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작가 네레 마어는 1938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뮌헨에서 언어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가족 심리 치료사로도 일을 했으며 심리학 공동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는 1988년에 발표한 마어의 첫 작품으로 이 작품은 1989년 마어에게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의 섬세함 때문인지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묘사가 참 잘 표현되어 있는 듯 합니다.
글의 주인공 베른트는 어느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곰인형 보보와 도도를 가지고 놀며 둘을 결혼시키는 놀이를 즐겨합니다. 놀이에서 보보는 아빠가 되고 도도는 엄마가 되어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같이 설거지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언제나 행복합니다. 베른트의 가족도 이처럼 서로 사랑하고 즐겁게 지냅니다. 베른트의 가족사진을 보면 그 행복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엄마 아빠는 자주 싸우기 시작했고 싸우고 나면 화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는 서로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고 어느 날은 아빠가 문을 쾅 닫고 집을 나가자, 엄마는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지만 베른트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베른트는 엄마 아빠 사이에 누우려고 살금살금 안방에 들어갔다가 엄마 자리가 비어 있는 걸 알게 됩니다. 베른트는 아빠에게 묻습니다.
"어제 내가 내 방 청소를 하지 않아서 엄마가 나간 거예요?"
"아니다,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하고 아빠가 대답하십니다.
엄마 아빠는 이제 싸우고 나면 하루 종일 서로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신문만 보고 책만 봅니다. 너무 조용한 분위기를 참을 수 없어 베른트는 제 방으로 들어가 보보와 도도에게 서로 소리를 지르고 장난감을 집어던지게 하며 싸움을 시킵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아빠가 여행 가방에 셔츠와 바지를 챙기며 말씀하십니다.
"아빠는 이사 갈 거야."
"엄마가 혼자 있고 싶단다. 이건 네 탓이 아니야. 엄마랑 아빠는 헤어지기로 했어. 그래도 너는 언제까지나 내 아들이고, 나는 언제까지나 네 아빠야."
아빠가 떠나고 일주일 뒤 가구 몇 개를 가지러 다시 집에 오셨을 때 온통 뒤죽박죽이 된 집안이 싫어 베른트는 책상 밑에 숨어 버립니다. 베른트를 발견한 아빠가 말씀하십니다.
"아빠하고 함께 가지 않겠니?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단다."
하지만 베른트는 아빠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엄마와 베른트 둘만이 남은 집은 휑뎅그렁해지고 구석구석이 비어보입니다.
음식을 먹어도 둘은 어떤 맛인지 모릅니다.
아빠의 빈 자리에 누워 잠을 자던 베른트는 끔찍한 꿈을 꾸며 울다가 엄마의 품에 안겨 아빠가 걱정이 되어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합니다.
엄마가 말합니다.
"아빠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그리고 아빠를 자주 만나러 가도 돼. 네가 아빠한테 간다고 엄마가 슬퍼하지는 않아. 아빠는 언제까지나 네 아빠란다."
아빠가 사는 집은 조금 작습니다. 아빠는 요리를 잘 못해 아직 서툴러 보입니다. 베른트는 이제 더 이상 셋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집으로 돌아와 매일매일 엄마와 끊임없이 싸웁니다. 엄마 말에 반대로만 합니다. 하루는 엄마가 몹시 화를 내자 창문을 열고 장난감과 인형을 던져 버립니다. 아빠와 함께 하고픈 베른트의 마음이지만 엄마는 아빠가 돌아오시지 않을 거라 말합니다.
베른트는 가끔 인형놀이를 하지만 이제 인형은 엄마 아빠가 아니고 아이가 되어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베른트는 아빠 집에서도 잠을 잡니다. 두 주일에 한 번씩 아빠를 만나 둘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아빠는 베른트를 위해 높은 침대를 마련해 줍니다.
베른트는 엄마하고의 시간을 가지는 일에도 점점 익숙해져 갑니다. 하지만 때때로 슬퍼지면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베른트는 아빠도 엄마도 사랑하는데 왜 엄마 아빠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리고 베른트는 생각합니다.
"다음에 아빠한테 갈 때는 도도를 아빠 집에 갖다 놔야겠어. 그럼 도도도 내 침대에 있는 거고 보보도 내 침대에 있는 거잖아!"
마음이 아픈 이야기입니다. 웃음이 가득했던 행복한 가정이 엄마 아빠의 잦은 다툼으로 인해 웃음을 잃어버리고 행복도 깨져버린 채 결국엔 함께 할 수 없는 남남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그 안에서 가장 상처받고 당황하고 어떠한 선택권도 없는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말수가 적어지고 난폭한 행동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줍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행인 것은 엄마도 아빠도 서로의 문제로 생각하고 아이에게 어떠한 마음의 짐도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함께 인정하고 서로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마음 한 구석 아이는 늘 가족이 함께 하는 행복을 꿈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아이만의 홀로서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림을 통해서도 아이의 심리변화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축된 모습과 표정없는 얼굴, 웃음이 사라진 집 안, 균형이 맞지 않아 보는 이 조차도 불안하게 만드는 침대의 모습은 이혼이 한 가정을 얼마나 황폐하게 하는지 서로의 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간의 사랑이 무엇보다 소중한지를 다시금 생각게 해 주는, 가벼운 마음으로만 볼 수 없는 아이보다 어른이 한 번은 꼭 보아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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