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퍼즐이라면 무지 좋아하는 남편과 저와 딸.....
셋이서 퍼즐을 받자마자 마루에 퍼질고 앉아서 상자를 풀어보았습니다.
저: "전에 본 건 제법 크기가 크던데 이건 좀 작네."
남편: "뭐, 별거 아니구만. 그냥 철사 몇 개 구부려서 연결시켜 놓은 것 같네."
그러나, 요 놈 만만치 않군요.

사고력 교육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못 풀면 망신이요,
태교부터 칠교를 했던지라 집중력 강한 딸아이에겐 꼭 풀고 싶은 숙제요,
평소 퍼즐이라면 항상 저에게 한 박자 뒤지는 남편에게는 역전의 기회인지라
셋이서 하나씩 부여잡고 매달렸습니다.

이래저래 돌리며 안감힘을 쓰던 일곱살 딸 아이,
드디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가끔 수업 시간에도 퍼즐을 이용해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렇게 딸아이처럼 중간에 울어버리는 간혹 아이들이 있습니다.
유난히 공간지각력이 부족하여 퍼즐 맞추기가 너무 힘들거나
다른 친구들보다 속도가 많이 뒤져서 자존심이 상한 경우이지요.
그러나 다양한 퍼즐을 체험해 본 결과,
문제 해결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사고의 방법'과 '인내심'에 있다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포기만 안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한바탕 울고 나서 다시 찬찬히 재시도를 한 결과,
1단계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 결국 1단계만 해결을 하고 마무리 하였습니다.

며칠의 공백.
여행을 다녀오느라 잠시 쉬었지요.
여행을 하면서 '퍼즐 가져올 걸'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견고한데다 부피도 작아서 여행하면서 차 안에서 하기에 딱 좋은데 안 가져간 겁니다.

며칠 후 2,4단계를 꺼내어 온 식구가 다시 매달렸습니다.
2단계의 핵심은 '대칭'에 있으므로
방법은 대칭축을 기준으로 겹쳐야 한다는 것인데
겹치는 방법이 중요하더군요.
대칭축을 기준으로 앞으로도 접어보고,
뒤로도 접어보고, 여러 방법으로 접어보기를 거듭한 결과
해결은 '끼워서 겹쳐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것은 생긴 모양을 유심히 관찰만 하면 찾아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뼈다귀 모양 사이의 둥근 모양이 이어지는 부분이
유난히 넓거든요.
딸 아이 혼자 해결하기에는 조금 어려워서 제가 힌트를 조금 주면서
해결하게 하였지요.
2단부터는 초등학생은 되어야 도전을 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자기 수준보다 너무 높은 퍼즐을 해결하려면 좌절감만 깊어지니까요.
어쨌거나 힘들게 온 식구가 차례로 2단계를 해결했네요.

마지막으로 4단계.
클립 모양 고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건 상자에 적혀있는 힌트이구요.
다음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는 퍼즐과 눈싸움을 한 판 벌여보아야합니다.
두번째의 문제 해결 열쇠는 동그란 고리 두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입니다.
일단 둥근 두 개의 고리를 떼어놓아야 합니다.
클립 모양 고리를 이용해서 두 개의 둥근 고리를 분리하고 나면
그 둘의 위치를 어떻게 서로 바꿀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동그란 고리 두개가 서로 같은 크기이기 때문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죠.
결국 분리시켜야 할 고리보다 열쇠고리 모양(사슬 달린)의 고리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슬 달린 열쇠고리 모양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클립 모양을 통과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동그란 고리가 후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퍼즐을 즐기다 보면 원칙 하나를 발견하는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러시아워나 소마큐브같은 경우에도 일단 뒤로 물러나야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지요.
‘일보후퇴, 이보전진’인 셈입니다.
3단계에서 그 방법이 쓰이더군요.
그럼 자연스럽게 동그란 고리와 열쇠모양 고리가 서로 위치가 바뀝니다.
다음은 클립 모양을 꼈다 뺏다 하면서 동그란 고리를 분리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결국은 같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둥근 고리가 빠져나올 때
두개의 선을 동시에 통과하면서 아래로 빠질 수도 있고,
하나의 선을 죽 따라오면서 위로 빠질 수도 있답니다.
퍼즐을 해결하는 방법이 딱 한가지인 것보다는 다른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
더 훌륭한 퍼즐이라는 것이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아쉬운 건 4번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못 찾겠네요.

이렇게 세 가지의 퍼즐을 모두 해결하였습니다.
이미 다 해결했으니 다음에는 무얼 써야할지.....
크크크 이제 제가 실험을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저랑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가져가서 한번 풀게 해 보려고요.
아마 아이들, 좋아서 난리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