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을 출발한 우리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남해고속도로를 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고속도로와 양 옆으로 펼쳐진 산세만으로도
여행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제일 처음 휴식지는 남강휴게소...
휴게소 뒷편으로 남강줄기가 흐르는데 경치도 좋고
아가를 데리고 휴식하기엔 그만이랍니다.
그 곳에서 차 한잔하며 숨을 돌린 우리는
다시 하동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동 톨게이트를 들어서면 길이 갈리는데요,
좌측으로 들어서면 남해,
우측으로 들어서면 하동이 나오는...
어느 선택을 해도 참 기분좋은..그런 길이랍니다^^
우선 하동으로 들어선 우리는
남편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오랫만의 재회에 반가워하던 두 남자를 보면서
친정엄마와 저마저 흐뭇해답니다.
그리곤 남편과 연애시절 즐겨먹었던
고추짬뽕을 먹으러 전라도로 출발~
하동읍에서 차로 1분도 안 걸리는 하동대교를 건너면
곧바로 전라도 광양이 나와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에 허름한 중국집이 있는데요,
그 집 고추짬뽕이 예술이랍니다.
성인 남자 한 명이 먹어도 많은 고추짬뽕이 3천원~
가끔 부산에서도 그 맛이 그리워 남편과 넋두리를 하곤 했어요.
하동까지가서 고추짬뽕을 안 먹고 올 순 없었죠^^
(****같아서 좀 그렇긴 하지만 진심이예요^^*)
푸짐한 점심(?)을 해결한 후 다시 섬진강을 건너와
우리가 향한 곳은"토지"로 유명한 최참판댁이었답니다.
"토지"를 1편도 빼놓지 않고고 보셨던 친정엄마...
엄마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선택한 코스였답니다.
친정엄마도 기대 이상으로 재미나게 구경하셨어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해 전 남편과 연애시절 방문했을 때는
자연의 고즈넉한 맛이 있었는데
드라마 방영 후 기념품 가게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조금은 씁쓸했답니다.
내려오는 길 시원한 매실&살구차를 한잔씩 마시고
마을 입구의 평산리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잔디밭과
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 풍경에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맑디 맑은 섬진강 물에 손도 한번 담궈보고,
남편과 팔짱낀 채로 강변을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마치 일상에 길들여져 잊고 지냈던 사랑이란 걸
다시 일깨워주는 듯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남해에도 들러보았답니다.
2~30분가량 달려 남해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해질녘...
우리는 아쉽지만 남해일주는 다음으로 미루고
남해대교와 노량 앞바다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해에 머무는 짧은 시간마저 너무나 행복했답니다.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붉은 빛을 내뿜으며 지는 해...
목욕을 좋아하는 주하에게 외할머니가 장난을 칩니다~
주하야~저기 큰~~ 아뿌아뿌 있네~~하구요^^
주하에게 목욕은 아뿌아뿌입니다..
물을 좋아하는 주하는 섬진강도 좋아하더니
처음 본 바다도 맘에 드는지 꺄르르~웃어댑니다^^
우리 가족은 오늘 하루 세상을 밝혀주고 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황홀하면서도 아쉬운 인사를 고했습니다.
그 깨고 싶지 않은 꿈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바빴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의 일부분이 생각났습니다.
『완연한 봄..
도심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면 금세
봄을 느낄 수 있다.
방 한 구석에 틀어박혀 잠을 자다만
흐리멍덩한 눈으로
텔레비젼만 보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봄은 느끼는 자의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겐
봄은 건너뛰고 말 뿐
결코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
이정하님의 [작은 것들에 대한 소홀함] 이란 글 중 일부입니다.
시간이 촉박해 여유로운 여행이 힘들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소녀로 돌아가 설레는 봄을 만났고,
남편은 숨막힌 일상속에서 여유를 만났으며
친정어머니는 십여년만에 자유로운 여정을,
그리고 사랑스런 우리 아가는
바다를 보고 자연을 느끼며
긴 인생의 또 한 발을 내딛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갇혀만 지내던
우리 가족에게 비타민같았던 여행...
봄소풍 같았던 이번 가족여행은
많은 의미를 가진 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 







