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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점반 ]

글쓴이 츄츄

등록일 2005-08-22 10:04

조회수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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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윤석중 시, 이영경 그림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동요 [퐁당퐁당]을

지으신 윤석중님의 동시이다.



집집마다 시계가 없던 시절, 시간을 물으러 가게에 갔던 아이의 이야기를 동시로 옮겼다

몇 시인지 알고 싶은 엄마의 궁금한 마음은 모르고 길가에서 만나는

동물과 꽃들과 놀다가 해가 다 져서야 돌아온 아이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넉 점 반, 넉 점 반, 반복되는 구절이 정다운 운율로 살아 있는 같은 느낌이 든다

옛 시골 풍경이 순한 수채화 속에 더 정겹다.

놀며 놀며 갔던 아이의 집이 바로 가게 바로 옆집이었다는 마지막 장면 설정이 재미있다.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회, 구복상회에 딸린 작은 방안의 모습.

이리저리 온갖 잡다한 물건들로 가득찬데다가 쾌쾌한 냄새마저 풍겨올 것 같은,

참으로 볼 것 많은 방.. 그 안에 낡은 내복차림의 영감님은 오늘도 부지런히 무언가를 손 보고 계신다.

궁색하지만 어쩐지 푸근함이 느껴지는 이 작은 가게안의 살림살이가 정겹기만 하다.

꽃분홍 치마를 입은 단발머리 아기는 '시방' 몇 시인가 물어보려고 빼꼼 안을 들여다 보는 중이다.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점 반 이다"

"넉점 반, 넉점 반.."

엄마 심부름으로 구복상회 영감님에게 시간을 물으러 갔던 아가는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알려줄 시간을 잊지 않으려고 돌아오는 길 내내 되뇌인다.

그러나 시간을 잊은 아가의 세상 구경은 이미 넉점 반이 훨씬 지난 시간까지

아가를 집으로 돌려 보내주지 않는데...

개미들 구경하다, 꽃밭 구경하다, 잠자리 구경하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식구들이 모두 모여 저녁먹을 때쯤에야 아무렇지도 않은듯 대문으로 들어서며 능청스럽게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하고 말하는 귀여운 아가의 모습이 하아..눈물나게 예쁘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가는

오른쪽 왼쪽 두 페이지 가득 여백을 두고 혼자 작은 웃음을 흘리며 서 있는데

그 당당하고도 능청스런 아이의 모습에 정균이는 언제나 깔깔깔...웃음을 참지 못하며

'아이고'하고 책 속의 아이에게 아주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곤 한다.

마루에 걸터앉아 어린동생에게 젖을 물리며 '시방 넉점 반이래'하며 들어오는 아가를

흘깃 쳐다보는 엄마의 마음도 아이의 것이다.


흑백사진으로나 구경할 수 있었던 그 옛날,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 어린시절의 이야기지만

고운 색을 입고 생생하고도 포근하게 그려진 그림은 누구든 그 옛날 작은 논길을 지나

골목을 지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그 푸근한 동네안으로 스르륵 빠져들게만 한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빽빽한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 도로를 가득 메우는 자동차 행렬에 익숙한

어린 아이에게도 이 소박하고도 정겨운 풍경과 일상이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잘 표현한 글과 그림 덕이리라 생각해 본다..





윤석중 시인의 맑고 천진한 예쁜 동시 한 편에,

이영경님의 곱고도 아름다운 그림이 함께해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

이런게 바로 그림책 이구나 하고 감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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