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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10년, 부모·아이 모두 ‘더불어 살기’를 배우다

글쓴이 더불어숲

등록일 2004-11-15 12:53

조회수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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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교육·영리추구 벗어나
마음껏 놀며 자연·인간 배우도록
어느새 56곳 부모·교사 머리 맞대
내년부터 인가제‥정부 지원 고려

인천에 살고 있는 홍제민(36·남·학원강사)씨는 4살박이 아들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몇달 동안 고민했다. 공동육아는 교사 1인 대 아이 비율이 다른 어린이집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데다, 때 이른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를 맘껏 뛰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매력적이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차 모둠, 산 나들이, 유기농 식사, 전통놀이도 흥미로웠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들 아이에게 산 나들이와 유기농 먹거리는 꼭 필요했다. 결정은 쉽지 않았다. 출자금 550만원, 가입비 50만원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씨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생존 교육과 경쟁 교육을 받지 않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함께 자라기는 아이나 부모나 마찬가지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또래집단을 통해 ‘서로 키우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공부보다 노는 데 정신이 팔려있고, 어른은 이해관계의 득실보다 지혜와 품앗이를 배운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남을 흉보거나 깔아뭉개지 않고 서로 살리는 방법을 재미나게 찾는다.


올해로 우리나라의 공동육아가 10년을 맞았다. 2004년 8월 현재 전국에서 56곳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운영 되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10년 전, 부모의 참여와 교사의 자율성이 배제된 국공립 보육시설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보육시설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부모, 교사,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보육시설. 가구당 300만원에서 550여만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돼 주민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육활동으로 특히 386세대 부모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8일과 9일 이틀 동안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는 공동육아 1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참여보육과 생태적 성장>이라는 주제의 이번 학술대회는 노르웨이, 일본,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을 비교하고 공동육아 현장의 교육성과들을 총정리했다. 이 행사에서 이부미(경기대 유아교육학)교수는 “공동육아는 다양한 교육 공간과 시간의 부여, 연령 통합 활동, 양성성의 교육, 장애아 통합교육, 계층 및 문화통합의 교육 등이 해당되는 진보적이고 역동적인 체계”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교육과정은 인지교육보다 가치 있는 삶, 공동체적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칠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지난 9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 어린이집’(서울 신촌)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왜 아이들에게 가르칠까’는 이곳의 가장 큰 화두였다. 10년의 간난신고를 거치며 우리어린이집은 대안초등학교인 ‘성미산학교’와 방과후 보육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걱정거리도 있다. 94년 조합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교사가 된 박미형(39)씨는 “열정과 헌신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초기의 공동육아와 10년이 지난 지금은 큰 차이가 난다”고 밝힌다. “생태교육, 생활문화교육, 관계교육, 통합교육을 중시하던 공동육아 초기 부모들과 달리 인지교육을 시키려는 새로운 욕구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취학전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부모의 욕구를 무시할 수만도 없고, 이제까지의 교육내용을 바꾸는 ‘대모험’을 하자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큰 걱정은 않는다. “어린이집의 교육내용과 운영방식은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면 이러한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여긴다. 최근 <공동육아, 이웃이 있는 가족 이야기>를 펴낸 류경희 교수(창원대)는 “공동육아의 관건은 인간관계이며 현장의 갈등해결과 인간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조합원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동육아 공동체들의 또 다른 공통 과제는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출자금과 한달에 20~50만원대에 이르는 보육료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런 탓에 ‘또 다른 치맛바람’이라든가 ‘저소득층을 배제한 보육’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보육현장 터전별로 초기 출자금을 축적해 공적기금을 조성하거나, 출자금 없이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연구중이다. 비영리 시설이면서도 정부지원 없이 운영돼 여전히 조합원들의 출자금만으로 교사월급과 집세 등을 자체해결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여성부 보육지원과의 김숙자 사무관은 “내년부터 부모참여형 보육시설로 분류돼 인가제가 시행되고 바람직한 보육유형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육아 10년, 과제와 해결책은 여전히 조합원인 부모들과 교사들 안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너랑나랑 어린이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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