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궁에 다녀왔어요.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덕수궁을 궁궐이라고 생각지 못하고 다닌 것 같아요.
물론 첨부터 궁궐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왕께서 엄연히 생활한 곳인데도 말이죠.
흘러간 노랫가락처럼 ‘덕수궁의 돌담길, 옛날의 돌담길~’ 하며 함께 거닐면
정인과 헤어진다는 이야기나 떠올리고, 전시회가 자주 있곤 하여 그런 일로 드나들었던
기억이 다인 걸 보면...저만 이리도 역사의식이 흐릿한 걸까요?
이번 기회에 덕수궁이 여타 궁궐에 비하여 너무나도 커다란 슬픔
(고종황제의 얘기를 뺄 수가 없겠지요)을 간직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현재의 모습이 당시의 30%에 못 미친다 하고 남은 모습마저도 격조없이 꾸며져 있어
조상님을 뵐 면목이 서질 않더군요. 내 맘도 아니고 남(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뜻에 의해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옮겨지고 버려진 수치스런 곳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우리역사의 어두운 이면인 걸 어찌하겠습니까!
도대체 계속 이렇게 힘없이 살아야 하는지 분노와 슬픔이 함께 드네요.
이것이 꼭두각시의 삶, 바로 마리오네뜨와 같은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ㅠㅠ
마침 고종황제의 기록을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 아이는 물론 제게도 좋은 공부가 되었어요.
나이테가 늘어가니 역사의 참맛을 진중히 느껴갑니다.
이런 기록으로나마 마지막 황실의 생활과 모습을 담아둘 수 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나라의 황제의 삶을 벗어나 개인의 삶이라 해도 너무 가혹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특히나 비운의 삶을 살다 가신 덕혜옹주의 생을 들여다보니
뭉클해지는 마음을 덮을 길이 없네요. 덕혜옹주를 너무도 사랑하시어 집무실에 유치원을 만들어
곁에 두신 고종의 아비로써의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기도 하구요.
열강의 이권 다툼이 아니었더라면 가족의 행복이 지켜졌을 터인데...하는 짠~한 맘이 듭니다.
덕수궁을 돌아본 마음, 이렇습니다. 복원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먼저 문화재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민 의식이 필요하겠지요.)
이대로 두어서는 너무나 황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심하게 망가진 궁궐을 되살려야 할 것 같아요.
그것이 우리가 조상께 물려받은 소임일 것입니다.
대한문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가 네 집에 와 이러쿵저러쿵하며 마구 간섭하고
물건을 함부로 다루며 망가뜨리고
심지어는 그냥 가져간다면...너는 어찌 하겠니?
그것이 싫으면 힘이 있는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내 뜻이 그에게 전달되어 그가 마음을 움직일 때까지 굽힘없이 말해야 한다.
어쩜 네가 말하지 않으면 그는 영영 제 잘못을 모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로 옮겨가 똑같은 일을 서슴지 않고 해댈 것이다.
너는 힘이 아닌 머리로 그를 굴복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라구요.
주말에 더위를 피하려고 특별한 이벤트를 갖는 것도 나름 좋겠지만,
도심의 분주함을 벗어나 궁궐에서 잠시 쉬어감은 어떨까요?
덕수궁이 부러 정인과 헤어지려고 걷는 길이 아닌,
단순히 미술전시만 하는 곳이 아닌 엄연한 궁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로 해요.
저는 주말에 이렇게 왕을 알현하고 왔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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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맘
답글
별이맘
더운데 고궁 돌아디니시느라 힘드셨겠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겐 좋은 경험이었겠죠^^
답글
소천(少天)
^^ 멋진 글이네요.
한편의 멋진 수기를 본듯...
저도 알현하러 가고 싶은.. ^^
답글
수호맘
글 잘 읽고 갑니다. 나이테가 늘어감에 따라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다.. 이 말이 왜 저에게도 와 닿는지요..^^
아,, 언제 한번 서울가고픈데 참 안되네요..나이만 먹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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