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택없고 누런 책장을 펼치면 또각또각 소리가 들린다.
또각또각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뜨개질로 만든 이야기.
첫장을 열면 또르륵 털실뭉치에서 한올이 주르륵 풀려나온다. 이야기는 그렇게 풀어나간다.
할머니가 작은 마을에 찾아와 쉴곳을 찾는다.
차가운 동 위에 앉아 쉬던 할머니는 포근한 슬리퍼를 뜨고 슬리퍼를 신을 카펫을 뜨고 카펫을 올려놓을 마루를 뜨고.....그렇게 집을 뜨고 찻잔과 과자 커텐과 침대 모두를 뜨고선
또각또각 뜨개질 바늘로
생글생글 웃는 마음.
홀짝홀짝 우는 마음,.
장난꾸러기 마음.
그 모든 마음들을 듬뿍듬뿍 아이들한테 넣어서 여자 남자 아이를 떴지요.
그 아이들이 놀다가 엉덩이도 뜯고 발뒤꿈치도 뜯고.....그래도 할머니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고 다시 꿰매주었지요.
또각또각 편안한 꿈을 떠서 아이들 침대 속에 넣어주고...
여기까지 한껏 상상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뜨개질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데 뜨개질 아이들을 거부하는 학교를 항의하러 동사무소에 가고 정부에 찾아가는 황당한 이야기가 줄줄이 떠지고 있지요.
차별있는 세상을 향한 또각또각 한땀한땀 정확하게 항의하는 할머니.
결국 그 모든 환상의 이야기를 모두 풀고 끝이 납니다.
이렇게 끝난다면 함께 몰입하던 아이들은 너무 슬프겠지요?
다시 어디론가 떠나는 할머니가 어디서 아이들을 뜨고 있을까요?
이렇게 마지막장이 되는 환상적인 이야깁니다.
그 할머니가 어디로 가셨을까? 무엇을 떴을까? 어떤 일이 있었을까?
또각또각 생각주머니를 가득 떠 채우며 이야기를 읽어갑니다.
"뜨다"란 말이 잘 와닫지 않는 아이는 몇번을 묻고 묻고.
그렇게 또 새로운 말을 배웁니다.
아무것도 없이도 아이랑 앉아서 또각또각 이야기를 뜹니다.
신발을 뜨고 마루를 뜨고 지붕을 뜨고 놀이터를 뜨고 친구를 뜨고 맛있는거를 뜨고.....
끝도없이 원하는 것들을 뜨는 아이.
또각또각...또각또각...
그런 사랑스러운 아들 침대에 또각또각 편안한 재미난 꿈을 떠서 넣어줍니다.
할머니를 만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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