고 먼지 먹으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냐고 하십니다.
그 말씀에 저는 깊이 동감합니다. 저도 학교에 근무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안전사고에 주의하느라 아이들에게 좀 엄하게 되거든요.
견학이며 문화생활은 어디까지나 부모몫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수려한 자연환경에서
아이들을 맘껏 뛰놀게 해주는 유치원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작년에 다닌 하바놀이학교에도 대체로 만족했지만
(하바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므로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_^)
저는 지금은 화려한 교구나 선택받은 고급프로그램이 아닌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신나게 뛰어노는게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자연환경, 매일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오히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요?
유치원 문턱에만 들어서면 벌써 공기가 틀린(산속 공기, 숲속 공기)
그런 곳에서 내 아이가 깔깔거리며 신나게 놀고 있을 생각을 하니
오늘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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