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윤석중 /그림 : 이영경
넉점반
윤석중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자냐구요."
"넉점반 넉점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점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니나니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넉 점 반 은 옛날 어린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참 정다운 책이다.
당시 시계가 집집마다 없던 시절 아기는 엄마 심부름으로 옆집 구멍가게에 시간을 물으러 간다.
방에서 라디오를 고치고 있는 가겟집 할아버지네는 육각형 통에 든 성냥도 보이고, 주판도 보이고,
윗 쪽 벽에는 자랑스런 자손들의 사진들을 걸어 둔 액자도 보인다.
방문에 붙어 있는 깨진 쪽유리가 땜질되어 있는 것이며 벽에 책자를 걸어둔 것까지, 예전 우리네 할머니집 방 안 풍경이랑 참 많이 닮아 있다.
시계를 한 번 흘끗 보고는 "넉 점 반이다."라고 알려주시는 할아버지... 아기는 넉점반을 되뇌이며 집으로 가는데 이런....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여기저기 가겟집 앞에 매여 있는 닭이 물 먹는 것도 한참 구경하고,
길 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개미의 움직임을 구경하다
가겟집 영감님이 가르쳐 준 ‘넉 점 반’은 잊지 않으려고
“넉 점 반, 넉 점 반~”
한 눈 팔다 해가 꼴딱 져서야 집으로 들어서니
방 안에서는 언니,오빠들이 벌써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눈길이 모두 아이에게 쏠리지만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며 아기가 하는 말,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천진스런 아기를 쳐다 보는 엄마의 표정마저도 정말 정겹다.
아기가 이리저리 한 눈을 팔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그림속의 곳곳의 장면을 볼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며 어릴때 세째 동생하고 이리도 닮았는지 앙증맞고 귀여우면서도 참 정겹다.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책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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